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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방글라데시 이웃 무시할 자격 있나

최인성 / 경제부 부장
최인성 / 경제부 부장 

[LA중앙일보] 발행 2018/05/12 미주판 8면 기사입력 2018/05/11 19:02

딱 10년 걸렸다. 10년 전만 해도 한인사회 단체에서 활동하는 일부 인사들은 이웃 방글라데시 주민들의 피부색을 조롱하고, 알아듣기 힘든 뱅갈어를 조소하며 무시하곤 했다. "웬 이상한 족속들이 와서 '박힌 돌'을 뽑으려 한다"며 분개했다. 2008년 가을 방글라데시 주민들이 '리틀 방글라데시' 구역을 인정해 달라며 시의회에 청원서류를 접수한 직후였다.

방글라데시 이민자들의 정확한 미국 내 인구는 알려지지 않았다. 2010년 센서스는 23만 명 정도였으며, 이들이 집중 거주하는 뉴욕의 관련 커뮤니티 단체들은 2017년 현재 전국에 어림잡아 50만 명이 살고 있다고 적고 있다. 인종 전시장인 미국에 와서 사는 민족 중에서는 이제 자리를 잡은 그룹이라고 봐야 할까.

2009년 한인사회에서는 가만히 있다간 구역을 빼앗기겠다는 생각을 했던지 '한인타운 되찾기' 캠페인이 벌어졌다. 그런데 알고 보니 한인타운이 구역으로 지정된 적이 없었다. 이 헤드라인은 한인 사회 리더들을 놀라게 했다.

올림픽에 '코리아타운(Koreatown)' 간판을 톰 브래들리 시장과 함께 달았다는 타운 원로가 목소리를 높였고, 전수조사를 해서라도 베니스와 헐리우드길을 사수해야 한다는 열혈 한인들도 카메라 앞에서 침을 튀겼다. 결국 양쪽 커뮤니티 리더들이 만나 시의회의 코치 아래 이 길 저 길에 선을 그어 한인타운과 리틀 방글라데시의 경계를 만들어 냈다. 한인 언론들이 열심히 그 경계를 보도하며 '합의의 성과', '커뮤니티 화합의 산물'이라고 제목을 붙였지만 그 기억은 오래가지 못했다. 당시 한인들은 '이민사회는 스스로 지키고 돕지 않으면 목소리가 없는 타운이 된다'는 교훈이 됐다고 흡족해 했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한인사회가 갈 길이 멀다'는 목소리를 냈다. 곧 잦아들기는 했지만.

방글라데시 이웃들은 아직도 샤토 플레이스 체육관에서 모인다. 2~3주에 한번씩 그들만의 음식을 나눈다. 사촌 팔촌이 집을 사고, 동향 친구들의 자식이 대학 가고 시집 장가간 이야기들을 털어 놓는다. 아는 언니가 미용실을 열었다며 돕자고도 한다. 왁자지껄 무질서한 모임 같지만 바탕에는 그들만의 긍지와 자부심이 엿보인다. 그들의 단결과 리더십은 그렇게 강고해졌다.

이렇게 자세를 낮추고 '10년'을 모인 그들이 이젠 '주민의회'를 구성하겠다고 나섰다. 시의원들은 이를 반드시 통과시킬 것이다. 소폭의 조정은 가능하겠지만 해당 지역구를 가진 시, 주, 연방 의원들은 가장 먼저 주민의회 첫 회의에 얼굴을 내밀고 마이크를 잡으려 할 것이다. 그렇다면 이민자 수 250만명의 반열(?)에 오른 코리안들은 약이라도 올라야 하나. 적절한 비유인지 모르지만, 한인타운 한복판에 '홈리스 셸터'가 추진되면서 혼수상태 직전인 한인사회는 조금 심한 말로 방글라데시 이웃들이 날린 '카운터 펀치'에 맞은 꼴이다.

대표성도 약하고 그렇게 친하다던 시장과 시의회 의장에게 '쓴소리 로비'도 못하는 한인 커뮤니티 리더들. 그들이 방글라데시 이웃들의 피부색과 언어, 그리고 10년 간의 부단한 노력을 조롱할 자격이 있을까. 아니 우리 한인들 모두가 마찬가지 아닐까. 시위와 집회 때면 멋진 옷 차려 입고 단체장 팻말 달고 나서는 코스프레는 이제 그만들 하자. 요즘 같은 일에 두 팔 걷어부치고 나서지 않을 거라면 말이다.

우리도 해 보자. 딱 10년, 제대로 한 번 달려보자. 언제까지 반성만 하고 지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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