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뜨락에서] 아름답고 푸른 도나우 강
-유라시아에서 들려주는 사랑과 모험, 평화이야기3
강명구 / 수필가·마라토너
한참 강가를 따라 달리다 도나우 강을 반으로 나누는 20여km나 되는 긴 섬을 가로지르며 달리기 시작했다. 가을 햇살이 좋은 날 시민들이 자전거를 타거나 개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왔다. 저쪽으로는 백조들이 한가롭게 노닐고 있다. 다른 한쪽으로는 나체로 일광욕을 즐기는 배가 불룩 나온 아저씨가 나를 놀라게 한다. 이 섬은 다뉴브 강의 범람을 막기 위해서 만든 인공 섬이라고 한다.
그 마법으로 아름다운 도시가 된 비엔나는 다시 찬란히 빛나는 진주 목걸이처럼 도나우 강을 장식한다. 프라하는 고전이 홀로 무대에서 단독공연을 펼치는 도시라면 비엔나는 고전과 현대가 서로 부둥켜안고 왈츠를 추는 조화로운 도시다. 음악과 문학과 예술은 머리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태어나 살다 죽은 곳, 사랑과 실연을 나눈 곳, 환희와 고통을 겪은 곳, 성공과 좌절을 겪은 곳, 그곳에서 시작한다. 도나우 강 기슭에서 요한 슈트라우스 말고도 모차르트, 하이든 같은 뛰어난 음악가들이 태어났다.
그날 프란츠 요제프 황제의 생일 연회가 있었다. 왈츠의 선율이 생동감 있고 달콤하게 흐르는 가운데 씨씨는 그날의 주인공인 언니 헬레나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15살의 호기심 많고 아리따운 소녀 씨씨는 미래의 형부이자 사촌오빠가 언니와 세상에서 가장 멋진 모습으로 춤을 추는 동안 저만치서 말없이 흘끔흘끔 바라보았다.
그런데 프란츠 요제프가 어린 사촌 동생과 눈을 마주치자 사랑의 여신은 장난을 치고 말았다. 젊은 황제는 그녀를 보자 홀딱 사랑에 빠져 헬레나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들고 있던 붉는 장미를 씨씨에게 건네고는 사람들 앞에서 제국의 황후가 될 사람이라고 선포를 해버리고 말았다. 씨씨는 프란츠 요제르와 손을 잡고 배를 타고 도나우 강을 따라 내려와 열렬한 환호 속에 빈에 도착하였다. 어린 황후는 174cm에 48kg, 50cm 허리를 유지하기 위하여 열심히 노력했지만, 그녀의 아름다움이 남편의 사랑을 오래 사로잡지는 못했다.
씨씨는 바이에른의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자유분방하게 자랐고, 프란츠 요제프 황제는 엄격한 궁정교육을 받으면서 성장했다. 서로의 다른 성장배경이 불화의 시작이 되었다. 게다가 젊은 황제에게는 다가올 재앙들이 서주를 연주하는 오래된 제국이 있었다. 시어머니와의 불화로 딸을 낳자 양육권을 빼앗기고 그 딸은 얼마 안 있어 죽고 다시 딸을 낳고 빼앗기고 말았다. 나중에 오스트리아 제국의 후계자가 될 아들을 낳았지만 아들마저 빼앗기고 말았다. 외로움에 시달리던 황후는 건강이 악화되어 폐결핵에 걸렸다.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