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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인사회 구심점이 어느새 '부담'으로

이슈 기획: 한인 이민교회 이대로 좋은가
성장과 변화<1>

지난해 6월 방글라 주민의회 구획안 찬반 투표를 앞두고 목회자들이 한인 사회를 향해 투표 참여를 호소하고 있는 모습. [김상진 기자]

지난해 6월 방글라 주민의회 구획안 찬반 투표를 앞두고 목회자들이 한인 사회를 향해 투표 참여를 호소하고 있는 모습. [김상진 기자]

미 전역 4000여개 한인교회
초기 이민사회 통합 큰 역할
지역사회 이바지 많았지만
자본력 커지면서 부작용도


미주 지역 한인교회가 총 3514개로 조사됐다. 비영리재단 재미한인기독교선교재단(KCMUSA)이 최근 발표한 한인 교회 통계다. 물론 한인교회 수는 조사 기관마다 약간씩 차이는 있다. 그동안 발표된 각 기관의 통계를 취합해보면 분명한 건 미주 한인교회는 3500~4300여 개 정도로 추산된다. 숫자상으로 보면 한인교회는 그간 이민사회와 함께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이제는 한인교계를 숫자로만 들여다봐서는 안 된다. 이민사회의 구조적 변화와 함께 이민교회 역시 전환점을 맞고 있다. 이면에는 '한인 교회'의 존재성, 세대간의 괴리, 문화 차이, 내외부 요인에 의한 교세 감소 등 복합적인 이슈가 존재한다. 한인교계의 성장과 변화를 시리즈로 게재한다.

한인 이민교계 역사는 100년째를 넘어서고 있다.

최초의 이민교회는 하와이에 세워졌던 '그리스도연합감리교회(설립 1903년 11월3일)'였다.



이민 모집 공고를 통해 미국행을 결정한 93명의 한인이 제물포에서 갤릭호를 타고 하와이 땅을 밟자마자 세운 교회였다.

당시 초기 이민사회의 시대적 상황을 보면 교회는 종교적 목적 외에 이민자들의 구심점 역할까지 감당해야 했다. 민족 정체성, 이민자간의 동질감, 한인들의 친목, 사회적 공동체 등 수많은 의미와 기능이 교회에 담겨야 했다. 그 울타리 안에서 한인 초기 이민자들은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 나눴다.

태생부터 종교 외의 다양한 역할을 감당해야 했던 게 이민 교회였다. 그러한 정체성 때문에 일각에선 오늘날 교회들이 종교적으로 본연의 기능을 잃고 친목 단체 성격을 띠게된 원인이 됐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제기된다.

유헌성 연구원(UCLA 사회학)은 "오늘날 이민자의 관점으로 그 시대의 교회 설립 이유, 기능, 역할 등을 재단해서는 안 된다"며 "지금처럼 모든 정보가 공유되지도 않은 시대였으며 한인 사회조차 구성되지 않았던 초기 이민 세대인데다 언어도, 문화도 전혀 이해되지 않는 환경에서 교회가 탄생했기 때문에 교회 공동체는 종교적 목적 외에 다른 역할까지 감당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특히 한인들의 이민 행렬은 1960년대 말부터 80년대까지 붐을 이뤘다. 한인교회는 그렇게 이민사회와 함께 확장하고 성장했다.

최근 LA지역 온라인 매체 'LA TACO'도 이민교회의 태생적 배경을 바탕으로 LA한인타운 내 교회들의 현실을 보도한 바 있다. <본지 8월8일자 a-4면>

이 매체는 한인사회 형성에 대해 "한인 이민자들은 언어가 제대로 통하지 않는 미국 사회에서 새 삶을 시작하면서, 이방인으로서 어떤 소속감을 느끼는 것이 필요했다. 이런 환경은 수많은 이민자를 교회로 모이게 했고 한인들이 기독교 신앙을 갖는 계기로 작용했다"고 분석했다.

