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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지옥 대한민국 vs 천국 USA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라는 자학적 서적이 한국에서 베스트셀러라고 한다.

능력 없고 '딴 짓'만 하는 사람이 출세하고, 성실한 사람만 바보되는 사회현상을 꼬집은 책이다. 최근 한국사회의 불공평한 현실과 사람들의 억울함을 적확하게 묘사하며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미주 한인사회는 얼마나 다를까. 한가지 분명한 점은 '미국은 재미없는 천국, 한국은 재미있는 지옥'이란 패러다임도 생각하기 나름이라는 것이다. 마음먹기에 따라 미국이 '재미도 있는 천국'이 될 수 있다.

11·6 중간선거도 끝나고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이 다가오며 아이들의 스포츠 시즌도 종반으로 치닫고 있다. 큰 아이는 축구를 즐기지만 둘째는 아이스하키에서 야구로 전업했다. 과거 농구·풋볼·수영·테니스까지 두루 시켜봤지만 아시안이 경쟁력을 지닌 종목은 그래도 축구·야구인 것 같다. 유니폼 등 기본 장비 값만 지불하면 동네 프로그램·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코칭 스태프는 무보수 자원봉사자 학부모들로 이뤄졌다.



문득 '한국에서는 이런 예산으로 이런 수준의 시설과 과외활동이 가능할까'란 물음표가 떠오른다. 기자의 유년시절에는 공부 외의 다른 행사는 '입시에 불필요한 사치'로 취급됐다. 21세기인 지금도 대한민국에서는 학원수업이 만연하며 상황이 달라진 것 같지 않다. 꼭 스포츠가 아니더라도 각종 레저·문화행사 역시 상대적으로 미국이 저렴한 것 같다. 교환교수 신분으로 UC어바인을 방문한 고교동창은 "한국에서는 골프 그린피에 저녁식사라도 곁들이면 수백 달러가 단숨에 나가는데 여기서는 물가 비싼 오렌지카운티 코스에서 카트 타고 주말에 쳐도 수십 달러 정도라 너무 좋다. 무엇보다 화창한 날씨 속에 마누라 바가지도 줄고 정신적으로 편안하다"고 미국 방문 소감을 밝혔다.

금전적 문제 외에 미국생활의 또 다른 장점이 있다. 한국에서 종교적 양심에 대한 입영거부 무죄판결과 일명 '홍준표법'으로 동포 자녀까지 군입대를 강요하는 상황에서 본인이 원하는 인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자유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강화되는 불법·합법 이민자 규제와 '아메리카 퍼스트' 움직임 속에서 2세들의 재량권이 상대적으로 중요해진 셈이다.

미주 거주 주부들이 한국을 방문하면 "XX엄마 아이들은 독수리 여권이라 좋겠네. 비싼 영어 과외 안 시켜도 시민권·영주권으로 군대도 안 보내고…"라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자랑까지는 아니겠지만, 이민생활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부분 해소된다고 한다. 미국에 사는 보너스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인터넷 스피드처럼 사회 각 부문의 변화가 빠르기만 한 한국의 직장인들은 진취성과 급격한 변화 속에서 생존경쟁을 벌인다.

반면 40대 후반부터는 파리 목숨, 60세 정년은 있으나 마나 한 법이란 현실에 시달리기도 한다.

미국 상황은 어떤가. 대체로 승진도 늦고 돈도 늘 부족하며 평생 모기지·크레딧 카드 빚 갚아나가기 바쁘다. 그러나 법이 약자 편을 들고, 정년제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본인만 성실히 노력하면 나이 들어서도 비교적 오래 직장생활을 영위할 수 있다. 물론 예외도 있겠지만 무엇보다 남의 눈치 덜 보고 다른 사람의 일거수 일투족에 신경쓰지 않은 채 자기가 좋아하는 일에 집중할 수 있다는 점도 꼽을 수 있겠다.

한국·미국 어디에 살지 여부는 전적으로 개인의 판단이다. 그러나 가족 또는 아이들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미국생활이 다른 곳보다 못하진 않을 것 같다.

우린 왜 미국으로 건너왔는가, 왜 한국에 살지 않는가. 연말을 맞아 삼가는 마음으로 그 이유를 다시 한번 되새겨 본다.


봉화식 스포츠 부장 bong.hwashik@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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