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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향기] 매장과 화장

임사 체험 등을 이야기 하지만 아직 어느 누구도 죽음의 실체에 대해 정확히 말하지 못한다. '죽으면 그만' 이라고 하면서도 본인이나 유가족 모두 장례절차를 소홀히 할 수만은 없는 이유이다. 매장이 좋을까 화장이 좋을까? 자연장을 해도 크게 문제는 없는 것일까? 원불교에서는 장례에 대해 어떤 대답을 하고 있을까?

한 제자가 물었다. "부모가 돌아가시면 자손이 산지에 장사함으로써 모든 정성을 다하며 그것이 자손의 화복을 좌우한다고 말하기도 하는데, 원불교에서는 매장이나 화장 중 어느 것을 선호합니까?" 대종사 답하기를, "부모가 열반하시면 자손이 토질 좋은 곳을 골라 장사하는 것은 좋으나, 자손의 화복을 이유로 묘지를 과하게 꾸미거나 산소를 자주 옮기는 것 등은 옳지 못하다. 식물도 살아 있는 때에는 땅의 정기를 받으나 말라 죽은 이상에는 땅의 정기를 받지 못하거늘 생기가 이미 떠나서 토석으로 화한 백골이 어찌 땅의 정기를 받아서 자손의 화복을 좌우할 수 있겠느냐. 이 또한 과거에 보은사상을 장려한 방편임을 알아야 한다. 화장이 얼핏 보기에는 매정한 것 같지만 영식이 사라지고 토석으로 화한 백골에 매장과 화장이 무슨 차이가 있겠느냐. 사람의 육체는 업(業)이 결합된 것이기 때문에 굳이 구분을 하자면 영을 위해서는 화장하는 것이 좀 더 이치에 맞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의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제사 음식의 의미는 무엇일까? 수의는 깨끗한 것이 없으면 새것을 구입하는 것도 좋지만 있던 것이라도 새것과 다름없는 수의가 있다면 굳이 새로 장만할 필요는 없다. 이는 이미 토석으로 화한 신체에 불필요한 소비를 하는 것이며 더욱이 새 수의를 장만해서 태우는 것 등은 확실하지 않은 믿음으로 공연한 낭비를 일으켜 열반인의 복을 감할 따름이다.

제사 음식을 차리는 것 역시 관계자의 정성을 표하는 한 형식은 되겠지만 영혼이 음식을 취한다는 것은 이해하기에 분명치 못한 바가 있다. 몸이 이미 없는 이상 다시 음식을 취하여 생활할 리 없고 각자의 과보를 따라 몸을 받았다면 또한 음식은 아무 관계가 없게 된다. 만일 영혼이 음식을 취한다고 한다면 이는 다만 생전에 익힌바 업식으로 취하는데 불과한 것이고 영혼이 음식으로 생활하는 줄로 꼭 믿었다면 재래 예법에서도 1년에 한두 번 제사 음식에 그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따라서 제사를 행하는 이는 음식 차리는 정성을 천도 기원에 돌리고 거기에 드는 비용을 공중을 위해 사용하는 것이 고인의 영을 위하는 참다운 방법이 될 것이다.



불가에서는 생의 도와 사의 도가 둘이 아니라고 한다. 잘나야 잘 살고, 잘 살아야 잘 죽고, 잘 죽어야 잘날 수 있다는 말이다. 시대와 진리에 맞는 장례 문화를 고민할 때인 것 같다.


양은철 교무 /원불교 LA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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