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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호 역사칼럼] 담쟁이 넝쿨이 있으면 훌륭한 대학?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라고 시작하는 ‘담쟁이’라는 시가 있다. 물론 시인은 불굴의 의지를 표상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 시를 보면 ‘담쟁이’라는 식물은 담(벽)을 뒤덮어 버리는 습성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담쟁이가 벽을 온통 덮으려면 꽤 많은 세월이 걸린다. 대개 고색창연한 건물이나 벽을 담쟁이가 덮는 수가 많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오래된 명문 대학을 가리킬 때 담쟁이덩굴을 끌어다 표현하기도 한다. 바로 Ivy League가 그것이다. 이런 대학은 대개 18세기 혹은 그 이전에 생긴 아주 고색창연한 대학들이다. Ivy League라는 명칭의 유래는 193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뉴욕의 Columbia 대학과 University of Pennsylvania 대학 사이의 미식축구 경기가 담쟁이 덩굴로 뒤덮인 경기장에서 열렸다. 이때 이를 취재하던 뉴욕트리뷴의 한 기자가 담쟁이가 뒤덥힐 정도로 너무 낡은 경기장에서 열린다고 불평하던 것을 본 동료 기자가 Ivy라는 단어를 사용하여 기사를 쓰는 것을 시작으로 ‘담쟁이’(Ivy)라는 단어가 고색창연한 대학과 연결되었다.

몇 년 후 일부 동부 유명 대학 총장들은 졸업생들로부터 기부금을 많이 거두어들일 방법을 찾던 중에 한 총장이 미식축구를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이런 아이디어에 Ivy라는 단어를 덧붙여 쓰면 매우 효과적이라는 아이디어도 추가되었다. 결국, 1945년에는 동부의 여덟 개 유명 대학이 모여 Ivy League Agreement라는 협정을 맺기에 이르렀다. 여덟 개 대학이란 Brown, Columbia, Connell, Dartmouth, Harvard, Princeton, Yale, Pennsylvania 등을 말한다. Ivy League Agreement 협정의 주요 내용에 의하면 될 수 있으면 1년에 한 번 리그 경기를 열되 적어도 5년에 한 번 이상은 경기를 하기로 했다.



그러나 막상 경기를 시작하면서 리그를 운영하다가 보니 대학 사이에 실력 차이가 심해서 부작용이 생기기 시작했다. 실력이 좋은 팀은 줄곧 이기고, 경기 실력이 좋지 않은 팀은 만년 하위에 맴돌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일부 대학은 탈퇴하겠다고 선언할 정도였다. 다행히 나중에 타협이 이루어져서 리그를 계속하게는 되었지만, 처음에는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물론 이들 여덟 개 대학보다 더 훌륭한 대학이 한둘 아니지만, 이 여덟 개 대학은 스포츠 뿐만 아니라 학업 면에서도 서로 협력하며 미국 대학의 간판 역할을 하게 되었다.

Ivy League 대학들이 원래 의도했던 대로 기부금을 많이 거두어들이는 것으로 굉장히 성공적인 것은 사실이다. 이렇게 하여 이들 대학은 재정이 풍부하여 다른 대학들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미국 국내 전반적인 대학 사이의 불균형이 심해진다는 불평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즉 부자 대학은 점점 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대학은 점점 더 가난해져 간다는 뜻이다. 이런 부자 대학 출신들이 각계의 요직에 들어가게 되고, 이들이 다시 후배들을 끌어 주기 때문에 이런 유명 대학 출신들은 다른 대학 출신보다 훨씬 쉽게 사회 각계에사 출세하게 되므로 사회의 계층 편중이 심화한다는 뜻이다. 물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이런 유명 대학에 입학하면 될 것이 아니냐고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좋은 기회를 이들이 모두 독식하고 나면 나머지 사람들이 기회를 갖게 될 확률이 줄어드는 등, 큰 사회적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일부 인사는 우려하는 것이다.

한편, 미국에는 Poison Ivy 식물도 있다. 이 식물도 담쟁이의 한 종류이기도 하고, 담쟁이와 매우 비슷하게 생겼다. 하지만, 맹독을 품고 있는 이 식물을 모든 사람이 무서워한다. 인간이 가까이하면 엄청난 독을 전해 주어 사람을 괴롭게 만드는 식물이다. Ivy League 대학들이 미국 사회에서 제발 Poison Ivy가 되지 말고 착한 Ivy로 머물며 사회에 헌신하기를 기대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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