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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귀양살이

십여년 전(2004) 우리가 플로리다로 은퇴를 결정했을 때 남편의 대선배이신 Dr. H 선생님께서는 “아니 그곳은 꼭 ‘귀양살이’ 하러 가는 곳 같던데 그래도 되는 건가?” 하시던 말씀이 지금까지도 내 뇌리에 머물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그 오랜 세월 뉴욕 같은 큰 도시에서만 살던 사람이었으니모두 놀라워했다. 생각하면, 그 당시 나는 원래 뉴욕을 좋아해 은퇴하면 할 일이 많을 것 같았다. 그동안 보고 싶었던 것, 가고 싶었던 곳, 공부하고 싶었던 것…이 모든 것들을 훌훌 떨어버리고 남편 따라 이곳 플로리다에 정착하고 보니 참으로 별천지였다. 하늘은 맑고 늘 푸르르며, 공기 또한 청정한데 떠다니는 구름은 변화무쌍 그렇게 아름다울 수가 없었다. 거기에 더해 이곳은 ‘골프의 천국’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곳이었다. 나는 속으로 이런 별천지라면 은퇴 후 귀양살이하는 것도 괜찮겠다고 마음이 많이 누그러지고 있었다.

그러면서 세월이 흘러 몇 년을 그이는 이곳에서 느긋하게 삶을 즐기다가 떠났다. 그 당시 나는 이곳을 떠나려고 했지만 이곳에서의 삶 또한 늙어가는 우리에게 활력을 주는 것이기에 오늘에 이르기까지 뉴저지를 왕복하며 이곳에서의 삶을 즐기고 있었다. 그동안 많은 세월이 흘러 팔십줄에 이르고 보니 요즈음 아이들 있는 뉴저지로 이주를 결정하고 있는 이때 온 세계가소리 없이 닥친 코로나19에 직면하게 된 것이다.

매년 5월 초면 뉴저지로 올라가 11월 초면 이곳에 내려오던 일상생활을 정지당한 체 오늘도 플로리다에 머무르고 있다. 요즈음 우리는 부모와 자식도 얼굴을 볼 수 없는 시대에 살며 집콕(stay home), Social Distance를 지켜야 하기에 누구나 고립과 단절로 매일 살고 있다. 몇 달 전 이 생활이 시작될 때는 너무나 심신이 답답해 삶의 기력을 잃고 마음에 안정을 찾을 수가 없었는데 나는 문득 십여 년 전에 선배님이 말씀하셨든 ‘귀양살이’란 말씀이 번쩍 마음에 떠올랐다.

귀양살이라…. 원래 귀양살이란 조선 시대의유배 생활을 말하는데 세상과 동떨어져 외롭고 불편하게 지내는 답답한 생활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써 조선 후기 목민심서(여유당전서) 등을 저술한 유학자, 실학자인 다산 정약용(1762~1836) 선생의 귀양살이 시문학 유배시집을 보면서, 요즈음 나의 생활이 영락없는 귀양살이처럼 생각되었다. 귀양살이가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렇게 많은 책을 저술하면서도 간간이 ‘귀양살이의 8가지 취미생활’을 그의 시문학, 유배시집에서 볼 수 있다. ①바람 읊기②달 노래하기 ③구름보기 ④비대하기 ⑤산 오르기⑥물 만나기⑦꽃 찾기⑧버들 따라 하기 등 심신의 재충전이 우리 인간에게는 필요한 것이다.



매년 여름이면 뉴저지에 올라가 아이들과 여행도 다니고 맨해튼 나가 사람 물결에 휩싸여 정신을 쑥 빼는 사는 맛이 그립기도 하지만 올해는 이곳에서 마음을 가다듬고, 취미생활도 하면서 그래도 간간이 골프도 치고 청정한 푸른 하늘 아래 펼쳐지는 변화무쌍한 구름을 벗 삼아 플로리다를 사랑하리라 마음을 다잡는다. 우리는 모두 이 어려운 시기에 나름대로 각자의 귀양살이를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른 시일 내에 이 귀양살이를 청산하고 본래의 우리의 모습으로 되돌아가기를 기원한다.


정순덕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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