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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남자라는 존재

유황 캐는 남자들을 TV에서 봤다. 그들은 산을 넘고 또 넘어 유황을 캐지만 운반 과정에서도 온갖 어려움을 겪은 뒤에야 산기슭까지 내려올 수 있었다. 피를 말리는 여러 번의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흙을 뒤집어써야 했고 사람이라기보다 짐승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무엇보다 유황의 악취로 해서 호흡이 어려웠다. 그런데도 돈을 벌어 가족을 부양한다는 희망과 책임감에서일까. 귀갓길은 즐겁고 발은 가벼웠다, 웃음을 감추지 못하고 흐뭇해했다.

금을 캐는 남자들 또한 수십 길, 수백 길을 목숨 걸고 땅속으로 들어간다. 흙덩이, 돌덩이를 캐서 물에 걸러 사금을 선별하는 엄청난 고난을 겪어야 비로소 금을 만질 수가 있다. 그렇게 고생을 하고도 역시 귀가할 땐 미소로 가족의 품에 돌아간다.

딸네가 이사를 할 때 왜소한 멕시칸 남자가 이삿짐을 옮겼다. 자기 몸의 몇 배나 되는 육중한 가구를 옮기는데 저걸 어떻게 들까 은근히 걱정을 했다. 힘에 부쳐 부들부들 떨면서도 거뜬히 상처 하나 안 내고 다루는데 측은지심이 들었다.

어떤 남자가 그랬다. "왜 남자는 여자보다 먼저 죽는지 아느냐"고. "힘을 많이 써서"란다. 그럴지도 모르겠다. 보편적으로 힘이 많이 드는 분야는 아직은 남자 몫인 경우가 많으니까. 하긴 오늘날 맞벌이 부부들이 많아서 이원설이 나올지 모르겠으나 지구상에서 여전히 생계를 책임지는 이들은 남자들이 더 많다.



이토록 남자란 책임감, 사명감, 존재감에서 여자와는 다르다. 유황을 캐는 남자, 이삿짐을 나르는 남자들, 죽다 살아났음에도 일터에 또 가야만 하는 남자 등 태초부터 남자의 DNA는 힘쓰는 데 익숙해져 있었을까. 그리고 집에 가선 가족을 접하고 보람을 느꼈을 것이다.

사명감과 의무감에서 어려운 현실을 외면하지 않고 주어진 직분에 충실한 걸 보고 나도 아들 둘을 가진 어미로서 그들이 애처로워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박원선 / 풀러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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