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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산책] 친구를 만난다는 것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좋은 친구를 만나는 것처럼 행복감을 주는 일도 드문 것 같습니다. 사람에 따라 친구의 수가 많거나 적을 수도 있지만 친구가 있기에 우리 삶이 즐겁고 풍요로워지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혹시 여러분은 친구와의 만남과 친구가 아닌 사람과의 만남의 차이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있으신가요? 예를 들어 일로 얽힌 동료와의 만남과 퇴근 후 친구와의 만남은 무엇이 다를까요? 그냥 단순히 사적인 이야기를 편하게 할 수 있는지 여부에 따른 친밀도의 차이일까요? 아니면 다른 어떤 차이가 있어서 우리는 ‘친구’라는 존재와의 만남을 기다리게 되는 것일까요?

우선 ‘친구’라는 카테고리가 갖고 있는 특별함이 있습니다. 먼저 친구는 직장 동료와는 달리 내가 직접 선택해서 관계를 유지하는 흔치 않은 대상입니다. 아무리 가족을 사랑한다 해도 가족은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존재이지 내가 선택한 사람들이 아닙니다. 태어날 내 아이도 선택할 수가 없고, 내 집 이웃도 선택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선택 없이 주어지기만 하는 인간 관계망 속에서 친구는 내가 선택해서 만날 수 있는 몇 안 되는 소중한 이들입니다.

또한 친구는 서로에게 의무감 없이 동등한 관계를 맺는 특별한 대상입니다. 친구를 제외한 대부분의 관계에서 우리는 항상 위아래를 염두에 둡니다. 부모님, 직장 상사, 선배를 대할 때의 나와 동생, 부하직원, 내 아이를 대할 때의 나는 다른 사람이 됩니다. 하지만 나보다 사회적으로 지위가 높거나 크게 성공했다 해도 진정한 의미의 친구라면 그런 것들은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나와 똑같이 동등한 한 사람으로 서로를 대하게 됩니다.



더불어, 친구와의 만남이 행복감을 주는 또 다른 이유는 친구 만나는 목적 이외에 다른 숨은 목적이 없기 때문입니다. 즉, 만남 그 자체가 좋아 만나는 것이지 만남을 통해 서로에게 뭔가를 얻어내기 위해 만나는 것이 아닙니다. 현대 사회의 많은 만남은 특정 목적이 있는 만남인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런 만남은 현재 내 존재에 대한 관심보다 나에 관해 알고 있는 과거 내용을 갖고 나에게 다가와 내가 자신들에게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에 더 관심이 많습니다.

하지만 친구는 내 존재에 관심이 있습니다. 내가 최근에 어떤 새로운 일이나 재미난 일, 어려운 일이나 황당한 일을 겪었으며, 그 일을 통해 내가 지금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에 대해 묻고 이야기하게 됩니다. 친구의 이런 관심은 내게 따뜻한 햇살처럼 다가와 나도 모르게 눌러놓았던 감정들, 한쪽으로 치워놓았던 생각들을 표현하게 만들고, 나조차도 몰랐던 내 마음 상태에 대해 새로이 알게 되면서 위로도 받게 됩니다.

그런 존재와의 만남은 함께 있는 시간 자체를 즐기게 되는 드문 경험을 하게 만들어줍니다. 친구와 밥을 먹으면서 같이 이야기를 한다면 그 밥 먹는 시간 자체를 즐기게 됩니다.

친구 덕분에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되기도 합니다. 새로운 동네에 가본다거나, 평소에 가지 않던 음악회나 전시회에 가본다거나, 책이나 드라마를 추천받는다거나, 무언가를 새로 배우게 되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즉, 우리는 친구 덕분에 새로움과 만나게 되고 그 과정을 통해 삶이 풍성하다고 느끼게 됩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것이 그러하듯 친구도 역시 영원하지는 않습니다. 밀물처럼 내게 다가왔다 썰물처럼 인연이 다하면 멀어지기도 합니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외로워하고 미안해하면서 자기 스스로를 돌아보게 됩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새로운 친구가 생기게 되면 관심을 주고받으며 서로를 조금씩 또 성장시켜 나갑니다.


혜민스님 / 마음치유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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