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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세희 박사의 '몸&맘'] 부모에게 손 벌리는 자식

우리 사회의 전통적 혈연주의는 성인 자녀의 교육비와 용돈은 물론 결혼 자금과 주택 구입비까지 부모가 최대한 후원해야 된다는 편견을 양산했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애쓰는 부모 중엔 등골이 휘다 못해 법적·윤리적 죄악을 저지르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기업을 물려주기 위해 편법 증여를 마다하지 않는 총수, 자격 없는 자녀에게 교수 자리를 대물림하려는 학자, 뇌물·탈세 등을 일삼는 사회 지도층 인사, 친구·친지 심지어 형제간 의를 상하면서까지 '쩐의 전쟁'을 벌이는 보통 사람 등 계층도 다양하다. 과식하면 비만과 성인병이 초래되고 몸에 좋다는 운동도 지나치면 관절이 손상된다. 자식 사랑 역시 과하면 병적인 관계를 형성한다.

정으로 맺어진 듯 보이는 대한민국 부모 자식 관계가 사실은 부모의 경제력에 좌우된다는 연구 결과는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숭실대 정보사회학 정재기 교수).

정 교수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4개 국가를 대상으로 분가한 자녀가 60세 이상 된 부모를 찾아가는 요인을 조사한 결과 유독 우리나라만 부모의 소득과 관련이 깊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즉 부모의 소득이 낮을수록 자녀의 발길은 뜸하고, 부모의 소득이 1% 증가하면 자녀가 부모를 찾을 가능성은 2.07배 높았다. 반면 다른 OECD 국가에선 분가한 성인 자녀들이 부모의 소득과 무관하게 부모를 만났다.



구미 선진국에선 성인이 된 자녀의 경제적 독립이 당연시 여겨진다. 따라서 자식은 부모를 돈 때문이 아니라 정서적 교감을 위해 만난다. 하지만 결혼한 자녀에게까지 경제적 지원을 마다하지 않는 부모가 많은 대한민국에선 대부분의 자녀가 돈 문제는 가족과, 정서적 교감은 친구·동료에게서 구한다. 결과적으로 금전적 거래가 없는 부모하고는 만날 일도 적어지는 것이다.

성인 자녀와 부모의 바람직한 관계는 책임감과 경제적 자립을 전제로 한다. 17, 18세면 경제활동의 주체가 됐던 농경 사회와 달리 고학력 사회인 지금은 실질적인 성인이 되는 시기가 4~5년 늦춰졌다.

그렇다 하더라도 취직하고 결혼한 뒤에도 좀 더 편하게 살고자 부모의 경제적 지원을 바라는 태도는 건강한 정신 상태가 아니다. 자녀에겐 미숙하고 불안·초조한 정서가, 부모는 열등감과 불안감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심리 상담을 통해 정서 문제를 극복하고 건강한 부모 자녀 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 그래야 자녀도 성공적인 사회인이 되고 부모 자식 관계도 사랑을 나누는 사이로 발전할 수 있다.

▶한국 중앙일보 의학전문 기자 출신인 황세희 박사는 현재 국립중앙의료원 건강증진 예방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다.


황세희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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