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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믿음] 소유와 존재

최다니엘 / 뉴저지 잉글우드 구세군교회 사관

고귀한 인간상을 꿈꾸었던 에리히 프롬(Erich Seligmann Fromm, 1900-1980)은 그의 말년에 '소유냐 존재냐'라는 책을 펴냈다. 이 책은 심리학.사회학.신학.역사.철학 등 여러 학문을 넘나들며 다양한 방면에서 뛰어난 통찰력을 보여주고 있다. 80세를 향수한 그가 죽기 4년 전에 나온 책으로 그의 평생의 사상을 집대성한 것이라 말할 수 있다. 그가 외치는 소리는 여러 선지자들의 소리처럼 우리의 영혼을 메아리치게 할 것으로 여기고 같이 생각해보길 원한다. 그가 시공 위에 올라가서 이렇게 외쳤다. 우리의 참모습이 희미하면 희미할수록, 그리고 우리가 생명을 적게 표현할수록, 우리는 그만큼 더 소유형의 인간이 되고, 우리는 그만큼 더 소외된다. 참 존재를 위한 생명의 몸짓이 인간을 고귀하게 만든다.

소유형의 인간인가 혹은 존재형의 인간인가라는 문제는 신앙에 있어서 현저한 차이를 보여준다. 소유형의 인간은 많이 가지려 한다. 물건도 많이 가지려하고 지식도 많이 가지려한다. 명성과 지위도 많이 가지려고 한다. 결국 소유형 인간의 신은 우상이다. 자신의 입맛에 맞는 신을 그려놓고 그 허상에 빠지게 된다. 자기의 탐욕을 은폐시켜주는 허상의 신이다. 소유형 인간은 결국 자신의 탐욕을 만족시키기 위해 곧 무너질 화려한 집을 짓고 존경과 인기를 얻기 위해 외식하는 인간으로 전락하고 만다. 소유형 인간의 영원한 운명은 쓰레기를 불태우는 곳에 던져질 것이다.

프롬이 말하는 존재형의 인간은 모든 소유를 기꺼이 포기할 마음을 가진다. 베풀고 나누어 가지는 데에서 우러나는 기쁨을 누린다.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과 협동하려고 노력한다. 또한 고귀한 영혼이 끊임없이 성장하는 생명의 과정 속에서 행복을 느낀다. 고귀한 인간상을 추구하고 깊은 깨달음을 가지려고 한다. 그의 주장을 듣고 보니 자신의 참 존재를 절대존재 안에서 발견하고 그 존재 양식에 충실할 때 하늘과 자연은 다정한 이웃으로 다가올 것으로 생각된다.

사실 프롬의 소유와 존재 개념과 사상은 대부분 중세 말에 살았던 마이스터 에크하르트(Meister Johannes Eckhart)에서 온 것이다. 독일의 도미니크 수도회 출신으로 기독교 신비가이며 당대 최고의 지성이었던 에크하르트는 인간의 소유양식과 존재양식의 차이점을 누구보다 분명하게 분석했다. 독일 신비주의의 가장 위대하고 심오한 사상가라는 칭호가 아깝지 않은 인물이다. "마음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다"(마태 5:3)라고 한 예수님의 말씀에 근거해 그는 탐욕과 불타는 욕망이 고통의 원인이라고 이해했다. 물건과 자신에 대한 갈망이 소유형의 인간을 만든다고 한다. 반면 인간은 소유의식에서 벗어날 때 하나님이 그를 가장 자유롭고 인간다운 고귀한 모습으로 성장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을 가진 자는 하늘의 정신과 교통하고 성스런 힘으로 격려 받고 세워지기 때문이다. 철학자들은 꿈꾸고 신앙인들은 누리는 것이다.

신앙인들에게 있어 소유와 존재는 한쪽을 선택하고 한쪽을 버리는 것이 아니다. 인간에게 소유의 본능이 있는 것은 생존을 위한 것이다. 소유 없이 존재할 수 있는가? 존재가 없이는 소유도 필요하지 않다. 하지만 소유 없이는 존재할 수가 없다. 무소유로 살아간다는 것은 언어유희이다. 가능할 수 없다. 단순한 삶을 그리 표현한 것 뿐이다. 어떻게 고귀한 존재를 향해 나가면서 필요한 소유를 얻을 수 있는가? 그 대답도 예수 그리스도에게서 찾을 수 있다. 그러면 많던 적던 소유에 집착하지 않고 하늘의 정신과 결합한 고귀한 인간으로 나아갈 수가 있다. "너희는 먼저 하나님의 나라와 하나님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 하시리라."(마태 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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