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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네트워크] 코로나에 발목 잡힌 트럼프

재선을 노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가장 피하고 싶은 주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다.

수천만 명 실업을 감수하고 미 전역을 닫다시피 했는데도 750만 명 감염, 21만 명이 숨진 방역 실패는 변명이 잘 통하지 않는다.

루스 베이더 긴스버그 연방대법관 사망으로 후임 지명 권한을 얻은 건 선거 이슈를 바꿀 절호의 기회였다. 연방대법관은 종신직이어서 보수 성향 대법관 하나 잘 고르면 최장 8년인 대통령 임기보다 오래 미국 사회에 보수의 가치를 심을 수 있다. 트럼프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보수 유권자도 환호할만한 일이다.

똑똑하고 젊은 에이미 코니 배럿 판사를 지명했다. 그가 인준되면 공화당 지명 대법관 6명, 민주당 3명이 돼 이념 지형이 보수로 확 기운다. 이를 저지하기 위한 새로운 전장(戰場)이 열리면 민주당 관심도 코로나19 심판론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배럿을 지명하는 행사는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보수 인사 150명이 마스크 없이 촘촘하게 배열된 좌석에서 행사에 참여했다. 서로 끌어안고 인사 나누는 모습은 초현실적으로 느껴질 정도였다.



운명의 장난일까. 그 자리가 백악관 코로나19 진앙이 됐다. 트럼프 부부를 비롯해 10명 이상 확진됐다. 코로나19를 덮을 수 있다는 기대는 더 큰 코로나19로 돌아왔다. 병원에 입원하는 모습까지 보여주게 됐다.

대선을 30여일 앞두고 하루 몇 군데를 뛰어도 부족할 판에 발이 완전히 묶였다. 아버지 영향으로 ‘아프면 패배자’라는 인식도 있다. 그가 생각해낸 방법은 괜찮아 보이는 것. 차 타고 병원 앞 한 바퀴 돌기, 완치 전 조기 퇴원, 감염 중 집무실 복귀 같은 기행이 나왔다.

트럼프가 감염되면 그간 코로나19를 경시한 것을 반성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다. 달라진 게 있다면 전보다 더 독하게 코로나19를 무시한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를 내뿜는 사람이 마스크를 벗어 던지니 이보다 더 독할 수는 없다. ‘노 마스크’ 트럼프 바로 뒤에서 사진을 찍은 백악관 사진사는 극한 직업이 됐다.

비판이 나오자 트럼프 참모는 “숨을 뒤로 쉬는 것도 아니지 않냐”고 했다. 직원 건강을 위협한다는 비판이 계속되자 “코로나19는 사형 선고가 아니다”라고 항변할 때는 귀를 의심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코로나19가 아니라 선거 당락이 생과 사를 가르는 것일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바이러스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고 경고한다. 최고 의료진이 최신 약을 써도 비만하고 기저질환 있는 74세 남성 환자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더는 세계를 놀라게 할 ‘옥토버 서프라이즈’가 없기를 바란다.


박현영 / 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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