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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배우며] 쇠똥구리

코로나바이러스가 가져온 방콕 때문에 월요일마다 하던 등산을 못 한지도 몇 달이 된다. 등산 끝나고 맥도날드에 모여 커피를 마시며 사는 이야기를 나누던 즐거운 시간, 우리가 살아가는 이야기를 통한 친목의 기회도 없어졌다. 방콕이 시작한 뒤 차츰 30여 등산 대원 간의 핸드폰을 통한 정보들이 늘어나기 시작해서 만나지 못하는 공백을 메운다.

등산대원들의 카카오톡의 다양한 정보 중에, 미국에서 의사로 은퇴한 닥터 K의 영상 일기가 있다. 여행하거나 주변 공원을 방문할 때 손수 만든 동영상을 카카오톡에 올린다. 배경 음악도 멋지게 선별하여 넣고 동영상도 영화촬영기사처럼 잘 만드신다.

이분이 5월 중순에 올린 동영상 중에 쇠똥구리 영상이 있다. ‘Don Carter State Park’를 방문하여 걷고 그 공원의 여기저기를 동영상으로 만들었는데, 쇠똥구리가, 똥으로 공을 만들어 굴리는 모습을 발견하고 인내력 있게 촬영한 것도 보인다.

검은색 풍뎅이 쇠똥구리가 자기 몸보다 큰 공, 동물의 똥을 동글동글 굴려 만든 공을 굴린다. 뒷다리로 공을 잡아 밀고 앞다리로 땅을 버티며, 물구나무선 모습으로 공을 굴려 언덕으로 올라간다. 공이 나뭇가지에 걸려 휙 옆으로 굴러내리니, 자기 몸보다 두 세배 큰 공에 매달린 쇠똥구리도 공과 같이 언덕 아래도 굴러 내린다. 언덕 아래서 다시 물구나무를 서서 공을 언덕 위로 굴려 올라간다.



닥터 K는 참을성 있게 공과 함께 굴러떨어지고 다시 밀어 올리는 쇠똥구리 동영상을 찍었다. 나도 쇠똥구리를 직접 본 적이 몇 번 있지만, 닥터 K의 영상이 더 생생하여 직접 본 것보다 더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

“닥터 K, 쇠똥구리가 공을 언덕 위로굴려올리는 모습을 보니, 시시포스 신화가 생각나요. 바위를 언덕 위로 밀어 올리고, 언덕에 올라가면 다시 굴러 밑으로 떨어지는 바위를 다시 밀어 올리고, 그렇게 반복하는 시시포스의 신화요. 개미 쳇바퀴 돌 듯이 하는 우리 사는 모습의 단면 같아요.” 그렇게 내가 댓글을 올렸다.

“네 번이나 굴러떨어지는데 희한하게도 그 굴리는 먹이를 놓지 않고 꼭 붙들어서 같이 굴러 내리더군요. 쉬거나 지체함이 없이 즉시 다시 시작하여 네 번이나 떨어지는 것을 보고 지나쳐왔지만, 계속하여 올려서 결국에는 성공했으리라 믿습니다. 인생살이 중 칠전팔기보다 더 끈질길 것 같아요. 친구분들, 우리의 오늘을 잘 굴려 봅시다. 굴러떨어지지 말고. 흐흐흐.”

쇠똥구리는 풍뎅이 종류로 쇠똥만 먹는 것이 아니라, 동물들의 똥을 먹는데, 동물들의 똥, 특히 초식동물들의 똥 중에 소화 못 한 파이버들이 많아 그들의 좋은 먹잇감이 된다고 한다. 죽은 나뭇등걸에 구멍을 파고 그 속에서 애벌레를 기르는 풍뎅이도 있다. 대변으로 공을 만들어 굴려서 땅속 구멍에 가져와 먹고, 알도 공 속에 낳아 부화한 유충들이 똥을 먹으며 자라고, 결과적으로 그들은 동물들의 대변을 청소하는 환경미화원의 역할도 한다.

등산대원들이 전처럼 모두가 맥도날드 식당에 모여서 쇠똥구리 영상을 보고 이야기를 했다면 다양한 발언들이 나왔을 것이다.

“쇠똥구리 그런 벌레도 있어? 별것 아니네, 돈이 생겨 밥이 생겨, 나는 관심 없어.” 그런 분도 있을 거다.

“요즘 수많은 실업자를 만들고, 수많은 사람을 병들어 죽게 하는 주인공 코로나바이러스는 쇠똥구리보다 몇만분의 일, 몇십만 분의 일 정도로 작은 것인데?” 그런 의견을 내는 분도 있을 것이다.

“쇠똥구리가 공을 언덕 위로 밀어 올리고, 굴러떨어질 때 같이 굴러떨어지고 다시 밑에서 밀어 올리는 모습이나, 시시포스가 언덕 위로 굴려 올린 바위가 굴러떨어진 언덕 아래서 다시 굴려 올리는 모습이나, 매일 출근해서 녹초가 되어 저녁에 집에 오지만, 아침이면 다시 출근하는 현대인의 생활이나, 시험에 떨어져도 다시 시작하는 수험생이나, 평생 모은 돈에다 빚까지 얻어 만든 식당이 코로나바이러스로 손님이 끊겨 망한 이웃이 재기를 꿈꾸는 모양이 모두 같지 않아?”

“사는 일 어렵다는 메시지도 있고, 밑바닥으로 떨어져도 우린 다시 우리 공을 위로 밀어 올려야 한다는 메시지, 마치 경건한 기도의 한 구절 같이 밑으로 떨어질 때는 평화로 가기 위한 고난의 과정이라 받아들이라는 메시지 같아.” 그런 분도 있을 것이다.


김홍영 / 전 오하이오 영스타운 주립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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