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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홍영 칼럼] 있는지 없는지 모르는 것들의 고마움

미국에 와서 1995년까지 23년 사는 동안 위장이 불편했다. 위산과다라는 처방으로 약도 먹었고, 병원에 자주 갔다. 사람들은 미국 생활 스트레스 많아서 그렇다고 해서 그러려니 했다.

사실은 미국에 오기 전 한국에서 살 때도, 위가 불편한 적이 많고 어려서부터 잘 체하여 충청도 산골에서 체하면 수도 없이 침을 맞았다. 1995년 이후엔 위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되었다.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박테리아를 없애는 약을 먹고부터 위장이 거기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살게 되었다.

오하이오 살 때 10명의 한인이 모인 파티에서, 구강 악취 때문에 치과에 가서 수술해도 소용없더니 H. 파일로리 약을 먹으니 간단하게 구강 악취가 없어졌다고 한 의사가 말했다.

“H. 파일로리가 구강 악취의 원인이란 말이야?”
“그렇다니까. 구강 악취의 원인은 여러 가지 있지만, 나의 경우는 그랬어!”


“나는 어려서부터 위산과다로 고생했는데, 나도 그 박테리아에 감염되었을 가능성이 높겠네?”

나의 물음에 거기 있던 내과 의사가 피검사를 하면 정확하게 감염 여부를 안다고 했다. 내과 의사에게서 피검사 하는 처방전을 즉석에서 받았다.

병원에 가서 피검사를 하고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파일로리 병균에 대해서 알아보았다. 인터넷에 ‘Helicobacter Pylori Foundation’ 웹 페이지에는 파일로리에 관한 정보가 상세하게 있었다. 파일로리 박테리아가 위궤양, 십이지장 궤양뿐 아니라 위암, 임파선 암의 원인도 된다고 한다. 1990년대만 해도 한국 사람은 80%, 중국은 70%, 일본이 50%, 북미는 30% 오스트레일리아는 20%가 그 박테리아에 감염되었다고 했다.

1983년 생리학자 마샬이 위 속에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고 했을 때 많은 과학자가 말도 안 된다고 무시했다. 그때 까진 음식물과 같이 들어간 병균은 강한 위산에 전부 죽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의 주장이 10년 정도 지나서야 엄청난 폭발적인 반응이 왔다. 각국의 수많은 과학자가 H. 파일로리 연구에 몰두했다. 지구 위에 반수 이상의 사람들이 그 병균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고, 보균자는 각종의 위병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과 세계 굴지의 제약회사는 그 병균보유 진단 방법과 치유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강한 산성의 위액으로부터 위를 보호하기 위해, 위 표피의 세포가 젤리 같은 점막층으로 덮여있는데 H. 파일로리는 그 점막의 층 밑과 위 세포 사이에 숨어서 살기에 위산으로부터 보호받는다고 했다.

나의 피검사 결과가 나왔다.
“H. Pylori Antibody – 파지티브.”

확실하게 내 위 속에 그 박테리아가 살고 있다고 증명되었다. 내과 의사의 처방전을 받을 때 아내 것도 받았다. 아내와 나는 약을 사다가 하루에 세 번씩, 이 주일, 그리고 하루에 한 번씩 이 주일 먹었다. 약을 싫어하는 나는 일생에서 제일 긴 기간을 약을 먹었다. 처방전에 쓰인 대로 약을 꼬박꼬박 먹었더니, 정말 그 후 지급까지 위가 있는지 없는지 모르고 산다. 파일로리 균을 발견한 생리학자 ‘Barry J. Marshall’은 세계의 수많은 사람에게 공헌한 공로로 2005년 노벨상을 받았다.

두 손바닥으로 위가 있는 배 위를 슬슬 쓸어본다. 손바닥과 배가 따스해진다. ‘고마워 위야, 네가 말썽부리지 않고 소화기능을 하기에 내가 살아간다. 내가 먹는 음식을 독한 산성의 위 주머니 속에서 분자 수준으로 작게 분해하여 세포막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소화작용, 신비한 화학 작용을 네가 하기에 내가 살아간다. 고마워. 감사해.’

눈을 감고 속삭이며 배를 쓸어준다. 마음이 편하다. 주위를 보면 유방, 전립선, 대장, 위, 혈관, 호흡기관, 임파선, 파킨슨병, 치매 등 수많은 암과 다른 질환으로 죽어가는 사람들의 소망 공통점이 있다. 병이 치유되어 다시 산다면, 재산, 프라이드 다 내려놓고 감사하며 열심히 다시 살겠노라고.

내 수많은 지체도 병들어 나를 죽음의 공포까지 몰고 갈 수 있는데, 있는지 없는지 모를 내 지체 하나하나를 생각하며 그들이 고장도 나지 않고 행하는 놀라운 기능을 감사한다면 감사할 것이 너무 많아 근심 걱정 않으며 행복한 사람이 되지 않을까? 감사하고 행복한 사람은 면역력은 더 생겨 외부에서 들어 오는 병균도 물리치고, 돌연변이로 생기는 암세포도 공격하는 능력이 늘어나 병으로부터 나를 더 지켜주지 않을까?

오늘은 위, 내일은 심장에 대하여 감사해야지. 심장 기능 그 신비 막강한 기능을 알아보고, 여태껏 있는지 없는지 모르게 나를 살려가는 나의 심장을. 감사할 것을 찾으면 내 몸만 해도 수많은 지체가 있다. 있는지 없는지 모를 고마운 것들이 어찌 내 몸의 지체뿐이랴. 항상 곁에 있는 아내, 가족들, 친구들, 이웃들, 자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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