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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지워줘' 잊혀질 권리 확산…치부·범죄 등 낱낱이 공개

인터넷 '가상 감옥' 옭매여
'삭제해달라''내려달라' 호소
'디지털 장의사'마저 등장해

프랑스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는 "타인의 시선은 지옥"이라 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2009년 버지니아주의 한 고등학교 연설에서 "페이스북에 글을 올릴 때 주의해야 한다"며 "청년기에 올린 충동적인 글이나 사진이 정치적으로 중요한 시기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담벼락 낙서 같이 쓴 글이 넝쿨이 돼 자신을 옭매는 세상이다. 인터넷 공간이 가상 감옥이 되고 있다.

# 직장인 A씨는 요즘 '미투' 열풍으로 조마조마하다. 대학시절 인터넷 커뮤니티에 철없이 쓴 여성 혐오성 글이 최근 인터넷 검색을 하다 발견한 것이다. 당시 왜 그런 글을 쓰며 흥분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는 허겁지겁 해당 포털 사이트에 연락해 삭제를 요청했다.

# 취업준비생 B씨는 자신의 소셜미디어와 커뮤니티에 쓴 글을 훑어보고 있다. 지원하는 회사가 이력서에 소셜미디어 계정을 적어내라고 요구한 것이다. 마케팅 회사라 인터넷 활용도를 보는 것으로 이해되지만, 자신의 글에 특정 정치 이념을 지지하는 글이 많아 걱정이다.

최근 '보이지 않은 창살'을 걷어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미국과유럽을 중심으로 이른바 '잊혀질 권리(Right to be forgotten)'를 찾자는 움직임이다.



공영방송 NPR 보도에 따르면 지난 2월 구글은 투명성 보고서에서 2014년 이후 인터넷 검색 결과에 해당하는 URL(인터넷상의 파일주소)을 지워달라는 요청을 65만 개 이상 받았다고 발표했다. 대부분 건 당 5개 이하로 삭제해야할 URL은 모두 243만여 개였다. 현재 구글은 약 43%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삭제 요청이 가능했던 것은 2014년 있었던 유럽 사법 재판소 판결 때문이다.

당시 재판소는 본래의 목적과 무관하게 개인의 이름과 내용 등이 인터넷 검색 엔진에서 부적절하게 검색 될 경우 검색 사이트에 삭제를 요구할 수 있다고 판결했다.

이후 2년 동안 구글을 통해 유명인들이 4만1000건의 URL 삭제 요청을 했고 정치인과 공무원이 3만 4000건을 삭제 요청했다. 그밖에 개인이나 법률사무소, 명성관리서비스 회사 등이 검색 결과를 삭제해달라고 요구했다.

10명 중 9명인 89%가 개인들이었으며 주로 소셜 미디어나 웹사이트 등에 공개된 주소록, 뉴스 기사 등을 지우고 싶어했다. 요청 국가별로는 프랑스와 독일, 영국이 유럽 전체 국가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인터넷 기록물이 골칫거리로 전락하자 정보 삭제에 관한 파생상품까지 등장했다. 인터넷 정보 공유 저장 기업인 '에버플랜스'는 계정 소유자의 사후 소셜미디어에 접근해 기록물 삭제 등 정보를 관리하고 있다. 디지털 장의사와 같은 '데드(dead) 소셜'은 디지털 유언 집행자를 정해 고인의 인터넷 계정을 관리하고 있다.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서도 사용자의 사후 데이터 관리를 할 수 있다.

논란도 있다.

영국의 한 사업가는 1990년대 후반 자신이 저지른 범죄와 관련해 신문사가 쓴 인터넷판 기사 등을 삭제해달라고 구글을 상대로 소송을 했다. 하지만 영국 법원 지난달 말 정보의 공익성을 이유로 구글의 손을 들었다. 구글의 변호사 안토니 화이트는 "잊혀질 권리가 역사를 다시 쓰는 권리는 아니다"고 말했다.


황상호 기자 hwang.sangho@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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