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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남편의 빈 자리

남편을 떠나보낸 지가 9개월이 되었다. 세월이 약이라더니 시간이 빨리도 흐른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세월은 유수와 같다"고 했다.

봄이 가고 지루한 여름도 보내고 이젠 가을과 같은 겨울이다. 며칠 전까지 남가주를 강타한 비바람은 그치고 화창한 봄날 같다. 특별히 남가주의 겨울은 따뜻하고 포근하기만 하다. 우리 마당엔 아직도 장미가 피어있으니 어찌 겨울이라 하겠는가.

며칠 전 큰딸이 다녀갔다. "엄마, 이제 많이 편해지셨지요. 몸이 편찮은 아버지 때문에 하루 삼시 세끼, 아니 간식까지 수발 드시느라 부엌 떠날 날이 없었으니 이젠 좀 편안히 계세요"라고 했다. "편해지셨느냐"는 말이 왜 그렇게 서운하게 들리는지. 나는 남편을 위한 수고가 고생이라고 생각한 적이 없는 것 같다. 오늘 반찬은 무엇을 할까. 무엇이 입에 맞을까. 날마다 고민하며 찬을 만들고 잘 잡수어 주는 것을 바라보는 행복은 나만이 느끼는 감정이었을까.

56년간의 결혼 생활 중 남편의 미국 유학 몇 년을 빼고는 떨어져 산 적이 없는 내 짝꿍이었다. 기쁨도 슬픔도 고통도 괴로움도 항상 같이했다. 그런 남편이 몸이 좋지 않다고 해서 병원에 입원한 지 사흘 만에 세상을 떠났다.



지금은 하늘나라에서 평안할 것이다. 그곳은 괴로움도 고통도 없는 천국이니 세상 고생은 꿈에 본 듯 잊었을 것이다. 슬픔은 살아남은 자의 몫이다.

사람에게 주어진 고통 중 가장 절절하고 가슴 아픈 것은 삶의 고락을 같이한 사람을 세상에서 다시 보지 못하는 것이다. 만남 끝에는 이별이 있고 태어난 사람은 반드시 죽음의 관문을 통과해야 하는 것은 정해진 이치다.

사람은 떠났어도 내 삶은 여전히 계속되고 내 삶 가운데 가장 소중한 사람을 상실한 아픔 마음이 뼈를 시리게 한다. 그동안 잘해주지 못한 회한과 후회, 미안함이 골수에 사무친다.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 공허한 마음. 말하고 싶어도 대화할 상대가 없는 치유되지 못한 마음이 아픔이 되어 서러운 추억으로 쌓여간다. 이제는 견뎌내야 한다. 현실에 닥친 고통의 순간을 지내다 보면 굳은살이 박인다. 험한 길일수록 단단히 고삐를 잡아야 한다. 죽음, 그것은 살아있음을 종결하는 성결의 한 의식이다.

태어남 그리고 죽음. 그것은 그 누구와도 동행할 수 없다. 생애의 어디쯤 힘든 여정을 마치는 날까지 아직도 주어진 오늘이 있음에 감사하고 다시는 못 올 오늘 행복하고 보람 있게 살자. 햇빛도 서산 낙조가 더 아름답다.


하영자 / 풋힐랜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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