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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 교육 상황, 이보다 더 나쁘기는 어렵다

교육이 지난 3월부터 6개월째 답보 중이다.
여름 방학 동안은 원래 쉬어가는 기간이니까 포함하면 안 된다고 할 수 있겠지만, 봄 학기를 준비 안 된 채 맞닥뜨린 원거리 교육으로 흐지부지 보내버린 상황에서 가을 학기에 대한 준비를 이렇게밖에 하지 못했다는 것은 명백한 실책이다.
심지어 이름조차 통일하지 못하고 있다. 가상 교육(Virtual Education), 원거리 배움(Distance Learning), 배움의 지속(Continuity of Learning), 가상 교실(Virtual Class) 등 중구난방이다.

각 카운티 교육청마다 약간의 차이는 있겠지만 지난 봄 학기 온라인 수업은 대부분 일주일 단위로 각 학과목마다 30분~45분가량의 화상 수업이 한 번씩 이뤄졌다. 화상 수업 시간에 나갈 수 있는 진도는 극히 적었고, 나머지 시간은 숙제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었다.
그러고도 남는 시간은 서로의 안부 묻기 또는 질문하기였다. 질문이 없으면 수업을 5~10분 일찍 끝내는 것은 다반사였다. 최악의 경우, 옆에서 잔소리할 부모가 없어 20~30분 뒤늦게 참여한 학생은 그날 배운 게 아무 것도 없다.

수업 시간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가을 학기엔 월요일부터 금요일, 오전 8:30부터 오후 3시경까지 짜임새 있는 스케줄을 실행하고 있다. 하루에 네다섯 시간을 컴퓨터 앞에 앉아 수업을 해야 하는 상황에서 지정된 ‘수업/공부 공간’이 필요한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형제 또는 자매와 방을 같이 쓰고 있거나 재택근무를 하는 부모가 이미 조용한 공간을 차지하고 있다면 난감해진다.

형제/자매가 방도 함께 써야 하는 가정에서 자녀마다 컴퓨터를 사주기는 쉽지 않다. 볼티모어시 교육청이 극빈 지역 학생들에게 크롬북(랩탑)과 인터넷 서비스를 제시간에 공급하지 못해 다수의 학생이 수업에 참여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을 때, 지리적으로 불과 30분 떨어진 하워드 카운티에서는 필요하다고 신청도 하지 않은 학생들까지 새 크롬북을 배부받았다.
개학 첫날 여기저기서 ‘기술적 문제’가 속출했다. 폭주한 접속량을 서버가 감당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되고 있지만, 공식적인 해명은 없었다.

그 후로도 스트리밍이 원활하지 않은 순간이 있어 교사의 말이나 화면이 끊겼다가 연결되거나 늘어지는 등 ‘기술적 문제’는 당분간 쉽게 목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배가 지긋한 교사보다 초등학생이 웹 툴 사용에 훨씬 익숙해 학생들끼리 서로 ‘요령’을 가르치는 웃지 못할 상황도 흔하다.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학부모 참여도가 만들어낼 학업 성취의 격차다. 고학력 부모, 본인만의 공간, 첨단 컴퓨터를 비롯한 모든 지원으로 무장한 학생과 저학력 또는 이민자 부모, 부족한 지원과 열악한 환경에 오롯이 내던져진 학생은 출발선부터가 달라도 한참 다르다.
그리고 이런 차이가 만들어지는 기준은 사회의 다른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돈이다. 2018년 한국에서 신드롬을 일으킨 ‘스카이 캐슬’을 떠올리면 금방 이해할 수 있다.
현대의 ‘교육’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이렇게 약육강식 생존 투쟁의 도구로 전락한 것이 ‘교육’의 민낯이다.

일부 학부모들이 ‘교육 평등’을 주장하며 교육청과 행정부를 강하게 비난하고 있지만, 그 불만이 받아들여져 쓸만한 해결책이 나오기도 전에 자녀들은 모두 학교를 졸업하게 될 것이다.

교육청이라는 조직이 너무 거대해져 유동적으로 움직일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도 있지만, 흔히 주장하는 ‘평등’의 궁극적 목적이 진정한 배움이 아닌 기득권 진입을 위한 ‘자리싸움’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육청, 교사, 학부모, 학생 모두가 코비드-19의 피해자다.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하는 건 지금으로선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내 아이가 좋은 대학에 들어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겠다고 열심을 내는 걸 말릴 수는 없지만, 그렇게 사랑해 마지않는 내 아이의 인생에 있어 대학 입학은 종점이 아니라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이렇게 진흙탕 같은 곳에서도 분명히 연꽃처럼 피어나는 아이들이 있을 것이다. 대학 입학 요강을 섭렵하기 전에 어디에서도 뿌리를 내릴 수 있는 강한 생명력을 길러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는 것을 부모들부터 깨달아야 한다.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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