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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산책] 한국전쟁 70주년과 예술의 힘

첼리스트 요요마의 인터뷰 기사를 읽다가 한 구절에 멈춰서 생각이 깊어졌다. 6.25 한국전쟁 70주년에 즈음한 때이고, 남북관계가 매우 수상하게 급변하고 있어서 한층 각별했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알아야 한다. 예를 들어, 한국 전쟁을 알아야 한다. 한국의 특정 세대는 모두가 끔찍한 전쟁을 겪었다. 그들의 정신적 상처와 극복 과정을 알 때 나 자신과 세계의 관계에 대해 알게 된다."(중앙일보 김호정 음악전문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요요마의 예술관을 잘 드러내는 말이다. 또한 예술의 사회적 기능에 대해서도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주는 말이기도 하다. 다른 사람의 내면을 이해하고 성찰하는 노력을 통해 자신과 세계의 관계를 객관적으로 살피고 정립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니까, 음악이 그저 연주 잘하고 아름다우면 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와의 관계 속에서 건강하게 존재해야 한다는 생각인 것이다. 물론 음악적으로 충분히 성숙한 다음에 가능한 이야기다.

요요마가 음악 세계를 넓히기 위해 하버드대학에서 인류학을 공부했다는 사실은 많은 것을 말해준다. 그가 의욕적으로 펼쳐온 ‘실크로드 프로젝트’나 ‘바흐 프로젝트’도 인류학이나 인문학의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단순히 사회 참여나 행동하는 예술가의 차원을 넘어서는 세계다.



음악인 요요마는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서 바흐를 연주하는 등 ‘행동의 날(Day of Action)’을 통해 미국, 그리스 등 여러 곳에서 이민정책, 지역 사회의 문화, 노숙자 문제에 대해 발언하고 있다.

그런 활동의 하나로 지난 2019년 9월 9일, 파주 비무장지대(DMZ) 안에 있는 도라산역에서 열린 ‘DMZ 평화음악회’에 참가해 연주하기도 했다.

‘요요마 바흐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열린 이 음악회에서 그는 대표곡인 바흐 무반주 첼로곡을 연주하고 국악인 김덕수, 안숙선 명창과 ‘아리랑’을 협연해 진한 감동을 주었다.(이 공연 영상은 유튜브에서 볼 수 있다)

음악을 통해 단절된 시간과 공간, 역사를 치유하고 문화로 이으려는 이 공연은 "음악으로 국경을 허물 수 있다” “문화는 벽이 아닌 다리를 만들어준다”는 요요마의 신념을 행동으로 옮긴 것이다. 말하자면 베를린 장벽이 무너진 감격을 베토벤의 교향곡 9번 연주로 전 세계에 전한 것과 같은 생각인 것이다.

요요마의 말대로 음악으로 국경을 허물 수 있다. 그래서 그동안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기원하는 많은 음악회나 문화축제가 휴전선 근방에서 열렸다. 뉴욕필의 평양 연주회에서 로린 마젤의 지휘로 ‘아리랑’을 연주한 장면도 감동적이었다. 문화의 힘이다.

올해는 6.25 한국전쟁 70주년이 되는 특별한 해다. 70년이 뭐 대수로운 것은 아닐지 몰라도, 그래도 평소보다는 깊고 진지하게 한국전쟁에 대해 되짚어볼 필요는 있을 것이다. 평화를 기원하는 다채로운 문화행사도 활발하게 열리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데 코로나 사태로 인해 그런 특별한 행사들이 가능할지 의문이다. 한국에서는 몰라도 미주 한인사회에서는 불가능해 보인다. 관계자들은 의욕적으로 준비했던 행사들이 거의 무산되었다고 안타까워한다.

지금 우리가 70년 전 6월 25일을 되새겨야 하는 까닭은 아주 간단하고 분명하다. 다시는 그런 비극이 되풀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평화 정착을 위해 우리 같은 백성들이 막상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어 보인다. 평화를 위해 기도하고, 우리 주위에 생존해 계신 참전용사들에게 감사를 전하는 일이나 가능할까. 답답하다. 그래도 우리가 머리 숙여 드리는 평화의 기도가 결국은 전해질 것으로 믿는다. 믿고 싶다.


장소현 / 시인·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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