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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동네길 오렌지 꽃 향기

특별한 일이 없는 날은 습관처럼 커뮤니티 담밖 정원 옆길을 걷는다. 길가에는 오랜지꽃 향기가 스친다. 그냥 걷느니 길가에 떨어진 쓰레기도 줍는다. 플라스틱 봉지 사용금지 후 길은 많이 깨끗해졌다.

게이트로 나가기 위해 길을 돌아서니 대형 이삿짐 차가 2대나 서 있다. 게이트에서 두 번째 집 차고문이 열려있고 이삿짐 차로 상자들을 옮기고 있다. 키가 크고 젊잖으신 할아버지 댁이었다.

그 할아버지는 사냥개 종류인 큰 포인터를 데리고 산책을 다니셨는데, 2년여 전 어느날 혼자 걷고 있기에 왜 혼자시냐고 물으니, 그 개가 사라졌다고 허전한 표정을 지으셨다. 위로의 말을 건네며 내가 어려서 어른들에게 들었던 말이 생각났다. 개도 나이가 너무 많으면 주인 몰래 어디론가 가 버린다는.

이삿짐이 나간 할아버지의 집 차고문은 내려져 있고 창의 블라인드도 내려져있다. 바로 옆집은 아니라도 한두 세대에 의해서도 커뮤니티 분위기가 바뀌기도 한다. 같은 동네는 아니나 때로는 별것 아닌 일에도 불평을 자주하는 이웃은 불편하다.



우리 집 오른쪽 집은 새를 기르고, 왼쪽 집은 작은 개를 기르는데 개가 옆길에 나와 가끔은 똥을 싸놓고 간다. 구글 사전을 찾아 메모를 써 놓았는데 잘 못 쓴 영어로 자신이 욕을 먹었다고 했다. 청소를 안 하거나 소음으로 이웃에게 피해를 주는 이웃을 좋아할 사람은 없다. 더불어 사는 세상이라 이웃이 이사를 가면 좋은 이웃이 이사 왔으면 하는 바람을 갖는다.

담장 있는 이 동네는 오렌지밭을 개발해 택지로 만든 모양이다. 쇼핑몰 쪽에 가로수로 몇 그루 남겨진 오렌지 나무에서는 해마다 이맘때가 되면 향기로운 꽃이 핀다. 길에 나오면 바람결에 오렌지꽃 향기가 은은하고 매혹적이다. 늘 맡을 수 없는 향기지만 해마다 이 계절에 동네길을 걸으며 맡는 오렌지꽃 향기는 이사를 가도 좋은 기억으로 남을 것이다.


박영혜 / 리버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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