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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 고] 댓글도 가꾸고 관리해야 한다

온라인 뉴스에 댓글이 처음 등장했을 때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댓글은 디지털 공론장과 숙의, 참여 민주주의 같은 개념과 함께했다.

하지만 댓글 때문에 개인이나 집단이 심각한 위해를 받는 일이 늘어나고 드루킹이나 국가정보원의 댓글 조작이 알려지면서 디지털 공론장에 대한 믿음도 사라져갔다. 최근 유명 연예인의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카카오는 연예뉴스 댓글을 잠정 폐지한다고 발표했다. 언론 생태계의 주요 참여자로서 주도적으로 변화의 의지를 표명한 것은 반갑지만, 과연 이것이 문제의 해법일까.

수영장이 생기면 수영할 수 있지만, 물에 빠지는 사람도 생긴다. 수영장을 잘 활용하려면 규칙이 필요하고 때로는 안전요원을 배치해야 한다. 디지털 공론장도 마찬가지다. 공론장의 가치를 인정하는 만큼 부작용이나 우리가 예측했던 범위를 벗어나는 일도 늘어난다. 디지털 공론장이 주는 혜택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댓글은 없애버리면 되는 것이 아니라 가꾸고 관리해야 한다.

언제 양질의 댓글이 보이고, 언제 근거 없는 배설적 반응만 증가하는지, 섹션이나 기사 구성에 따라 어떻게 다르게 나타나는지 우리는 모른다. 문제는 "댓글을 없애자", "그냥 두자" 주장만 많을 뿐 분석과 증거에 근거해 변화를 도입하거나 공론장의 품질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를 고안하는 등 체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과 애정이 부족했다는 데 있다.



표현의 자유나 언론 자유와 관련된 일이니 정부나 공공기관이 적극적으로 나서기 어렵다. 그러므로 언론사와 포털이 주도적으로 댓글 공간을 중재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허위 정보 증가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해 뉴욕타임스는 양질의 저널리즘을 지속해서 생산하는 것이 해법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댓글 문제도 이와 같다고 본다. 문제가 있는 댓글을 분리해 내고 규칙과 품질 기준을 널리 공표하며, 비판을 감수하더라도 공표한 기준에 부합하는 댓글을 독자들이 편하게 접할 수 있도록 전문가들이 나서서 중재해야 한다.

포털은 축적된 뉴스 소비 데이터를 기반으로 기계학습 등을 활용해 댓글 분류나 필터에 기여할 수 있는 기술적 해법을 시도해보기 바란다. 언론사도 댓글이 이미 저널리즘의 일부임을 인정하고 이를 끌어안는 접근을 기대한다. 기성 언론에 대한 신뢰가 낮은 시점에서 댓글은 이용자가 언론사와 만나는 주요 접점이므로 볼 만한 댓글은 충성도 있는 독자를 개발할 수 있다. 댓글 전문가를 양성한다면 이들은 해당 언론사의 조력자가 될 것이다. 담당 기자나 편집자가 양질의 댓글을 골라 인정하고 이를 별도로 추려 제시할 수도 있다. 저널리즘 연구에 따르면 기사 내용이나 구성은 댓글에 영향을 미친다.

장기적으로 디지털 공론장 가꾸기는 우리 모두의 문제라는 인식의 확대가 무엇보다 절실하다. 표현의 자유라는 절대적인 위세에 눌리고 여론의 향배가 두려워 댓글 공간이 쇠락하는 것을 보고만 있기보다 최소한 게임의 규칙을 하나씩 정하고 실천하여 표현의 자유와 디지털 공론장의 공익 사이에서 균형점을 추구하는 전문가 리더십이 필요하다.


김은미 /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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