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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정치인의 구두

생활 필수품 중 하나인 신발. 기원전 2000년전 고대 이집트 시대의 파피루스 잎을 사용해 만든 샌들은 발을 보호하기 위해 고안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시 신발은 귀족들의 전유물로 신분을 나타내기도 했다고 한다. 오늘날에도 신발, 특히 구두의 경우는 신는 사람의 지위나 재력을 나타내는 패션 아이템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 같은 상징성 때문에 종종 정치인들의 구두가 이슈가 되곤 한다. 특히 낡아 빠진 구두는 발로 뛰는 정치인, 검소한 정치인의 표징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구두가 화제가 된 일이 있다. 문 대통령이 5·18민주화 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무릎을 꿇고 참배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이 공개되며 대통령의 밑창이 닳아 갈라진 구두가 주목을 끌었는데 청각장애인들이 만든 구두라는 사실이 알려져 네티즌들로부터 검소함과 사려 깊음에 감동했다는 호평을 받기도 했다. 또 다른 예로 지난 2011년 유명 사진작가가 촬영해 트위터에 올린 뒷굽이 뜯겨진 낡은 구두 사진이 화제가 됐었다. 당시 서울시장에 출마한 박원순씨의 구두였다. 네티즌들 사이에 화제가 되면서 박씨는 서민적이고 근검절약의 이미지가 부각됐다. 일부에서는 뜯겨져 나간 뒷굽의 모습이 부자연스럽다고 지적하기도 했지만 결국 시장에 당선됐다.

미국에서도 정치인들의 구두가 이슈거리로 등장한다. 지난 2008년 11월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선거에서 승리한 직후 허핑턴포스트지는 밑창 바닥이 보일 정도로 닳은 신발을 신고 선거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당시 오바마 후보의 구두 사진을 게재하고 발로 뛴 결과라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바 있다.

여기 깔창이 찢겨진 구두 한켤레가 있다. 바로 지난 5일 연방하원 39지구 예비선거에서 1위로 결선 진출을 확정지은 영 김 후보의 구두다. 사진은 김 후보가 지난 1월 9일 출마를 선언한지 한달만에 인터뷰를 위해 자택을 방문했다가 촬영한 것으로 당시 선거캠페인 시작과 함께 워싱턴DC의 공화당 인사들에게 지지를 요청하기 위해 동분서주 하고 있을 때였다. 문 대통령이나 박 시장의 낡은 구두와 달리 겉은 멀쩡해 보이는데 깔창만 닳아 터져 있는 것으로 봐서 단시간 내에 얼마나 많이 돌아다녔는지를 가늠해 볼 수 있었다.



김 후보는 '발로 뛰는 정치인'으로 유명하다. 20여년간의 에드 로이스 하원외교위원장 보좌관 시절을 비롯해 가주하원의원 재임 당시에도 새크라멘토와 지역구 곳곳을 찾아 다니며 다양한 소통에 나섰다. 이번 선거에서 압도적인 득표율로 재선을 확정지은 미셸 박 스틸 OC수퍼바이저도 김 후보가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며 남들보다 두서너 배 이상 뛰어다닌다고 인정할 정도다.

한인과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겠다는 신념과 열정으로 20년만의 한인 연방하원 입성을 위해 발로 뛰고 있는 영 김 후보. 11월 결선까지 5개월 동안 2위로 올라온 로또 재벌 길 시스네로스와의 결전을 위해 또 얼마나 많이 발로 뛰어다닐는지… 이제는 발로 뛰는 김 후보를 위해 한인 커뮤니티가 다시 한번 물심양면으로 든든한 구두가 돼줘야 할 때가 아닐까 싶다. 한인 정치력 신장의 호기, 기회는 왔을 때 잡아야 한다.


박낙희 / 사회부 부장·OC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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