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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뜨락에서] 살고 싶은 마을

요즈음 많은 한국 사람들이 좋아하는 여행지가 포르투갈.터키.북유럽이라고 한다. 그곳을 가보고 싶어하는 한국 사람들은 무엇을 좋아하고 있는 것인가. 그동안 많이 알려져서 유명한 이탈리아나 프랑스 등에 살짝 싫증도 나고 그런 나라들과 다른 색다른 분위기가 좋아서 일 것 같다. 대서양을 바라보는 유럽의 서쪽 끄트머리에 자리 잡은 지리적 특성과 오래되고 퇴색한 집들과 골목길의 조금은 우울할 것 같은 분위기가 약간 비슷한 성향의 한국인 마음을 끌어당긴 듯 하다. 그리고 그 속에서 들려오는 슬픔이 배어있는 국민 가요 '파두'의 운율이 또 그렇다. 한국전쟁 때 참전하여 친구 나라라고 하기도 하는 터키는 흥미를 일으키는 너무나 많은 이국적 풍경 때문에 당연히 가보고 싶은 나라가 된다. '이스탄불'이라는 이름 만으로도 벌써 마음이 달려간다.

북유럽은 무엇이 있을까. 가장 훌륭한 복지국가라는 이름과 안정된 사회 분위기에 끌리는 것 같다. 지나치며 구경만 하는 나라가 아니고 가서 살고 싶다는 생각에 가서 보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으로 읽혀진다. 너무나 오랫동안 바래오던 안정되고 살기 좋은 나라는 어떤 모습일까. 그곳 사람들은 어떤 생각으로 살고 어떻게 그런 나라를 만들어 놓았을까. 질문도 많을 것 같다.

봄이 되면 '산 넘어 남촌에는' 말로 시작되는 따뜻한 마을에 대한 호감이 꽃 피듯 일어난다. 그런 마을에 가서 살고 싶다는 다른 표현이 아닐까 싶다. 마을이라는 말은 들으면 정이 가는 낱말이다. 그리고 마을이라는 말은 그 앞에 여러 가지 말을 더하여 참으로 많은 모습을 드러낸다. 어느 시인이 말한 술 익는 마을로 시작하여 산 넘어 마을, 강 건너 마을, 바닷가 마을, 산골 마을, 동화 마을, 전설의 마을, 고향 마을, 숲 속의 마을, 꽃 피는 마을, 예쁜 마을, 정겨운 마을, 인심 좋은 마을, 숨겨진 마을, 그리운 마을 그리고 당신의 마을 등 우리들 마음이 흘러가는 대로 끝 없이 이어지는 많고 많은 마을이 있다. 오늘은 어느 마을을 찾아들 것인가.

여행을 하다가 어느 마을에 머물게 되고 그리고 그곳에서 평생을 살아 버리고 마는 사람들이 꽤 있다. 무엇이 그들을, 그들의 마음을 사로 잡았을까. 문화의 훌륭함일까 빼어난 자연의 모습일까 아니면 그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며 드러나는 그곳 만의 특별한 아름다움일까. 들어와 살며 그곳의 낯선 언어를 배워 이제는 능숙하게 말을 나누는 들어온 사람들이 얘기하는 머물게 된 이유는 실상 사람마다 다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그들의 마음을 빼앗아 간 그 마을의 손짓이 있어 그렇게 되었다는 결과이다. 살고 싶은 곳을 만나려고 떠돌던 마음이 그만 붙잡혀 버리는 보물 같은 어떤 것 때문이다. 누구에게는 따뜻한 마을이고 어떤 이에게는 추운 마을이고 다른 이는 뜨거운 마을일 수도 있다. 혹은 귀중한 사람이 살고 있다는 한 가지 이유로 묻지 않고 더불어 살고 싶어지는 마을일 수도 있다.



여행기를 보면 거기에 수많은 마을이 있다. 사철 눈 덮인 곳이거나 모래 언덕의 사막, 황량한 바위 골짜기, 발길이 없는 산 꼭대기에도 사람 사는 마을이 있어 눈길을 끈다. 밖에서 보는 이들은 어떻게 사나 걱정하는 그곳의 주민들은 그러나 자기 마을이 세상에서 제일 좋다고 마을 자랑을 잊지 않는다. 듣다 보면 갑자기 그곳에 들어 살고 싶다는 생각이 일어난다. 살고 싶은 마을은 우리의 마음이 그곳의 바람과 하늘과 사람으로 합하여지는 시간, 그때에 만나보게 된다.


안성남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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