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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칼럼]‘아웃 라이어’의 역설

조무제 목사
아틀란타 연합장로교회 행정목사

정현 선수가 호주 오픈 4강 진출로 전세계 한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전세계적으로 한인들의 관심을 순식간에 끈 한국인 선수는 빙판의 김연아 선수 이래 처음인 듯 하다. 이 두 사람에겐 공통점이 있다. 엄청난 연습량으로 인해 상처투성이가 된 발이 비주얼하게 사진으로 보도됐다. 발 사진은 팬들의 감성을 건드렸다. 보는 이들을 숙연케 했다. 얼마나 치열하게 훈련했길래. 우리 모두에게 스스로의 삶의 자세를 되돌아보는 계기를 제공했다.

발 사진을 보며, 한때 유행했던 ‘1만 시간의 법칙’이 생각났다. 한 분야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재능 이외에도, 최소한 1만 시간의 집중적인 노력과 훈련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워싱턴 포스트 기자 출신인 말콤 글래드웰이 2008년에 쓴 책, ‘아웃 라이어’(Outlier)의 중심 주제다. 한국어로 이듬해 번역돼 스테디 베스트 셀러가 됐다. 1만 시간의 법칙은 또 ‘10년 법칙’으로 불린다. 클래드웰도 기자였지만 능숙하게 글을 쓰기까지 10년이 걸렸다고 고백했다. 한글 타자기 발명가로 유명한 공병호 박사도

‘10년 법칙’을 주장한 바 있다. 10년을 꾸준히 연마해야 그 분야에 전문가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는 주장이다. 매일 3시간씩 투자하면, 1만 시간을 채우는데 10년이 걸린다. 글래드웰의 책 제목 ‘아웃라이어’는 원래 통계 용어다. 검출된 값 가운데, 다른 값들에 비해 지나치게 높거나 낮은 값을 말한다. 이처럼 통상적인 인생들로부터 ‘뚝 떨어진 탁월한 존재’가 되려면, 1만 시간의 인고의 훈련 시간을 투입해야 한다는 논증이다.

성경에는 하나님의 영에 이끌려 세상 가치관에 거슬러 살다 간 믿음의 사람들이 무수히 등장한다. ‘ 아웃라이어’들이었다. 이들에게도 1만 시간 법칙이 적용되었을까. 공교롭게도 예수님의 열 두 제자들이 그분과 함께 지낸 기간이 약 1만 시간이다. 하루 평균 10시간을 활동시간으로 잡으면, 3년간 약 1만 시간을 예수님과 함께 보낸 셈이다. 제자들은 일상의 삶을 포기하고 예수님을 따랐다는 점에서 확실히 당시 보통 사람들과는 확연히 다른 별종 인간들이었다. 더구나, ‘나의 살을 먹고 피를 마셔야 영생을 얻을 것’이라는 이해되지 않았던 예수님의 설교 이후, 따르던 거의 모든 제자들이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열 두 제자는 끝까지 남았다. 그들은 확실히
‘아웃라이어’였다. 그러나 그들이 예수님과 1만 시간을 보냈음에도 불구하고, 그 1만 시간이 제자들을 본질적으로 변화시키지 못했다. 베드로나 가롯 유다의 경우에서 보듯이 그들은 더 비참한 지경으로 전락했다. 제자들은 예수님이 십자가에 매달려 죽으시기 직전 마지막 밤까지도 더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서로 다투었다. 그들을 진정 변화시키고, 능력있는 사역자로 거듭나게 한 것은 부활한 예수님이 승천한 이후에, 성령세례라는 질적인 만남때문이었다. 사울을 사도 바울로 만든 것도 다메섹으로 가는 길에서 예수님의 영과의 만남 때문이지, 사울의 열심과 열정의 양적인 시간의 누적때문이 아니었다.



“미국에 30년, 애틀랜타에 20년 살았어요.” “이 직종만 20년째입니다.” 이민사회에서 만나는 흔한 대화다. 1만 시간 법칙, 10년 법칙을 적용한다면, 이들은 ‘아웃라이어’로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 되어 이민생활에 서툰 많은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기쁨을 주어야 한다. 10년 이상 살게되면, 보통 애틀랜타 이민사회를 훤히 꿰뚫게 된다. 그러나 이분들이 정현선수와 김연아처럼 타인들에게 기쁨을 주는 ‘아웃라이어’가 되었는지는 의문이다. 이민 교회도 비슷하다. “이 교회에 00년 다녔죠.” “(이 교회에서) 목회가 10여년째입니다.” 10년 이상 교회 다녔거나 목회했다면, 그 누구보다도 예수님을 닮은 섬김의 모본으로서 세상 사람들로부터 ‘아웃라이어’가 되어 있어야 한다. 물론 오랜 세월 교회생활 경험 누적으로 교회 문화에 잘 적응하는 세련된 종교인은 된 듯 하다. 그러나 정작 예수님을 닮아 변화된 삶을 사는 지는 의문이다. 마치 제자들이 예수님과 1만시간을 동행했어도 그들의 본질에 변화가 없었던 것과 같다. 신앙에서 의미있는 ‘아웃라이어’는 양적인 과거 시간의 누적이 아닌, 현재 시간에서 성령님과의 질적인 만남에 의해 주어지는 선물이기 때문이다. 성경에 나오는 믿음의 선진들은 양적인 ‘아웃라이어’가 아닌, 질적인 ‘아웃라이어’가 더 중요함을 증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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