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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여쭙는 말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은 힘들 때 질문을 드릴 분이 있는 사람일 겁니다. 예전에는 가르침을 주실 선생님이 있다고 하면 불원천리(不遠千里) 찾아갔습니다. 답답한 마음으로 세상을 살아가다가 선생님을 만나면 얼마나 기뻤을까요? 좋은 선생님이 있는 사람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저도 얼마 후에 뵐 선생님을 생각하면서 여쭙는 말씀을 준비했습니다. 벌써부터 선생님과 나눌 말씀에 기쁩니다. 준비한 질문을 여러분께도 보여드리겠습니다. 같이 답을 생각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께서는 다 좋은 세상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이 말을 믿지 않습니다. 아니 믿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세상이 이렇게 살기 힘든데 무슨 다 좋은 세상이냐고 합니다. 세상 살기가 힘든 사람들에게 다 좋은 세상은 어떤 의미일까요? 다 좋은 세상인데 사람들은 심지어는 세상을 버리기까지 합니다. 자살을 기독교에서도 가장 나쁘다고 이야기했습니다. 다 좋다는 말에서 자살도 좋은 것이냐고 묻는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당연히 자살은 나쁜 것이겠죠? 그렇지 않으면 자살을 더 많이 할 테니까요? 자살 테러나 소신공양(燒身供養)은 자살과는 다르게 봐야 할까요? 자살 중에서도 요즘은 두 자살이 크게 문제가 되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청소년의 자살이고 다른 하나는 노인의 자살입니다. 청소년 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라고 합니다. 청소년의 자살과 노인의 자살을 줄이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참 안타까운 일입니다.

외롭고 자신을 위로해 줄 사람이 없다는 생각이 이런 극단적인 생각을 불러올 겁니다. 실제로 외롭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이제는 이웃도 모르는 세상이니 더 외로울 겁니다. 이런 사람에게 들려주고 싶으신 말씀은 어떤 게 있을까요? 외로움이 깨달음을 위해서는 좋은 건 아닌가요? 종교에 따라서는 아예 세상과 단절하고 사는 경우도 많지 않은가요? 서로 맞지 않는 사람과 만나고 사느니 차라리 혼자 사는 게 낫지 않느냐는 의견도 있습니다. 작게는 혼자 밥 먹는 사람이 많아지고 크게는 이혼하는 사람이 많이 늘어나는 이유이기도 할 겁니다. 맞지 않는 사람과의 관계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부부간만이 아니라 부모, 자식도 사이가 안 좋은 경우가 많습니다. 심지어 서로 보지 않고 삽니다. 제 주변에도 그런 사람이 여럿 있습니다. 만나서 불편하게 사느니 서로 안 만나는 게 좋을까요? 그래도 천륜 중에 가장 중요한 인연인데 만나야 하지 않을까요? 형제간에도 서로 사이가 좋지 않아서 안 만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심하게는 예전의 역사에서는 서로 죽이기까지 했으니 참 심각한 문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에 대한 원망이 많은 사람도 있습니다. 실제로 제가 들어봐도 정말 문제가 많은 부모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에는 부모를 고마워하지 않아도 되는 것 아닐까요? 나를 버린 부모는 어떨까요? 자신의 탄생 자체를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세상에 불행한 탄생도 있는 것은 아닐까요?



세상의 모든 이는 귀하다는 게 대부분의 종교에서 주장하는 핵심적인 가치 같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을 살다 보면 이 명제가 제일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히 심한 장애가 있는 사람이나 심한 병을 앓고 있는 사람에게 당신이 귀하다는 말이 잘 안 나옵니다. 심정적으로는 귀하다는 것을 알겠는데 너무 힘들게 살아가는 사람에게 귀하다고 말하기가 미안한 경우도 많습니다. 그래도 모두 귀한 것은 맞겠죠?

제가 위에 여쭌 질문들은 이미 수많은 사람이 드린 이야기일 겁니다. 어쩌면 답이 없는 질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평생 풀어야 할 문제인 것도 맞는 것 같습니다. 질문을 준비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예상하면서 설레는 하루를 보냅니다.


조현용 / 경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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