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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 칼럼] 트럼프·샌더스 돌풍의 원인은 '오바마'

원용석/사회부 부장

미국 역대 대통령 가운데 버락 오바마처럼 멋있는 대통령은 없었을 것 같다. 웬만한 할리우드 스타 보다 스타일이 있다.

일단 연설을 잘한다.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때 혜성처럼 나타난 그는 '담대한 희망'이라는 박력 넘치는 기조연설로 이상한 이름에도 불구하고 전국구 스타로 급부상했다. 당시 존 케리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지명되는 자리였지만 오바마가 더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훗날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고, 그가 케리를 국무장관으로 지명하는 아이러니가 생길 줄 누가 알았으랴.

언론은 경선을 앞두고 '오래된' 힐러리보다는 '새로운' 오바마를 택했다. 카리스마와 화술에서 힐러리는 오바마의 적수가 되지 못했다. 선거 캠페인이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역대 최고 수준이었다.



오바마의 매력은 지난해 6월 한껏 발산됐다. 찰스턴 총격사건의 희생자인 핑크니 목사의 추도식에서 '어메이징 그레이스'를 소울 넘치는 목소리로 불렀다. 그의 임기 동안 가장 인상적인 모습으로 남지 않을까 싶다.

작가의 길을 걸어도 대성했을 것이다. 저서 '내 아버지로부터의 꿈'은 문체가 거의 어니스트 헤밍웨이급이다.

오바마에게는 이렇게 남들에게 없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기자도 2008년과 2012년 대선 때 오바마를 지지했다. 그의 선거 구호였던 '변화(Change)'에서는 진정성이 느껴졌다.

그런데 지난 7년간 오바마가 미국에 실제로 '(좋은) 변화'를 가져왔는지는 의문이다. 추락하던 뉴욕증시는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이는 부자들이나 좋아할 일이지, 중산층과 빈곤층에게 피부로 와닿는 변화는 아니다. 오히려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극심해지며 '월가를 점령하라' 시위가 대대적으로 벌어졌다.

그가 최대 치적으로 내세우는 '오바마케어'를 놓고 최소 경제적인 측면에서는 '재앙'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전국민 건강보험 의무화라는 취지는 좋지만 50인 이상 기업들이 무조건 직원들에게 건강보험을 가입시켜야 한다는 조항 때문에 파트타임 노동자들이 급증하는 역효과를 가져왔다. 이로 인해 2~3개의 직업을 가져야 하는 밀레니얼들의 불만이 폭증했다. 또 오바마 임기중 국가부채가 두 배로 뛰어 현재 21조 달러에 이르게 됐다.

무엇보다 외교에서 큰 실수들이 줄줄이 터졌다. 벵가지 사태는 국가원수로서 자격을 의심케 했다. 외교관이 자국 지도자에게 신변에 위협을 느껴 600번 이상 보안강화를 요청했음에도 아무런 대처가 없었다. 결국 리비아 벵가지의 미국 영사관은 무장 시위대의 공격을 받고 크리스토퍼 스티븐스 대사 등 4명이 사망했다.

이란핵 협상에선 훗날 '역대 최악의 대통령'으로 평가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했다.

이란에 붙잡힌 미국인 4명의 송환에 실패했음에도 이란에 1500억 달러 자금을 풀어주고, 핵사찰 24일 전에 미리 통보, 자체 핵사찰 권한 부여 그리고 이란 테러리스트 5명 송환 딜을 체결했다. 이후 포로 4명 송환에 성공했지만 대신 이란 재소자 7명과 해외 도망자 14명 등 테러리스트 의혹인물 21명을 추가로 이란에 내줬다.

줄곧 행정명령만 내려 의회와 협상도 못하는 독재자로 전락했다는비판도 많다. '최초의 흑인 대통령' '말 잘하고 할리우드 스타보다 멋있는 대통령' 외에 오바마가 내세울 수 있는 치적은 무엇인가.

오바마가 진정으로 미국에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면 지금처럼 도널드 트럼프나 버니 샌더스 돌풍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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