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중앙 칼럼] 경제 원칙론과 온정주의의 경계

사안을 보는 시선들은 서로 같지 않을 때가 많다. 로르샤흐 테스트처럼 같은 그림을 봐도 누군가는 예수의 형상을, 다른 누군가는 박쥐를 본다. 한인 경제권의 몇몇 이슈들도 그렇다.

퍼클로로에틸렌(이하 퍼크)을 사용하는 세탁소는 연말까지 기계를 교체해야 한다. 남가주 한인 업소 약 1000개 중 150여 곳이 해당된다. 기계 교체비는 대당 최소 5만 달러 이상이다. “코로나로 매출도 줄었을 텐데…” 하는 동정론이 일었다. 반면 유해성이 알려진 1990년대 초 이후 퍼크 퇴출은 예정된 수순이라는 냉철한 반응도 있었다. 미리 준비하지 않은 업주 탓에 환경과 건강을 양보할 수 없다는 원칙론과 과정은 아쉽지만 업주도 당장은 먹고 살아야 할 것 아니냐는 온정주의로 나뉘었다.

행동하는 이들은 한인사회 곳곳에서 도울 일이 없냐며 연락해왔다. 시한 연장을 요구하는 각기 다른 서명의 편지들이 가주 정부로 발송되고 있다.

한인 의류업체 앰비앙스는 이런 생각의 차이를 보다 극명하게 보여줬다. 이 회사는 관세 탈루와 세금 포탈로 연방 검찰과 1억1800만 달러의 추징금에 합의했다. 대다수의 한인은 거액에 우선 놀랐고, 불법 사실에 분노했으며, 상대적 박탈감으로 허탈해 했다. 소수의견으로 “심하지 않으면 어느 정도는 관행”이란 반응도 있었지만 다수의 위세에 눌려 곧 침묵했다. 납세의 의무를 이길 카드는 없으니까.



그런데 최근 트럼프 대통령이 한 해 소득세로 750달러를 납부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이 놀라운 절세의 기술을 국세청(IRS)이 나서서 털면 과연 불법의 먼지는 단 한 톨도 나오지 않을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파운틴밸리의 코스트코 매장에서 코냑 2병을 훔친 남성에 대해서도 시각차가 있다. 저지하는 보안요원을 향해 커터 칼을 휘두르다 체포된 그에게 법원은 81년간 가석방 없는 3번의 종신형을 선고했다. LA타임스는 다음 달 주민투표를 앞두고 2003년 실제로 있었던 이 사건을 재조명했다. 쟁점은 단순 절도를 중범죄로 처벌할 수 있는 피해 금액 950달러 이상의 현재 기준을 250달러로 낮추자는 주민발의안20이다. 반대 측은 코로나로 힘든 상황에서 ‘현대판 장발장’만 양산할 것이란 주장이다.

그러나 그로서리스토어의 사정을 들어보면 일견 공감도 된다. 지난해 업계 절도 피해액만 617억 달러에 달했다는 통계 때문이다.

퍼크 세탁소는 코로나에 따른 매출 감소라는 정상 참작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이미 수년 전부터 예고됐고 추진돼 온 사안인 까닭이다. 어쩌면 1년 정도 연기할 수 있겠지만. 앰비앙스는 사측이 직접 불법을 인정한 만큼 재고의 여지가 없다. 오너에 대한 재판도 별도로 진행 중이다. 법원의 판단을 지켜보면 된다. 대통령의 절세는 확인이 쉽지 않다. 본인이 수백만 달러를 냈다고 전혀 다른 주장을 하기 때문이다. 주민발의안20은 유권자가 소신대로 투표하면 될 일이다. 불행 중 다행은 3번의 종신형을 받은 절도범은 이후 재심이 이뤄져 18년을 복역하고 올해 초 풀려났다. 이렇게 쟁점들을 정리해봤지만 그래도 불만인 시선들이 느껴진다.

코로나 이후 반년 넘게 재택근무 중인 김모씨는 최근 깨달은 게 있다. 출근하지 않는데 돌아가는 사무실과 업무 걱정을 하지 않는 직원들이 이상했던 차다. 일주일에 한 번 진행하는 전체 온라인 미팅도 상당 시간은 서로의 안부를 묻는 데 할애된다. 그는 “기대치는 낮추고 사람을 챙기는 것이 신의 한 수였다”며 “어차피 이전과는 달라진 세상에서 기존 잣대로 잴 수 있는 것은 거의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코로나 때문에 나가야 할 항로가 잘 안 보인다면 작은 나침반이라도 될까 싶어 소개 했다.


류정일 / 경제부 부장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