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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맛과 멋

한 주를 번개와 벼락을 치며 지붕을 때리던 비바람이 물러났다. 오랜만에 들어본 빗소리였다. 즐거움을 더해줬다. 멋이나 맛에 어떤 기준을 매길 수 없겠으나 우리의 삶에 있어야 할 즐거움이겠다.

입은 맛을 따라다닌다. 뜨끈한 설렁탕이나 시금치조개 된장국 한 그릇의 시원함을 안다. 동치미 열무김치도 안다. 먹거리에 기름기가 많아지면 느끼하고 산뜻하지 않다. 담백하지 않다고들 한다. 시원하다는 말의 대명사가 담백(淡白·淡泊)인 듯하다.

머리가 따라다니는 맛도 있다. 마음에 맞는 글을 만나면 파도소리의 바다가 가까워진다. 시 한 수가 아련한 그리움도 슬픔도 안겨준다. 그러나 나무젓가락을 입에 물 듯 밍밍한 현대시는 맛이 없다. 게다가 난해시(難解詩)란 누구를 위한 맛인가 어림이 없다.

가락 없는 음악이 있을지 모르나 리듬 있고 쉽게 맛볼 수 있는 현대시라면 환영하겠다. 펜 하나의 몇 줄 글로 세상을 구원하겠다는 시인들에 부탁 드린다. 눈은 멋을 찾아 나선다. 화려하지 않아도 멋질 수 있는 일이 많다. 구세군 냄비에 동전을 넣는 고사리 손길, 황진이의 동짓달 긴긴 밤, 한복 입은 여인의 잔잔한 웃음, 떠가는 구름의 뜻들, 이순신의 전사, 세종의 한글이 아름다운 가슴들의 멋이 아니겠는가.



세상에 없는 것이 있다고 한다. 독일의 코미디언, 영국의 작곡가와 미국의 철학자라 한다. 한국에는 무엇이 없을까. 아무래도 정치가가 아닐까. 철부지 어중이들이 지방의회, 국회의원이 되고 정부의 장이 되어 국민의 속을 태우는 일을 더는 안 보게 하는 그런 멋진 일이 이번 새해에 있을 지어다.

'작가 이전에 먼저 사람이 되라'고 갈파한 이가 토마스 만이다. 그 작가라는 낱말에 대신해 정치가, 신앙인 등 모든 직업인이 들어가도 맞는 말이 될 터이다. 세계 곳곳에 됨됨이가 바른 사람이 나서서 멋진 세상을 창출하기 바란다. 시 한 수의 그윽함과 바른 정치인이 출현이 담백한 맛과 올곧은 멋으로 모든 이가 세상을 누리게 하리라.


지상문 / 파코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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