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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후세에 남길 자랑스러운 이민역사

1990년대 후반에도 인종차별이 심했다. 한인과 중국인 등 ‘아시안’을 호칭하는 단어는 ‘오리엔탈’이었다. 그 단어 속에는 동그란 얼굴에 쌍꺼풀 없는 눈, 검은 머리카락의 이미지가 함축돼 있다.

미국인들에게 동양인이란 동그란 얼굴에 검은 머리, 찢어진 눈이다. 놀림의 대상에게는 그 앞에 ‘차이니스(중국인)’가 붙었다. 벗어날 수 없는 동양인 이미지였다.

2000년대 초반부터 조금씩 아시안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미국에서 출생한 2세들은 자신을 ‘아시안 아메리칸’으로 호칭했다. 아시안 아메리칸이라는 단어가 주는 이미지는 ‘오리엔탈’과 다르다. 공부를 잘하는, 특히 수학에서 압도적인 실력을 보여주는, 똑똑한 모습과 영어를 부드럽게 구사하는 이미지가 보였다.

지금은 학생 클럽부터 각종 단체 이름에 자연스럽게 ‘아시안 아메리칸’이 들어가고 있지만 그 당시엔 새로운 명칭이었다.



‘아시안’이라는 호칭은 투쟁으로 쟁취한 것이다. 50년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1968년 11월 샌프란시스코 주립대에서 시작된 파업이 시작이다.

당시 샌프란시스코 주립대와 UC버클리에 다니던 소수계 학생들은 백인 중심의 유럽 문화로 가득 찬 대학에 소수계의 문화와 역사, 언어를 공부할 수 있는 인종학 연구 커리큘럼을 설치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 소수계 단체의 이름은 ‘제3세계해방전선(TWLF)’. 라틴아메리칸학생회와 사회행동을 위한 중국대학생협, 멕시칸아메리칸학생연합, 필리핀아메리칸대학생회, 인디언학생연합, 아시안정치연합 등 아시안 학생 단체들이 힘을 합쳤다. 이들은 학문 연구를 위해 파업을 불사했다.

5개월이 넘게 이어진 파업은 결국 당시 대학 행정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로널드 레이건 가주 주지사의 관심을 끌어냈고 1969년 샌프란시스코 주립대는 미국에서 최초로 인종학과를 개설했다. 그후 대학들은 앞다퉈 인종학을 만들고, 백인 일색이던 교수들도 조금씩 유색 인종 교수들로 채워갔다.

TWLF가 싸울 수 있던 배경에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목사와 맬컴 엑스가 불을 지피고 이어갔던 흑인 인식 운동과 인권 운동이 있다. 백인 중심의 사회에 ‘정의와 평등’을 끊임없이 외친 흑인들의 목소리에 자극을 받은 TWLF는 아시안의 정체성을 미 주류사회에 알리는 도전을 시작했다. 앞서 이미 그 길을 걸어가고 있던 흑인학생연합(BSU)은 TWLF를 적극 지원했다. BSU의 지원이 없었다면 아마 ‘아시안’이라는 단어는 훨씬 더 늦게 등장했을지 모른다.

새삼 아시안이라는 이름을 돌아본 건 ‘남기고 싶은’ 이민사를 쓰면서부터다. 한인사회의 큰 어른 민병수 변호사와의 인터뷰 시작부터 지금까지 모든 이야기는 ‘남기고 싶은 이야기’였다. 지금은 사라진 주류사회의 모습부터 한인들의 당시 생활과 도전, 성공 이야기들은 미국이란 나라에 인종차별을 견디며 뿌리를 내린 한인사회의 성장기였다.

한인사회의 토대를 만들고 발전시켜온 1세대가 하나둘씩 시간의 흐름 뒤로 사라져가고 있다. 민 변호사도 지난 시간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다. 그가 '남기고 싶은 이야기'를 통해 중앙일보 독자들에게 말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의 경력이 아니라 그의 삶을 통해 비치는 한인사회다. 그렇기에 팁 50센트를 받고 울컥한 속마음도, 아무에게도 공개하지 않았던 불법체류자로서의 삶도 가감없이 들려줬다. 남은 그의 이야기에서도 소중한 경험들을 들려줄 것이다.

그가 말하는 모든 건 한인사회의 밑거름이자 든든한 받침돌이다. 그걸 딛고 한인사회는 계속 성장하고 있다. 이민 선배들의 힘든 여정을 들으니 지금 한인 커뮤니티가 경험하는 자유가 감사하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앞으로 우리가 한인 사회의 미래들에게 남겨줄 이야기가 될 것이다.


장연화 / 사회부 부국장·중앙교육연구소 부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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