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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한국인의 '낯내기' 집착

제21회 월드컵이 한창인 가운데 최근 한국사회는 최저임금 인상·주52시간 근무제 파동 등 적지않은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 따르면 거의 매년 한국 사람의 노동시간은 회원국 중 1위지만 생산성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발표된다.

해결책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경직된 노동시장 구조 개선과 여성의 참여 확대·소득 불평등 완화가 정답이다. 그렇지만 강성 노조의 이기주의와 사회 각 이익단체들의 뒷다리 잡기·위정자들의 포퓰리즘 등으로 이 문제는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고 있다.

인구의 반이 넘는 여성이 결혼·출산·휴가에 어려움을 겪고 젊은이들이 제대로 된 직장을 구할 수 없어서 경제성장·사회통합이 저해된다고 한다. 어렵게 아이를 기르는 계층에서도 보육의 질 향상은 커녕, 육아휴직을 요청할 때 사표를 각오해야 한단다. 일과 생활의 균형 추구는 한국에선 완전히 남의 나라 일이 되고 말았다.



권력 쥔 사람들의 갑질(boss around)을 막으려면 제도 혁신보다 있는 법이라도 제대로 지키는 실천이 중요하다. 아랫사람의 요구를 이유없이 묵살할 경우 책임자가 벌을 받는다는 명제가 정착돼야 하는 것이다.

독일 사람이 한밤중에 아무도 없는 곳에서 무단횡단을 삼가하고 싱가포르인들이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지 않으며 미국 사람들이 직장서 노동법을 준수하는 이유가 뭘까. 이들의 질서의식이 유달리 한국사람보다 강하다면 할 말이 없다. 그러나 현실은 상당히 다르다.

사소한 법규를 위반하다 들통날 경우 당연히 내야 할 벌금은 물론, 징벌적 배상이라며 3~4배에 달하는 페널티 액수를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한국처럼 100달러를 사기치고 100달러를 보상하는 '착한 법'이 아닌 것이다. 이런 엄격한 사회에서는 자연히 무모한 노동력 낭비보다 일의 효율성을 중시한다. 아니면 망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착해서 사회가 잘 돌아가는 것이 아니라 법이 사람을 '강제로' 착하게 만드는 것이다.

한국 정치에서도 여야 모두 '저녁이 있는 삶'을 공약하며 직장인 안식년제 도입까지 내걸었지만 제대로 지켜지는 경우는 아직 많지 않은 것 같다. 유대인들의 잠언 가운데 '몸을 쓰지 말고 머리를 쓰라'는 문구가 있다. 보여주기식보다 실질적인 능률의 위대함을 강조한 말이다. 한가지 예를 더 들자면 한인들의 보여주기식 자화자찬도 문제다. 동포 출신 연예인이 '서울대를 떨어져 할수없이 하버드대에 입학했다'는 약올리는(?) 투의 발언이 방송을 타며 화제가 된다.

그러나 아이비리그·MIT 등에 합격한 한인 수재들 가운데 40% 가량이 4년내 졸업장을 따지 못하고 그 중 상당수는 중도탈락하는 비극적 현실은 아무도 입에 올리지 않는다.

하버드와 스탠포드에 동시 합격하고 마크 저커버그로부터 격려 이메일을 받았다는 한인 여고생의 사기극도 우리 사회가 얼마나 명문대 타령에 길들여져 있는가를 보여준 씁쓸한 사례다.

어렸을 때부터 친구들과 함께 노는 것은 커녕, 잠도 제대로 못자며 '공부 로봇'으로 명문대에 들어가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출세에만 목을 매게 될 것이다. 특히 형제자매가 없는 외동아들·외딸이 늘며 인간관계의 중요성을 모르는 헛똑똑이도 증가 추세다. 그렇지만 세상사가 그렇듯 무슨 일이나 나이에 맞는 기준이 있는 법이다. 무리하면 당연히 후유증이 따른다.

사랑도 지나치면 아이를 위한 것이 아니라 부모의 체면 치레와 자식 자랑에 불과한 얼치기 관심에 머물게 된다. 북한식 용어로는 이런 경우 '낯내기'란 표현을 쓴다.

한인 사회도 이제 어설픈 자랑 대신 실속과 남의 관심사를 살펴주는 태도가 필요하다. 그것이야말로 부모·지도자로서의 진정한 사랑이기 때문이다.


봉화식 스포츠부 부장 bong.hwashi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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