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취재수첩] 수십 년된 한식당 폐점…유산은 어디에

웨스턴 애비뉴의 ‘엘 촐로(El Cholo)’는 LA 최초의 멕시칸 식당이다.

이 식당의 음식 맛은 곧 역사다. 무려 3대를 거치며 97년(1923년 개업)간 운영 중이다.

엘 촐로는 자신 있게 슬로건을 내건다.

'Taste our rich history(우리의 풍부한 역사를 맛보라)’



이 식당의 흘러간 시간은 고스란히 유산으로 남았다. 웹사이트(www.elcholo.com)나 메뉴판에는 창업 계기, 역사, 일화, 각종 사진 등 식당의 연대기가 자세히 담겨있다.

엘촐로 론 살리스버리(창업자의 손자) 대표는 지난 6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미국의 대공황, 세계 2차대전, LA폭동 등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았다”며 “엘촐로의 유산은 역사에서 비롯됐다. 이를 통해 계속해서 고객에게 추억을 되살린다”고 말했다.

사상 초유의 팬데믹 사태 가운데 LA한인타운의 한식당이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전원식당(7월), 동일장(8월), 베버리 순두부(9월) 등이 폐점을 결정했다. 모두 수십 년간 운영됐던 한식당이다. (사진 참조)

이면을 보면 더 안타깝다. 문자 그대로 식당 문만 닫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음식은 문화다. 그동안 각 식당에 담겨있는 수많은 이야기, 역사, 레시피(recipe) 등까지 한꺼번에 사라지는 셈이다.

이런 유산이 보존되고 계승되지 않아 사실상 남은 게 없다. 기록이라고 해봤자 과거 신문 기사 정도가 전부 아닌가.

그동안 한인들은 ‘유산(legacy)’을 보존, 계승하고 역사화 하는 일에 소홀했다. 먹고 사는 일에만 치중한 결과일지 모른다.

현재 한인타운은 타인종의 유입 등으로 지형이 바뀌고 있다. 1세대 이민자를 중심으로 운영됐던 식당 역시 팬데믹과 함께 변화의 바람을 맞고 있다. 시대와 세대가 변하고 있어서다.

분명 한식당도 흐름에 맞게 바뀌어야 한다. 운영 체계, 경영 방식, 마케팅 전략까지 새로운 방향 수립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하다.

아울러 생존만을 위한 인식을 넘어 멀리 내다보고 자신만의 유산을 적립하는 일에도 심혈을 기울일 때다. 이는 한식당의 존재나 상징성 부각에도 필요한 일이지만 그게 곧 한인타운만의 문화와 역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인 사회는 지금 오래된 한식당들이 그대로 없어지는 것을 목도하고 있다. 노포 식당의 음식 맛을 더는 접하지 못해 아쉬운 것도 있지만, 수십 년의 역사가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게 더 안타깝다.

이런 상황이 계속되면 ‘한인타운’이라는 명칭마저 무색해질 수 있다. 과연 유산 없는 한인타운이 돼야 하겠는가.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