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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영준의 차이 나는 차이나] 미국이 주저하는 새 … 1000억 달러로 아프리카 삼킨 중국

[한국 중앙일보] 기사입력 2018/09/09 08:06

베이징포럼서 600억 추가 약속
내정불간섭 기초로 우호 늘려와
포럼 대표 53명 중 대통령만 41명
시진핑 “중국의 천연 동맹군”

아프리카 대륙 수뇌부를 베이징으로 총출동시킨 중국·아프리카 협력포럼(FOCAC) 정상회의(9월3∼4일)는 중국의 압도적인 영향력을 새삼 입증했다. 53명의 각국 대표 중 대통령만 41명이었다. 그러다보니 10여명의 부통령·총리는 직급이 낮은 축에 속했고 리비아 외교장관이 유일한 각료급 참석자였다.

‘신 조공외교’란 말까지 등장시킨 중국의 힘은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첫째 요인으로 차이나머니의 위력을 빼놓을 수 없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깔아 둔 투자액은 1000억 달러(약112조원)를 넘었는데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은 이번 회의에서 추가로 600억 달러를 푼다고 약속했다.

중국은 9년 연속 아프리카의 최대 무역파트너다. 아프리카에 진출한 중국 기업은 3500곳이 넘고 현재 운영 중이거나 조성 중인 중·아프리카 공동 산업 단지도 100곳에 육박한다. 이런 추세는 일대일로(一帶一路)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더욱 가속화됐다. 아프리카에 건설된 철도와 도로·공항 시설 가운데 최신의 것은 중국의 설계와 기술·돈으로 놓은 것이라 보면 된다. 지난해 5월 케냐 수도 나이로비와 동아프리카 최대의 무역항 뭄바사를 잇는 철도가 개통됐다. 환구시보는 “케냐에서 100여년만에 건설된 새 철도”라고 보도했다. 실제 열차를 운행하는 기관사와 관리 요원의 다수도 중국인이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차이나머니는 아프리카를 중국의 경제영토로 변모시키고 있다. 미국등 서방은 비교조차 못할 수준이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은 원조나 경제협력을 결정할 때 대상 국가의 정치·인권 상황을 문제 삼는다. 독재정권을 지원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중국은 ‘내정불간섭’ 원칙을 내세워 아프리카 내정에 눈을 감는다.

이번 FOCAC 회의에서 채택된 ‘5불(5不)원칙’ 중에도 ▶아프리카 내정에 간여하지 않는다 ▶원조에 정치적 조건을 달지 않는다는 항목이 포함됐다. 미국·유럽이 손을 놓거나 주저하는 사이 아프리카는 중국의 독무대가 됐다.

하지만 차이나머니의 힘만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순 없다. 중국과 아프리카의 유대 관계는 하루 아침이 아니라 긴 세월을 두고 쌓아 올린 ‘공든 탑’이다. 수십년째 중국을 연구해 온 일본인 전문가는 “중국이 ‘죽의 장막’을 치고 있던 1960년대 천안문 광장에 가면 외국인 10명 중 9명은 아프리카 사람이었다. 유학생 기숙사도 마찬가지였다. 그게 1971년 대만이 유엔에서 축출되고 중국이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1963년 저우언라이(周恩來) 총리가 최초로 아프리카를 방문한 이래 중국의 정상급 지도자가 아프리카를 찾은 횟수는 100차례를 헤아린다. 시진핑 주석은 집권 6년여 동안 네 차례 아프리카를 순방했다. 올해는 서열 3위의 리잔수(栗戰書)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과 4위의 왕양(汪洋) 정치협상회의 주석도 아프리카를 방문했다. 반면 아프리카 이민의 후손인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재임 8년간 두차례 방문에 그쳤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엔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이 한 차례 다녀간 게 전부다. 이쯤 되면 아프리카는 중국의 독무대나 마찬가지다.

중국의 신식민주의적 행태에 대한 비판이 아프리카 내부에서도 나온다. 경제협력 자금이 아프리카를 빚방석에 올라 앉게 해 영원히 중국 손아귀에서 못 벗어나게 한다는 것이다. 아프리카 자원을 싹쓸이하고 대형 프로젝트에 필요한 물자는 물론 인력까지 중국에서 들여오는 행태에 대한 감정도 좋지 않다.

하지만 친중 감정도 동시에 존재하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며 도와 주는 나라에 호감을 갖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수년전 한국의 외교장관이 한 아프리카 국가의 장관과 회담 도중 중국의 행태를 비난했다가 “우리를 아낌없이 도와주는 나라를 욕하지 말라”는 반박을 당한 일이 있다. 하이난 항공과 퉁런(同仁)병원은 짐바브웨·모잠비크 등의 가난한 백내장 환자에게 시력을 되찾아주는 ‘광명행(光明行)’사업을 15년째 시행하며 1800명에게 무료 수술을 해주었다. 중국식 소프트파워 외교로 효과를 거둔 부분도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경제적 이익에만 그치지 않는다. 중국은 홍해의 입구인 요충지 지부티에서 항만 운영권을 따내고 중국 최초의 해외 군사 기지를 건설했다. 지난 7월 시진핑 주석이 방문한 모리셔스는 인구 120만의 소국이지만 미 해군의 인도양 최대거점인 디에고가르시아를 견제할 수 있는 위치다. 이번 FOCAC의 결과물인 베이징 선언에는 중국과 아프리카의 안보 협력에 관한 내용이 포함됐다.

시 주석은 지난 6월 중앙외사공작회의 때 “개발도상국은 우리 나라의 국제 업무에서 천연(天然) 동맹군들”이라고 말했다. 중국몽(中國夢), 즉 종합국력 1위의 강대국이 되겠다는 국가 전략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과정에서 아프리카를 포함한 개발도상국들을 우군(友軍)으로 삼는 걸 대단히 중시하고 있다는 의미다.

“왜 국민 삶 놔두고 밖으로 퍼주나” 중국 내 비판 받는 아프리카 원조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아프리카 전략에 대한 비판이 중국 내에서 만만치 않다. 서방 언론처럼 차이나머니를 무기로 한 신(신)식민주의나 부채 패권주의, 혹은 줄세우기 신조공외교를 비판하는 게 아니다.

아프리카를 비롯한 외국에 돈을 퍼주면서 날로 힘들어지는 중국 서민층의 생활은 왜 방치하느냐는 게 주된 골자다. 시 주석이 FOCAC 회의에서 600억 달러 추가 지원을 약속했다는 뉴스가 나온 뒤부터 중국의 인터넷에는 네티즌들의 항의성 댓글이 줄을 이었고 중국 검열 당국은 이를 삭제하기 바빴다. 한 네티즌은 “중국 인민은 정말 살아가기가 힘들다. 지도자들을 먹여 살려야 할 뿐 아니라 아프리카의 형제들까지 먹여 살려야 한다”고 꼬집었다.

네티즌 뿐 아니라 지식인이 실명으로 중국 정부의 과다한 대외원조를 비판하기도 했다. 시진핑 주석의 모교인 칭화대학의 쉬장룬(許章潤) 법학대학원 교수는 7월 발표한 소논문에서“원칙 없이 아시아와 아프리카를 지원하면, 중국 국민의 생활을 조이게 된다”고 강조했다. 쑨원광(孫文廣) 산둥(山東)대 전 교수는 8월 외국 매체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중국 국내에도 가난한 국민이 많은데, 외국에 돈을 뿌릴 필요가 있나”고 비판하다 연행당하는 일도 벌어졌다.

예영준 베이징 특파원 yyj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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