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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아이] 확진자X의 비밀

일본 긴급사태선언이 해제된 뒤, 한 대형 패스트푸드 업체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깜짝 놀랐다. 매장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나와서 휴업을 했다가 다시 영업을 시작한다는 공지가 9개나 올라와 있었기 때문이다. 전국 9곳 매장에서 코로나19 확진자X가 있었다는 얘기였다. 처음 듣는 얘기였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편의점 업체 홈페이지에도 들어가봤다. 역시 확진자X(주로 종업원)가 있었다. 확진자X가 머물렀던 매장은 18곳이나 됐다. 이런 소식은 단 한번도 TV나 신문에서 접한 적이 없었던 터라 마치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린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일본 정부는 코로나19 확진자의 상세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다. 구(區) 단위의 거주지역과 연령대 정도만 공개한다. 확진자가 언제, 어디를 갔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지자체에 따라 동네 정도는 밝히는 경우도 있다. 앞서 언급한 패스트푸드점과 편의점의 경우, 회사가 홈페이지에 밝히지 않았다면 조용히 묻힐 비밀이었다. 정보공개 여부는 100% 기업 혹은 개인의 몫으로 넘긴 것이다.

명분은 ‘개인정보보호’다. 공개했을 경우 개인이나 기업이 입을 과도한 피해를 우려해서다. 실제로 확진자가 있었던 학교의 여학생들이 “코로나”라고 손가락질을 당했다는 뉴스도 있었다. 이런 피해를 원천적으로 막기 위해, 아예 공개를 하지 않는다는 게 일본 정부 기조다. 소수의 피해자를 만드느니, 깜깜이 상태에서 다수가 조심하는 쪽을 택한 것이다.



정부가 시민들의 휴대전화 정보를 확보하는 것도 일본에선 건드릴 수 없는 성역처럼 다뤄지고 있다. 전체주의적인 발상이 떠오른다는 이유에서다.

이런 기조는 한국과는 정반대다. 서울시는 이태원 클럽에서 확진자가 나오자, 행정력을 동원해 그 날 주변에 있었던 1만여 명의 휴대전화 통신정보까지 싹 뒤졌다. 원치 않게 신상이 공개돼 특정인에게 비난이 집중되는 부작용도 있었지만, 차츰 교정해 나가고 있다. 결과적으로 일본은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하는 비율이 최근까지도 한국에 비해 높은 편이다.

정부의 정보 통제와 감시에 대한 우려는 모든 나라가 고민하고 있는 지점이다. 그 지점에서 보다 안전하고 쾌적한 사회에 살고 싶다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요구가 건전한 감시사회를 만들어 내고 있다. 많은 나라가 이 같은 흐름에 올라탔다. 감시를 허용할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라 정보를 공익적으로 사용하고 악용되지 않게끔 시스템을 갖추는 게 지금 논의할 일이다. 일본에선 아직까지는 불편하더라도 정보를 정부 권력에 넘기지 않겠다는 목소리가 더 우세한 듯 하다.


윤설영 / 한국 중앙일보 도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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