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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선 후보 TV토론은 왜 하나?

미국 대선 후보 TV토론에는 하나의 철칙이 있다. ‘상대방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선제공격하라’이다. 상대의 공격을 인정하는 순간 게임은 끝나기 때문이다.

11월 대선을 앞두고 가진 첫 번째 TV토론에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는 그야말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치열한 공방전을 펼쳤다. 이전투구(泥田鬪狗)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두 후보는 첫 번째 토론주제부터 격하게 충돌했다. 바이든은 대법원 확대문제에 대한 질문에 오히려 투표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확답을 하지 않았다. 이에 트럼프가 입장을 밝히라고 거듭 압박하자 그는 “좀 닥쳐주시지?”(Will you shut up, man?)라고 맞받아쳤다. 또 “계속 떠들어”(Keep yapping, man)라는 표현까지 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만만찮은 막말과 인신공격으로 맞섰다. 바이든 후보를 “반에서 성적이 가장 나빴다”고 몰아세웠다. 또한 끊임없는 끼어들기로 상대방의 발언을 방해했다. 고품격의 해학은 두 후보 모두에게서 아예 찾아볼 수 없었다.



CNN 방송과 여론조사 기관인 SSRS는 토론회가 끝난 직후 바이든 후보가 트럼프 대통령보다 우세했다(60% vs 28%)는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그다지 믿음이 가지 않는다. CNN은 친민주당 성향이다. 게다가 시간이 촉박한 탓인지 표본집단이 고작 568명에 불과하다. 오차범위도 무려 ±6.3%이다.

지난 2016년 첫 대선 TV 토론회 직후 실시한 조사에서도 당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62%를 기록해 트럼프 공화당 후보(27%)보다 우위를 나타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굳이 바이든이 이겼다면 ‘상처뿐인 영광’일 것이다. 백중세라 보는 것이 적절하다. 물론 바이든은 선방했다. 토론에서 열세를 보일 것이라는 우려를 씻고 트럼프와 맞서 설전을 벌였다. 반면, 트럼프도 바이든을 진흙탕으로 끌어들이는 데 성공해손해 본 장사는 아니다. 바이든도 또 하나의 ‘싸움닭’에 불과하다는 이미지를 심은 것이다. 그는 그동안 ‘점잖은 노신사’의 이미지가 강했다. 실제 바이든이 토론 도중 트럼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광대’(clown), ‘푸틴의 꼭두각시’라는 저급한(?) 표현을 쓴 것은 이를 잘 반증한다.

필자가 처음으로 미국 대통령 선거에 나서는 후보자 간 TV토론을 본 것은 대학생 시절이었다. 당시 ‘미국 정부론’을 수강했는데, 담당 교수가 강의 도중 민주당 후보인 지미 카터 대통령과 로널드 레이건 후보 간 토론을 녹화한 프로그램을 보여주며 두 후보의 토론내용과 느낀 점을 요약해서 제출하라고 했다.

토론 내용은 절반도 소화하지 못했지만 40년이 지난 지금까지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는 것은 두 후보자 간 이미지였다. 카터 대통령은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토론회에 임한 반면, 레이건 후보는 그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장난기 있는 웃음을 지었다.

카터는 사회보장 정책에 대해서 조금 과장해서 인상을 쓰고 설명했다. 중요한 주제이기는 하나 지루하게 말하니 시청자 입장에서는 흥미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레이건은 이를 재치있게 받아쳤다.

“당신, 또 시작이군요(There you go again).”

상대 후보의 주장이 터무니없다는 뜻을 익살스러운 표정 연기와 제스처와 함께 확실하게 전달했다. 이 말을 할 때 청중들도 함께 웃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레이건은 배우 출신답게 자연스럽게 자기 생각을 풍부한 표정과 제스처로 전달해 대중에게 여유롭고 믿을 수 있는 후보라는 이미지를 굳혔다.

담당 교수는 이와 관련, 다음과 같이 코멘트를 했다.

1960년 존 F. 케네디와 리처드 닉슨의 TV토론에선 정반대 이미지였단다. 당시 닉슨은 여유를 부렸고, 케네디는 진지했다. 하지만 닉슨은 뭔가 노회한 분위기를 주었고, 케네디는 젊은 정치인이 진실해 보인다는 이미지를 심는 데 성공했다.

이처럼 대선후보 TV토론은 대중들에게 후보자의 이미지를 강하게 심어주는 선거 도구이자 수단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정책과 공약 내용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적다. 그렇다면 트럼프와 바이든은 이번 TV토론을 통해 미국민들에게 어떤 이미지를 심어주었을까? 대선후보 TV토론은 10월 15일(내쉬빌)과 22일(마이애미)에 두 차례 더 예정돼 있다. 10월 7일엔 부통령 토론도 남아있다.


권영일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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