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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마당] 잘가라 친구야

너를 보내는 마음이 너무 아프다


서른 갓넘은 청춘에 이국땅에

와서 선하고 착하게 또 모범적인

신앙인으로 살다가



이제 편안하게 된 지도

얼마 안 됐는데 먼지 날리는

길가의 풀밭 밑에 묻히는구나

네가 묻힌 곳이 너무 황량하고

초라해 더 슬프다

네가 가고 나니

이 세상에 남아있는 나를

다시 바라보게 된다

두 발로 땅위를 걷는 것이

편안한 침대 위에서 잠을

자는 사실이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일인지, 또 늙어가는

몸의 건강관리가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를 깨닫게 된다



엊그제 잠결에 내가 내 이름을

부르며 숨차해 하다 깼는데

네가 나를 불렀던 것 아닐까

고별 예배를 끝내고

맨 마지막으로 너의 영정 앞에

섰을 때 나도모르게 네 이름을

부르며 통곡했던 걸 네가

들었던게 아닐까



55년의 우정은 이제 끝났지만

너를 오랫동안 기억하도록 할게

이별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도

했으니 이 땅에서 너를 그리는 나

저 위에서 나를 내려보는

너의 새로운 시작이 시작됐다

잘 가라 친구야


정진형 / 샌디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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