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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열아홉살 영자는 어디로

이산하 / 노워크
이산하 / 노워크 

[LA중앙일보] 발행 2019/02/04 미주판 18면 기사입력 2019/02/02 21:45

갈래머리 열아홉 김영자 학생은 S 여대 1학년 2학기 등록금을 마련하지 못해 음독했다가 천명으로 살아났다는 기사가 1965년 월남전이 치열했던 진지에서 받았던 고국 소식이다. 전투로 생사의 기로에 서 있던 나는 살아난 그 학생을 돕고 전투 중 혹여 산화하더라도 나의 죽음이 결코 헛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S 여대로 그 학생을 돕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편지를 보냈더니 총장이 친필 서한을 보내왔다. 아버지는 6·25 중 전사한 외동딸로 노점 행상을 하는 어머니와 사는 학생이라고 성적표까지 동봉해 감사의 말을 전해왔다.

월급 전액을 총장 앞으로 보냈고 새 학기마다 총장이 내게 편지로 알려주었다. 3년을 전쟁터에서 보내고 귀국해 그 학생을 만나려 찾은 부산 범일동 집. 학생은 졸업 후 거처를 옮겨 50년 지난 지금까지 만날 수 없었는데 무슨 연유로 내 꿈길에 보이는 것일까. 혹여 저 세상 사람이 되어 생전에 빚진 마음이 영혼의 모습으로 찾아온 것은 아닐까.

당시에는 젊은 혈기에 배신감에 분개했으나 지금은 용서의 마음으로 그녀의 피치 못할 사정을 이해하고 있다. 원래 도움은 대가를 바라는 마음을 버려야 아름답다고 했던가. 1967년 시카고에서 얼굴 없는 천사 래리 스튜어트는 10년 동안 180만 달러를 어려운 이웃에 자선하고 신분을 밝히지 않은 채 천국으로 가버렸다.

3년 동안 학생은 감사 편지를 보내왔고 귀국 후 꼭 만나 자기를 졸업시켜 준 은혜를 갚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학생의 행적은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묘연했는데 왜 뒤늦게 내 꿈길로 찾아왔을까. 오십 년 전 언약을 지키지 못한 뉘우침에 꿈길로 찾아와 예를 표한 것일까.

만일 그 학생이 살아있다면 내게 받은 도움에 대한 보은으로 어려운 이웃들에게 아름다운 꿈을 심어주는 사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열아홉 수줍던 그 학생은 고희가 돼 있을 것이다. 어떻게 생겼을까. 한 번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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