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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치 투'…성역의 민낯까지 벗겨낸다

종교계에 부는 '미투' 바람 (하)

미주 한인 종교계도 논란 계속
종교 이미지 실추 때문에 덮기도
종교 특유의 폐쇄성과 직분 위계
피해자에겐 강압적 요소로 작용



요즘 성폭력 피해를 고발하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캠페인이 종교계까지 확산되면서 피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미투가 벗겨내는 종교계의 성폭력 민낯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미주 지역 종교계는 어떨까. 특히 교회와 밀접한 이민사회의 경우 잠재적 피해자가 많을 수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미국 교계의 경우도 이미 미투의 연장선상인 '처치투(#Church Tooㆍ교회에서도 당했다)'라는 해시태그가 곳곳에 달리고 있을 정도다.


그동안 가톨릭의 경우 종종 사제의 성범죄 논란이 있었다.



최근 한국에서는 해외 선교지에서 성폭행을 시도했다가 미투 폭로 때문에 문제가 된 사제를 두고 가톨릭 내부에서 이를 덮으려 한 문자 메시지가 드러나 크게 논란이 됐었다.

현재 미주 한인 가톨릭계 역시 사제의 성당 여직원 성추행 사건이 논란이다.

연방 지방법원 가주 중앙 지원에서는 요즘 오렌지카운티가톨릭교구와 한인 여성 A씨 간의 법정 공방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A씨가 어바인 지역 성요한 노이만 천주교회(St.John Neumann Cathloc Church) 알렉스 김(한국명 김기현) 신부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기 때문이다.

소장에 따르면 A씨는 김 신부로부터 지속적으로 성추행을 당해왔다. 심지어 A씨가 김 신부 및 교구에 재발 방지를 요청했지만 성추행은 멈추지 않았고 별도의 방지책마저 세워지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A씨는 소장을 통해 "10살 때부터 김 신부를 알았고 그를 존경해 신앙상담도 자주 했고 심지어 그의 권유로 수녀가 되기 위한 교육까지 받았었다"고 밝혔다.

지난해 뉴욕 은혜교회 이승재 전 담임목사는 과거 10대 여학생을 성추행한 혐의로 체포됐다가 유죄를 인정해 한인 교계에서 크게 논란이 된 적이 있다.

LA한인타운에서는 한 교회의 담임목사 B씨가 여자 전도사에게 음란사진을 보낸 사실이 드러나 논란이 되기도 했다.
<본지 2016년 5월18일자 a-1면>

당시 피해자는 "체류 신분 및 일자리(교회)를 잃을까 두려워 수개월간 아무 말도 못하고 고통을 받아야만 했었다"고 토로했다.

이처럼 최근 종교계에서 대외적으로 불거진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피해는 훨씬 더 많을 거라는 것이 종교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성역으로 인식되는 종교기관의 특성과 비밀스러운 성문제가 엮이면 '진실'이 드러나기란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노범영 카운슬러는 "성직자라는 지위와 종교적 신념 때문에 피해자 입장에서는 의심을 한다거나 거부 의사를 밝히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다"며 "게다가 종교 특유의 폐쇄성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다해도 외부에 쉽게 알려지지 않아 종교인의 성범죄는 많을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국에서는 경찰청이 최근 5년간 전문직 종사자 중 강간, 성추행 등 성폭력 범죄 검거자를 분석한 결과, 전체(5261명) 검거자중에서 종교인은 무려 681명이었다. 이는 의사(620명), 예술인(406명) 보다 많았다.

교회개혁실천연대 김애희 사무국장은 "미투 운동이 확산되면서 피해자 제보가 늘고 있다. 피해자 중에는 집사, 권사 등 직분 여성은 물론 미성년자도 있다"고 밝혔다.

스님, 목회자, 사제 등의 직위는 종교의 영역 안에서는 특별한 의미를 갖는다. 마치 '신(神)'의 역할을 대리하거나, 종교적 신념에 따라 특별한 직분이 부여된 인물로 여겨지기 때문에 귄위는 절대적일 수 있다.

교인 유지영(38ㆍLA)씨는 "아무래도 교회내에서는 사역자들이 상담도 해주고 기도도 해주기 때문에 교인과 편하게 만남을 가질 수 있고 직분과 권위에 따라 '조언자'의 역할도 하기 때문에 자연스레 위계적 분위기도 형성될 수 있다"며 "그러다보면 본인도 모르게 속마음을 터놓고 때론 가족보다 더 의지를 하기 때문에 종교내 성범죄는 그러한 구조적 원인에 기인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인 김모(42ㆍ풀러턴)씨는 "아는 지인 중에 과거 사역자로부터 지속적인 성희롱을 당한 사람이 있었는데 신도 입장에서는 말하기도 부끄러운 치욕이고 주변 사람들도 사실상 도와줄 수 있는 게 별로 없었다"며 "문제를 공론화 시키면 시끄러워지기 때문에 교회에서는 오히려 이미지 관리 때문인지 조용히 덮어버리려 했었다"고 말했다.

종교는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꺼린다. 근저에는 자신이 믿고 있는 종교적 신념과 '신(神)'에 대한 이미지가 실추 또는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한다.

최근 미국 종교계에서 미투 캠페인에 의해 속속 드러나는 피해 사례도 대부분의 내용을 살펴보면 "나는 피해를 입었지만 내가 속한 종교 단체에서는 이를 덮는데만 급급했다"는 주장이 많았다.

물론 교계에서는 '미투' 또는 '처치투'에 대한 부정적 견해도 존재한다.

LA지역 이모 목사는 "나는 미투 캠페인이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는 것도, 피해자의 상처를 무시하는 것도 아니지만 일부 목사 또는 사역자의 사례를 일반화 시켜 교계 전체에 적용하는 걸 경계한다"며 "가뜩이나 기독교의 공신력이 약화되고 각종 부정적 인식 때문에 교세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괜한 여론 때문에 교계가 더 어려움을 겪을까봐 우려된다"고 전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성범죄 방지를 위한 공적 논의와 성폭력에 취약할 수 있는 종교계 현실에 새로운 제도적 방지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데이브 노 목사(어바인)는 "미투처럼 반드시 위계에 의한 성범죄가 아니어도 성희롱, 불륜, 남녀차별 등 각종 성관련 문제는 성별과 직분에 상관없이 어느 종교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문제"라며 "사실상 종교계는 사회 기관과 성격이 달라서 어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이를 절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미비하고 이에 대한 예방책이나 교육 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게 현실이라서 이번 기회에 그런 부분을 새롭게 논의해보는 것도 필요한 일"이라고 조언했다.

김해원 변호사는 "최근 한인 가톨릭계의 알렉스 김 신부 케이스에서 보듯이 얼마든지 종교인도 민사소송을 당할 수 있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며 "종교단체도 사업체 또는 일반 기관과 같이 성관련 문제가 제기되면 즉시 조사를 실시하고 부적절한 행위 방지를 위한 모든 적합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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