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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맛과 멋] 어떻게 죽을 것인가

이영주 / 수필가

영화 'Into the Wild'는 실제 인물인 크리스토퍼 맥캔들리스의 황야 생활 여행 이야기다. 존 크라카우어가 크리스토퍼의 일기들을 바탕으로 다큐멘타리 책을 발간했는데, 이를 숀 펜이 각색해서 감독까지 맡아 2007년에 개봉했던 영화다.

대학을 A학점으로 졸업한 크리스토퍼 맥캔들리스는 원래 인텔리 부모와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금수저 출신이다.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그는 자신이 늘 마음 속에서 꿈꿔왔던 도시문명으로부터의 탈출, 가족으로부터의 탈출을 감행한다. "사랑보다, 돈보다, 신념보다, 명성보다, 공평함보다... 진실을 달라"는 헨리 데이빗 소로의 글이 그의 기본적인 가치관이다.

그는 가지고 있던 전재산을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낡은 자동차 한 대를 사서 알래스카로 향한다. 바닷가에서 그 차가 말썽을 일으키자 차를 버리고, 주머니에 들어있던 돈마저 불태워버리고, 그야말로 빈손으로 배낭만 메고 전진을 계속한다. 여정 중에 그는 히피.농부.노인을 만난다. 관계를 떠나고 싶어했지만 여정은 관계의 재발견이었다.

그가 꿈꾸던 알래스카 디날리 국립공원 북쪽 캠프 사이트에서 발견한 낡은 버스 속에서 야생을 시작한 그는 거기서 생을 마감한다. 처음엔 사냥을 해서 먹이를 찾았지만 겨울이 되자 사냥감이 줄어서 들풀들을 캐어 먹으며 연명하다가 실수로 독초를 먹은 탓이다. 그를 여행객들이 발견했을 때 체중이 30Kg이었다니 그의 야생의 무게가 무겁게 와 닿는다.



영화 이야기를 이렇게 장황하게 하는 것은 인간은 도대체 어떻게 죽어야 하는가를 진지하게 생각하게 된 때문이다. 그 이유는 첫째, 10월 1일, 라스베가스에서 벌어진 참혹한 총기 사건이다. 2만2000여 명의 청중이 모인 콘서트 장에 네바다에 살던 스티븐 패덕이 만달레이 호텔 32층 방에서 15분 동안 따발총을 내갈긴 사건 말이다. 무려 59명의 사망자와 527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이 끔찍한 사건을 수백만달러 자산가인 패덕이 왜 저질렀을까.

두 번째는 아끼는 동생의 남편이 추석 전날인 3일 자살한 일이다. 소식을 알려준 친구는 에둘러서 '돌연사'라고 표현했다. 명문가 출신의 그는 오래 전부터 우울증이 있었다. 딱히 우울증이라기 보다 하는 일마다 잘 되는 일이 없으니 매사에 의욕을 잃은 것이다. 그 점만 빼면 그는 분위기 있게 노래도 잘 부르고, 매우 젠틀하고, 따뜻하고, 착하기 그지없는 호인이었다. 그랬던 그가 속절없이 세상을 하직했다니 분노도 아니고, 슬픔도 아니고, 그냥 마음이 먹먹하고 답답하다.

어차피 죽을 목숨인데 왜 미리 스스로 목숨을 끊는 건지, 그리고 왜 다른 사람들을 죽이고 저도 죽는 건지, 단순한 내 머리론 이해불가다. 인간 세상을 떠난다고 유타의 산 속에서 "난 사람을 덜 사랑하기 보다 자연을 더 사랑한다"는 바이런의 싯귀를 음미하며 야생의 먹이들로 자연의 일부분이 되어 생존하던 크리스토퍼는 2년여 만에 혼자 고독해 하다가 자연의 독성으로 죽음을 맞는데, 그 죽음 또한 바람직한 죽음인가.

인간은 태어나면 누구나 죽는다. 우리의 생은 죽음을 향해 하루 하루 가까이 가는 길이다. 나는 죽는 게 무섭다. 그러나 주변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고들은 새삼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짚어보게 하며 공포까지 밀어내줬다. 자기를 버리기 위해 알렉산더 슈퍼트램프라는 우스꽝스런 이름으로 이상향을 꿈꿨던 크리스토퍼 맥캔들리스의 "행복은 함께 나눌 때 비로소 현실이 된다"는 마지막 말은 그래서 더 의미심장하다. 인간은 결국 관계를 떠날 수 없으며 그 관계 속에서 자기 나름의 가치 있는 삶을 도모해야 하는 것. 생각의 고리를 이어가다 보니 어떻게 죽을 것인가가 결국 삶을 어떻게 살 것인가로 귀결된다. 그러면 어떻게 살 것인가. 이 화두가 오늘의 메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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