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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철수 속병 클리닉] 지방간, 음주는 물론 비알코올성 질환도 증가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19/09/07  7면 기사입력 2019/09/10 08:26

시도 때도 없는 지방간

"쉬 피로를 느껴 병원에서 검사를 받았는데 지방간이라고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지방간이 있다고 하는데 좋은 약을 처방해 주세요" "지방간이 간경화로 발전할 수 있나요" 등의 걱정스러운 질문들은 여기저기서 많이 들려온다. 지방간은 종합 검진을 받은 다음 가장 많이 내려지는 진단명 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다. 한마디로 우리나라의 직장인들에게 가장 친숙한 병일 것이다. 대부분 초음파 검사에서 이러한 진단을 받게 되는데, 정말 믿기 어려울 정도로 그야말로 너도나도 지방간이다. 물론 이때 정밀한 검진을 받아 보아야 하겠지만,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대부분의 지방간은 별 문제(만성 간 질환)를 일으키지 않으며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하지만 환자에 따라서 지방간은 위험한 적신호일 수도 있다.

특히 지방간이 과다 음주로 인해 발생하거나 악화된다면, 알코올성 지방간염이나 간경변이 차후 유발될 확률은 적지가 않다. 특히 한국인의 경우에는 술잔 돌리기나 폭탄주, 2차, 3차로 이어지는 음주 문화는 급성 간염, 위염은 물론 지방간염과 같은 만성 간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통계로 보는 한국의 음주 문화는 그야말로 대단하다. 여기다 한국인의 높은 지방과 당질 섭취로 인해 간에서는 중성 지방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다. 그리고 과음으로 남는 알코올은 중성 지방을 만드는 원료로 쓰인다. 지방성 간염은 간경변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또한 간경변을 앓는 환자들은 간암에 걸릴 확률 또한 높다.

비알코올성 지방간 질환 역시 비만 유병률의 증가와 더불어 서구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유병률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앞으로는 바이러스성 간염 질환이 많이 줄어드는 반면, 비알코올 지방간염을 거친 간경변증이나 간암과 같은 만성 간질환의 발병이 잦아들 것으로 예상된다.



지방간이란

'지방간' 하면 글자 그대로 간에 지방이 보통 이상으로 존재하는 것을 말하며, 분포상 간 전체 무게의 5% 이상이 지방(주로 트라이글리세라이드라고 하는 중성 지방)일 경우를 일컫는다. 생화학적으로 설명해 본다면 간에서 일어나는 지방질의 대사 작용 변화에서 비롯되며, 이로 인해 간에 지방질이 과다하게 축적된 것을 말한다. 지방간 진단을 받은 환자들 대부분은 간 기능 수치가 정상이거나 약간 상승한 정도이다. 예를 들어, 간염 바이러스 비보균자나 특별한 질환이 없는 환자가 혈액 검사를 했을 때, 간 기능 수치가 비정상일 경우 대부분 지방간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까지는 지방간을 진단할 수 있는 고유의 혈액 검사는 없다. 어떤 분들은 혈액검사 중 중성지방이 높다고 자신이 지방간 진단을 받았다는 말을 하는데 이것은 잘못된 상식이다. 다만 초음파 검사나 CT 단층 촬영 검사로 간의 지방 분포를 어느 정도 추측할 수 있지만 제일 정확한 진단 방법은 간 조직 검사로서 간의 지방분을 직접 측정하여 간세포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지를 명확히 알아보는 것이다. 물론 대부분(95% 이상)의 지방간 환자는 간 조직 검사가 필요하지 않다. 간 조직 검사를 받고 안 받고는 환자의 증상과 신체검사 및 모든 정밀 검사 결과를 종합한 다음 전문의에 의해 판단이 내려질 결정이다.



원인 질환과 검진

지방간 진단이 내려지면 우선 몇 가지 중요한 원인 질환들을 고려해 보아야 한다. 이들 중 대표적인 것들로 알코올로 인한 간 질환, 비만, 그리고 당뇨를 들 수 있다. 이외에도 간에 해를 끼치는 여러 종류의 약품들과 바이러스성(B형, C형 외) 간 질환 등이 있다. 임신부의 경우에는 '임신 지방간' 같은 임신부에게서 나타날 수 있는 급성 간 질환을 배제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므로 지방간이라는 진단을 받았을 때는 원인을 알아보기 위해 다음과 같은 검진이 필요하다.

우선 환자의 과거 병력과 정밀한 신체검사를 통하여 간 질환의 증세가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둘째, 혈액 검사로 A.B.C형 및 여러 간염 바이러스의 감염 여부를 체크해 보아야 한다. 셋째, 환자가 복용하고 있는 약이 있다면 간에 어떠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지 알아봐야 한다. 넷째, 환자의 과거와 현재 음주량을 알아보고 당뇨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다섯째, 환자의 비만 상태가 어느 정도인지 염두에 두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과거에 혈액 및 초음파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면 반드시 지금 상태와 비교해 봐야 할 것이다.

비만.당뇨.고지혈증.알코올 등의 요인들이 밝혀졌다면 식이요법, 적절한 운동, 약물 치료와 함께 음주를 절제하며 6개월을 보낸 뒤 다시 지방간의 상태를 재검진해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위의 요인들은 자신의 생활 습관을 재검토하고 개선하면서 모니터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러한 요인 질환이 발견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오랜 세월 동안 방치해 두었을 경우에는 단순한 지방간에서 지방 간염과 간경변과 같은 만성 간 질환으로까지 전개될 수 있다. 하지만 지방간의 뚜렷한 원인이 발견되지 않았더라도 정기적으로 전문의에게 검진을 받아 신체 증상, 신체검사, 혈액 검사, CT 등에서 큰 이상이 나타나지 않는지를 모니터해 보는 일도 중요하다.

아직 FDA의 승인을 받은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제는 없는 상황이지만, 여러 약제들이 활발히 연구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방간염이나 비알코올성 간의 섬유화가 조직검사로 확인되었을 경우, 더러 고용량의 바이타민 E나 당뇨약으로 사용되는 메트포민이나 TZDs등이 치료제로 사용되는 경우가 있을 뿐이다.

현철수 박사=존스홉킨스 대학에서 생물리학을 전공하고 마이애미 의과대학을 졸업했다. 조지타운 의과대학병원에서 내과 레지던시 후 예일 대학병원에서 위장, 간내과 전문의 과정을 수료하고 많은 임상 활동과 연구 경력을 쌓았다. 로체스터 대학에서 생물리학 박사, 시카고 대학에서 박사후 연구원 과정을 마쳤다. 스토니브룩 뉴욕주립 의과대학과 코넬 의과대학에서 위장내과, 간내과 교수를 겸임했다. 재미 한인의사협회 회장, 세계한인의사협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뉴저지주 의료감독위원회 위원이자 아시안 아메리칸 위암 테스크포스(Asian American Stomach Cancer Task Force)와 바이러스 간염 연구센터(Center for Viral Hepatitis)를 창설해 위암 및 간질환에 대한 캠페인과 나아가 문화, 인종적 격차에서 오는 글로벌 의료의 불균형에 대한 연구를 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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