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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urch Too'…침묵은 영적인 게 아니다

종교계에 부는 '미투' 바람 (상)
종교계로 번지는 미투 캠페인
미국 교계선 '처치투' 확산돼

여성 지도자 140명 성명 발표
유명 한인 여성들도 다수 포함
교회 마다 예방책 마련 필요해
성폭력 관심 갖는 계기 되기를




요즘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사회 각 영역을 흔들고 있다. '미투'로 휘저을 때마다침전돼있던 어두운 이야기들이 속속 터져 나오고 있다. 최근 미투가 종교계로도 확산되고 있다. 이미 한국에서는 천주교 현직 신부가 해외 선교지에서 신자에게 성폭행을 시도했다는 폭로부터 개신교 단체인 교회개혁실천연대에는 피해 제보가 잇따르고 있다. 종교는 신앙인들에겐 일종의 성역으로 여겨진다. 이성과 상식보다 신(神)에 대한 신념이 우선되는 그곳에서는 때론 가해와 폭력 등이 종교적 신념이라는 명목하에 얼마든지 은폐될 수 있는 위험이 도사린다. 미국내 종교계에서는 이미 미투의 연장선상인 '처치투(#Church Tooㆍ교회에서도 당했다)'라는 해시태그가 곳곳에 달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시카고 지역 무디바이블인스티튜트(MBI)에 재학 중인 에밀리 조이와 한나 파쉬는 트위터를 통해 '처치투(#Church Too·교회에서도 당했다)'라는 해시태그를 달았다. 두 여성은 목회자ㆍ선교사의 자녀들이다. 미투를 계기로 과거 교회내에서 경험한 성폭력 피해를 나눌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 피해자에게 더이상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려는 취지였다.

그때부터 '처치투' 해시태그는 급속도로 확산됐다. 그 밑으로 너도나도 해시태그가 달리며 교회내 성폭력 경험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한 예로 '캐리'라는 한 여성은 "내가 11살때 화장실을 가는데 어린이 담당 목사가 갑자기 따라 들어와 내 팔을 붙잡고 성추행을 시도했다. 그때 그 경험은 평생 내 기억 속에서 지워지지 않는 악몽으로 남아있다"며 해시태그를 달았다.

'애나'라는 여성은 "내가 끔찍한 피해를 당했을 때 교회에서는 내게 '용서'를 말했다. 그건 내게 있어 가해자에게 다시 돌아가라는 무언의 압박과 같았다. 교회는 '용서가 가장 큰 사랑'이라며 모든 증거를 무시했고 그 이후로 나는 교회로 다시는 돌아가지 않았다"고 고백했다.

'로헨'이라는 여성은 "주일학교 교사와 예전에 원하지 않는 성관계를 맺은 적이 있다. 한참 후 그 사실을 교회에 알렸더니 상담 목사가 '너도 혹시 양심에 어긋나는 부분이 없었는지 하나님 앞에서 회개를 하라'고 해서 너무 당혹스러웠다"고 적었다.

현재 '처치투' 트위터에는 그 수를 일일이 세기 힘들 정도로 교회내 성폭행 경험담이 올라와 있다.

그만큼 성폭력 실태가 심각함을 보여준다.

'처치투' 캠페인이 확산되자 미국 교계 여성들이 본격적으로 나섰다.

지난해 12월10일 미국 교계의 유명 여성 인사 140명은 '침묵은 영적인 게 아니다(#silence is not spiritual)'라는 제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에는 제니 양(세계구호정책조사협회 부회장), 헨렌 이(작가), 앤지 홍(윌로우크릭교회 찬양 인도자), 케티 강(작가)씨등 미국 교계에서 활동 중인 한인 여성들도 이름을 올렸다.

성명에는 '하나님은 자신의 형상대로 사람을 만들었다'는 내용의 창세기 1장26절을 인용하면서 "여성도 하나님의 형상대로 창조된 존재이며 인간을 향한 모든 학대는 하나님의 형상과 인간의 존엄성을 파괴하는 폭력"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또 "아직도 교회내에서는 성폭력 이슈를 공개적으로 나누는 일에 대해 불편함을 느끼는 사람이 많다"며 "성폭력에 대항하기 위한 행동과 피해 사례를 들추어 내는 일은 교회 공동체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견해가 다수"라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자가) 아무 행동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행동은 선택적인 것이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교회는 성폭력 피해자가 본인이 겪은 일을 안전하게 말하고 신고할 수 있는 장소와 대응 절차를 만들 것 ▶교계 내 성폭력을 덮어왔던 일에 대해 회개하고 피해자를 적극 도울 것 등을 요구했다.

현재 이 운동은 부활절(4월1일)까지 계속되고 있으며, 웹사이트(www.silenceisnotspiritual.org)와 소셜네트워크 등을 통해 현재 교계 내에서 뜨거운 지지를 받고 있다.

'미투'는 성별을 떠나 위계를 이용한 성적 희롱 또는 폭력에 대한 피해자들의 목소리다. 이러한 구조를 그대로 종교계에 대입해보면 성직자 또는 목회자는 종교의 영역 안에서 절대적인 권위를 지닌 인물로 여겨진다. 한 예로 흔히 목사가 '주님의 종'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 등으로 불리는 건 그만큼 신의 대리자 또는 신으로부터 권위를 부여받은 듯한 특별한 대상으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에블린 서(캘스테이트대학 심리학) 박사는 "종교계에서는 성직자가 마치 '신(神)'의 대리자 또는 신의 음성이나 교리 등을 전하고 가르치는 역할로 인식되기 때문에 그 자체로 권위를 등에 업게 되고 거기서 위계적 구조가 형성된다"며 "게다가 종교적 신념 때문에 때론 비합리적인 것도 자체적으로 합리화시키거나 종교의 이미지를 지키기 위해 부당한 일도 은폐시킬 수 있기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는 말을 꺼내기가 더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토런스 지역 다인종교회 출석중인 레이 김(라이트하우스교회)씨는 "요즘 미국 교계에서는 '미투' '처치투' 운동에 대해 곳곳에서 칼럼과 자성의 목소리, 성폭력 예방책 수립 등의 의견이 높아지는 상황"이라며 "다소 보수적 문화인 한인 교계에서도 얼마든지 피해 사례가 있을 수 있는데 이번 운동을 통해 교회내 성문제에 대해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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