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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석희 전 시장·위 우엔 텔레트론 대표 '22년 인연'

OC본부 신년제안…소중한 인연을 맺어 보자

헐리트론 이사·영업사원으로 첫 만남
충고하자 "그만두겠다"…혼내며 설득
한인·베트남계 직원 갈등 말끔히 없애
11년 뒤 시장·전자제품점 사장돼 재회
선거 땐 기피하던 방송 출연 자청 지원
이젠 고문 자격 매장 설립 돕는 '파트너'


사람들 사이에 맺어지는 관계를 인연이라 부른다.

우린 어떤 인연을 맺으며 살고 있을까. 새해 초, 인연의 소중함을 일깨워주는 훈훈한 이야기를 소개한다. 적어도 한 명과는 오래 지속될 인연을 만드는 한 해를 보내면 어떨까 싶어서다.

강석희 전 어바인 시장은 1996년 위 우엔을 처음 만났다.



강 전 시장은 1977년부터 1992년까지 다녔던 서킷시티를 그만두고 오렌지 시에서 부인(조앤 강씨)이 운영하던 신발가게에 '올인'하던 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전자제품 판매점 '헐리트론'의 임철호 사장이 그를 찾아왔다.

강 전 시장은 당시 상황에 대해 "내 서킷시티 근무 경력을 알고 버뱅크에 사는 임 사장이 리버사이드의 내 집까지 찾아와 이사 영입 제의를 했다. 내 일이 바빠 곤란하다고 거절했는데 세 번이나 찾아와 부탁하기에 제의를 받아들였다"고 설명했다.

강 전 시장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던 헐리트론 웨스트민스터 지점을 맡았다. "그 때, 위 우엔을 만났다. 20대 초반인데 조용한 성격이지만 실적이 좋았다. 그런데 마진율이 낮았다. 알고 보니 공짜 사은품을 너무 많이 주고 있었다."

그는 우엔을 불러 영업 방식 변경을 지시했다. 논쟁 끝에 불끈한 우엔은 "날 못 믿는다면 그만두겠다"며 반발했다.

강 전 시장도 화가 나 "그만두려면 마음대로 해라. 두 시간 동안 이야기한 것은 널 더 좋은 세일즈맨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나가라"고 받아쳤다.

우엔이 수그러들자 강 전 시장은 "평균 마진율이 24%인데 넌 19%다. 내일부턴 사은품을 퍼주지 말고 팔아 봐라. 넌 할 수 있다"고 설득했다.

우엔은 즉시 달라졌다. 그의 변모는 놀라운 결과를 낳았다. 당장 다음날부터 마진율이 27%까지 치솟았다. 신이 난 우엔은 더 열심히 일했고 톱 세일즈맨이 됐다.

강 전 시장은 한인이 베트남계를 깔보던 직원들 사이의 분위기도 일신했다. 그는 한인 직원들에게 "여긴 베트남계 커뮤니티고 고객도 베트남계가 많다. 그들을 깔보면 금세 알아차리게 돼 있다"고 일깨웠다. 또 늘 끼리끼리만 점심식사를 하던 직원들에게 함께 식사를 하도록 했다.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물과 기름같던 한인과 베트남계 직원들의 사이도 좋아졌다. 분위기가 일신된 웨스트민스터점은 흑자로 돌아섰다. 1년간 헐리트론을 성공적으로 도운 강 전 시장은 본업으로 돌아갔다.

7년이란 세월이 흐른 뒤인 2004년, 강 전 시장은 어바인 시의원이 됐고 이듬해 시장에 당선됐다.

2009년 시장실에 앉아 있던 그에게 손님이 찾아왔다. 우엔이었다. 언론 보도로 당선 사실을 알게 돼 찾아온 것이다. 11년 만에 강 전 시장과 재회한 우엔은 "당신에게 배운대로 일했고 지난해 내 전자제품 스토어를 차렸다. 곧 2호점을 연다"고 말했다. 강 시장은 "난 네가 꼭 성공할 줄 알았다. 축하한다. 앞으로 큰 사업가가 돼라"며 축하와 격려를 했다.

우엔은 헐리트론이 문을 닫을 때까지 일했고 이후 리본, 수퍼코 등 동종업체에서 일하다 독립, 창업을 했다. 눈치 빠른 독자는 알아차렸겠지만 우엔이 세운 회사가 바로 스탠턴에 본점을 둔 텔레트론이다. 당시 매장은 2개였지만 현재 텔레트론은 전국 각지에 14개의 매장을 보유할 정도로 성장했다.

강 전 시장은 2010년 시장 재선에 성공했고 2012년 연방하원 선거에 도전했지만 낙선했다. 그 해, 임기 만료로 시장직을 물러난 그는 2016년 가주상원 29지구 선거에 출마했다. 선거 운동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던 강 전 시장에게 어느 날 우엔이 연락을 해왔다.

"날 돕고 싶다고 하더라. 그런데 이 친구가 베트남계 커뮤니티에선 엄청난 유명인사가 돼 있더라. 우엔이 날 이끌고 베트남계 TV방송국 몇 군데를 방문해 인터뷰를 잡아주고 토크쇼에도 같이 출연하면서 도와줬다. 무척 고마웠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친구가 그 전까지는 단 한 번도 베트남계 TV 방송에 출연한 적이 없었다. 방송 출연을 그렇게 피했던 친구가 날 위해 30분, 1시간씩 카메라를 보며 할리트론 시절의 인연을 설명하고 날 도운 거다."

우엔은 "강 시장은 젊은 시절 날 잘 이끌어준 멘토였고 그 덕분에 오늘날의 성공이 가능했다"며 베트남계 유권자들에게 지지를 호소했다. 아쉽게도 강 전 시장은 6월 프라이머리에서 고배를 들었다. 한동안 지친 심신을 가다듬은 그는 그 해 11월 어바인에 본사를 둔 상업용 부동산회사 스퍼리 커머셜 글로벌 어필리에이츠가 아시아 국가 시장 개척을 위해 신설한 환태평양 지역담당 회장직을 맡았다.

지난해 강 전 시장은 갑작스런 연락을 받았다. 우엔이었다. 그는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데 도움이 필요하다. 옛날처럼 날 도와달라"고 제의했다.

강 전 시장은 흔쾌히 응했다. 제의 뒤에 깔린 배려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강 전 시장은 다른 일을 하고 있기 때문에 시간이 허락할 때, 틈틈이 고문 역할을 하며 돕겠다고 답했다. 이후 강 전 시장은 텔레트론이 워싱턴, 일리노이 주 등지에 새 매장을 여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 요즘 텔레트론이 미는 주력상품이 된 마사지체어의 한국어 TV광고 제작에도 힘을 보탰다.

22년 전 시작된 강 전 시장과 우엔의 인연은 이처럼 '좋은 파트너' 관계로 이어지고 있다. 시간이 지나면 잊혀질 법한 한 때의 만남이 긴 세월 이어지며 두터운 인연으로 자라난 것이다.

모든 만남은 인연의 싹을 지니고 있다. 올해는 소중한 인연을 맺어보자. 새로운 인연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더 빠른 방법도 있다. 지난 시절, 고마움을 느꼈던 이를 찾아가 감사를 전하는 것이다. 바로 우엔처럼 말이다.


임상환 기자 limsh@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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