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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산책] '텐던시'라는 악마

김은자 / 시인
김은자 / 시인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9/10 미주판 16면 기사입력 2019/09/09 21:00

문병이 발달함에 따라 인간은 균형을 잃어가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방향이나 사고 쪽으로 자꾸 쏠리고 있다. 현대인들의 가장 큰 고질병은 무엇일까? 남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 몹쓸 병은 더불어 사는 세상을 파괴하고 관계를 파멸로 이끈다. 우리는 주위에서 자신의 생각만이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본다.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 사는 사람이다. 타인의 생각이나 의견을 숙고하지 않고 인정하지 않는 것은 공통 언어를 모르는 것과 다름 없다. 관계의 자폐아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나와 남이 다름으로 민주주의가 탄생한 것이고 그 다양함이 문화도 예술도 융성하게 한 것이다. 그럼에도 한 쪽으로 자꾸 일그러지고 있는 그대를 위하여 펜을 든다.

문명은 인간으로 하여금 자신의 성향에 빠져들게 했다. 친구나 가족보다 나를 더 잘 아는 것이 컴퓨터라는 연구조사가 나왔다고 한다. 컴퓨터가 축적된 데이터로 한 사람의 경향과 개성을 파악하기 때문이리라. 우리는 자신이 알고 싶어 하는 것이나 좋아하는 것을 컴퓨터를 통해 찾아보고 들여다 본다. 몇 번을 되풀이 하다 보면 묻지도 않았는데 컴퓨터 스스로 비슷한 정보들을 알려주는 것을 경험할 수 있다. 개인의 성향을 분석해 맞춤형 콘텐트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사람도 아닌 기계가 성향이나 개성에 맞게 알아서 정보를 알려주니 이 얼마나 기특하고 편리한 일인가? 그러나 그것은 또 다른 의미의 수렁이다. 수렁이 수렁이라고 말하지 않고 우리를 현혹한다는 것이 두렵다.

'독도는 우리 땅이다' 라는 진실을 예로 들어 보자. 어느 날 당신은 '독도는 우리 땅이 아니다' 라는 망언을 컴퓨터에서 접하게 되었다. 그 거짓에 입각한 사설을 몇 개 더 읽게 되었다 치자. 다음날 컴퓨터는 단신에게 '독도는 우리 땅이 아니다' 라는 거짓에 입각한 글들을 줄줄이 소개할 것이다. 이미 당신은 '독도는 우리 땅이 아니다' 라는 망언을 쉽게 접하게 되고 조금씩 그 거짓 이론에 말려 들어 그것이 진실일지도 모르겠다 라는 생각을 하게 될 지도 모른다. 급기야는 그 거짓 세상을 진실로 착각하며 진실을 말하는 사람에게 거짓말쟁이라고 분노하면서 살아 갈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컴퓨터가 이와 비슷한 일을 우리에게 저지르고 있다는 생각을 접을 수 없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텐던시를 앞세워 사고를 뒤흔들고 왜곡을 조장한다는 생각을 금 할 수가 없다.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다. 어쩌면 다양성이 무시된 편협한 시대로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기계는 인간의 다양성을 좋아하지 않는다. 문명은 우리의 편향된 성향을 조성해주고 성향의 비위를 맞추어 주다가 결국은 텐던시에 자멸하게 밀어 버릴지도 모른다. 기계나 문명이 인권 유린의 가해자가 된다는 것은 끔찍하다. 컴퓨터는 지식이 아니라 정보다. 정보가 사고의 전부가 되어서야 되겠는가? 기계가 인간을 노예화하고 싶어 한다. 인간의 생각을 대신해 줄 수 없다는 갓을 알고 있기에 텐던시라는 악마로 인간을 무력화 시킨다.

사고의 밸런스가 절실한 시대다. 남을 알고 나를 알 때 인간은 비로소 의식한다. 나와 다른 남을 깊이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사유하는 삶은 인간다움의 극치이다. 의식은 다양함 속에서 균형을 찾으며 온전해 진다. 사고는 어둠과 빛이 서로 바라보고 인식할 때 역동하므로 오늘도 컴퓨터를 끄고 켜는 자는 당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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