이민교회의 양적 성장은 한인사회가 '힘'을 갖는 근간이 됐다. 미주 한인 사회에서 교회가 갖는 상징성, 의미, 역할 등은 한국 사회에서의 '교회'와는 분명 차이가 있다. 단순히 종교 단체가 아닌 정서적으로 묶인 민족 공동체며, 미국 내에서 소수 민족으로서 힘이 결집한 집단이기 때문이다.

연방센서스국 데이비드 정 홍보 담당(LA지부)은 "내년에 센서스 조사가 실시되는데 한인 사회의 경우는 센서스국이 교회들을 중심으로 홍보 활동을 적극 펼쳐나갈 계획"이라며 "타민족과 달리 한인사회는 교회와 매우 밀접한 특수성을 띤 커뮤니티로 그만큼 교회가 한인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를 센서스국도 인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한인교계의 결집력이 곧 한인사회의 정치적 힘으로 연결된 사례는 많다.

지난 2008년 가주에서는 동성결혼 합법화를 저지하고 전통적인 남녀간의 결혼만을 인정하는 것을 골자로 한 '주민발의안8'을 두고 한인교계가 전면에 나선바 있다.

김용성 목사(LA)는 "당시 가톨릭, 히스패닉 교계 등에서도 동성결혼을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교계 지도자들과 개별 접촉을 통해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고 전면 투쟁에 나서게 한 것이 바로 한인 교계였다"며 "투표일 막판까지 아슬아슬했는데 마지막에 한인 교계가 전방위적으로 캠페인을 벌이면서 주류 언론들도 주목하기 시작했고 결국 주민발의안8이 가까스로 통과되는데 일조했는데 이는 한인표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근래에는 한인타운 일부 지역이 리틀 방글라데시로 분리되는 것을 막는데도 한인 교계가 적극 나섰다.

지난해 6월 한인 교계는 범교계대책위원회까지 구성, 투표 당일 교회 차량까지 제공해 한인들이 투표장에 나가도록 독려했다.

이유경(48·LA)씨는 "당시 리틀 방글라데시 주민의회 구획안 소식을 언론에서 대략 접하기는 했지만 자세한 이유와 저지 필요성에 대해서는 교회에서 구체적으로 들었다"며 "교인으로서 기독교적 관점에서 사회 이슈에 대해 생각하게 됐고 이를 계기로 투표장에 나가 직접 한 표를 던졌다"고 말했다.

퓨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현재 미주 한인 중 기독교 신자 비율은 71%다. 한인 10명 중 무려 7명이 교회와 관련 있는 셈이다.

기독교 색이 짙은 한인 사회는 그간 교회를 통해 많은 일을 해왔다. 한때 미주성시화운동본부 주관으로 교회들이 연합해 연말마다 '사랑의 쌀'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교회 건물은 지역사회를 위해 음악회, 뮤지컬, 세미나, 교육 장소, 결혼식장 등으로도 사용돼왔다. 심지어 교회 체육관이 동네 주민들의 운동 장소로도 쓰이는 경우도 많다.

김을용(51·풀러턴)씨는 "교인은 아니지만 매주 인근 교회 체육관을 찾아 4년째 배드민턴을 치고 있다"며 "요즘 교회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지만 보이지 않게 지역사회에 이바지하는 부분도 많고 특히 한인들은 이민교회를 통해 위안을 받는 등 교회가 한인사회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친 부분도 크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회들이 성장하면서 자본력을 갖추자 그에 따른 부작용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는 오늘날 이민 교계의 자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이유다.

데이브 노 목사(어바인)는 "그동안 이민교회의 갈등과 분쟁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돈'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며 "교회 내에서 1세들간의 다툼과 문제 때문에 그것을 보고 자란 2세들이 실망감을 느끼고 한인 교회를 떠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장열 기자 jang.yeol@koreadaily.com jang.yeol@korea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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