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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서트 참관 후기] 감동이 될 수 없었을까

이보람 / 수필가
이보람 / 수필가 

[LA중앙일보] 발행 2019/09/10 미주판 21면 기사입력 2019/09/09 18:37

LA다운타운 작은 소극장 가득 아리랑 노래가 울려 퍼졌다. 뭉클해지는 순간이었다. 지난 4일, 성시경 콘서트에 다녀왔다.

한국에서 그의 콘서트 티켓 예매는 피 튀기는 티켓팅이라고 해서 '피케팅'이라고 불리는데 이곳에서 콘서트를 한다니 티켓을 구매했다.

여기서도 '피케팅' 현상이 일어날 줄 알았지만 생각 외로 표를 구할 수 있었다. 공짜 티켓을 뿌리지 않고도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관람석이 꽉 찼다.

관객은 대부분 기혼 여성들, 딸과 같이 온 어머님들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었다. 세 시간 남짓한 공연에 쉬는 시간이 따로 없다고 해 일찍 도착하여 화장실부터 찾았다. 줄이 길었고 기다리며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대화를 통해 관객들의 벅찬 기대감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아주머니는 처녀 적 데이트 나가는 기분이라고 했고, 어떤 분은 남편이 안 간다고 해서 애들 다 남편한테 맡기고 왔다며 한껏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멋을 잔뜩 내고 오신 아주머니들이 소녀 같고 한편으로 귀여웠다.

공연이 시작되고 여기저기서 환호성이 이어졌다. 명성답게 감미로운 목소리와 무대 매너, 재치 있는 코멘트로 눈과 귀가 즐거웠다. 다만, 공연 중간 중간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지방 방송과 성희롱에 가까운 외침 등이 공연에 크게 방해가 되었다. 공연 도중 들락날락 거리는 사람도 여기저기서 자주 보였다.

가수의 노래를 들으러 왔는데 부탁하지도 않은 부분에서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떼창으로 옆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민폐 관객도 많았다. 솔로 가수, 그것도 발라드 장르의 가수가 혼자 이끌어 가야 하는 장시간의 콘서트였다. 섬세한 감정선과 집중력이 중요시됐다.

하지만, 일부 관객의 저질 코멘트와 수준 낮은 관람 태도로 해당 가수는 물론 손꼽아 기다려 온 공연에 온전히 집중하고 싶었던 순수한 팬들에 큰 누를 끼쳤다.

그는 애써 LA관객분들은 참 자유분방하다고 웃어보였지만 그의 말 속에는 뼈가 있었다. 그의 콘서트뿐만 아니라 최근 있었던 여러 한인 콘서트에서 나는 이런 몰상식한 관람 태도를 자주 목격하곤 했다. 이러다가 LA한인 관람객들은 관람 태도가 좋지 않다고 소문이 나는 것은 아닌지 걱정까지 된다.

가수는 최선을 다했다. 대다수의 관객들도 무대를 매너 있게 즐기려고 노력했다. 다만 이를 소수의 관객들이 망쳤다. 누군가에겐 평생 만나보고 싶었던 바다 건너온 손님들에게 세계 최강대국, 그것도 최대 관광도시인 LA에 사는 우리들이 조금 더 수준 높고 기품 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움이 남는다.

그의 히트곡 '넌 감동이었어'처럼 좋은 관람 자세로 감동을 주어 다시 돌아오고 싶은 도시로 남았으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천사들의 도시에 산다고 다 성숙하고 우아한 천사는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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