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별 뉴스를 확인하세요.

많이 본 뉴스

광고닫기

기사공유

  • 페이스북
  • 트위터
  • 카카오톡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공유

[영 그레이 칼럼] 마샤와의 대화

마샤는 스노버드다. 그녀의 본거지는 위스콘신주에 있지만 날씨에 따라 철새처럼 이동하며 노후를 보낸다. 11년 전부터 겨울에는 푸근한 남쪽 지방에 살고 여름에는 서늘한 북부에서 산다. 나는 그녀를 7-8년 전 우연한 기회에 만났다. 자유로운 새처럼 훨훨 날며 가볍게 사는 그녀의 삶이 나의 관심을 끌었다. 더구나 그녀가 사는 앨라배마 남서부의 유팔라는 전세기의 고옥들이 잘 보존되어 있어 나도 세번이나 찾아간 곳이다.

남쪽 플로리다주로 겨울 나러 가는 길에 소문 듣고 들린 앨라배마 시골의 평화스런 분위기에 반해서 그녀는 아예 눌러앉았다. 그녀는1892년에 건축된 고옥을 사서 남편과 둘이서 직접 개조를 하고 남부 토박이인양 산다. 북부에 있는 집도 줄여서 작은 집으로 이사를 하고 살림의 반은 남부로 가져왔다. 자신들이 없는 동안 남부나 북부의 집은 좋은 이웃들이 지켜준다고 한다. 보통 노년에 자손들 곁으로 이동하는 사람들과 달리 마샤는 자식들의 주거지와 전혀 다른 지역을 선택했다. 자식들의 삶은 그들의 몫이고 그녀의 삶은 그녀의 몫이다. 그리고 그녀는 남부에 살 적에는 완벽한 남부 사람이고 북부에 살 적에는 철저한 북부 사람이다. 그녀의 일상에는 공화당과 민주당, 특히 남부와 북부의 이념 차이가 없이 자유와 평안이 우선이다.

나이가 비슷한 우리는 가끔 서로의 근황을 알리다가 과거사를 나눈다. 공군 복무를 22년 했던 나와 육군 복무를 13년 한 그녀는 공통점이 많다. 두 사람은 발령지 따라 이동하며 낯선 지역에 관심을 갖고 적응하는 능력을 키웠다. 우습게도 우리는 업무에 관련된 힘들었던 추억은 다 잊어버렸고 근무지에서 부수로 얻은 많은 여행의 축복을 좋은 기억으로 갖고 있다. 더불어 우리는 음악을 좋아하고 연극과 오페라를 좋아한다. 서로가 본 좋은 작품을 이야기하면 행복한 대화가 끝없이 이어진다. 더구나 서로가 여행한 지역을 이야기하면 나의 체험이 그녀의 기억이 되고 그녀의 체험이 나의 추억이 되어서 깔깔 웃으며 수다를 떤다. 그러다 보니 서로가 편안한 어깨를 내어줘서 소소한 개인적인 이야기들도 많이 한다.

이번에 만났을 적에는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최근에 일어난 일이다. 마샤가 북부를 떠나기 전에 정기건강진단을 받았는데 심장 잡음이 많아서 초음파 검사를 했다. 심장전문의의 세밀한 검진을 받으라는 권고를 받았지만 날씨가 추워지자 남부로 왔다. 그러다 날씨가 조금 풀려서 북부로 가서 미네소타에 있는 심장전문의를 만났을 적에는 상황이 조금 악화되어 바로 심장수술을 받았다. 평소에 건강에 자신이 있었던지라 크게 걱정하지 않다가 심장수술을 받은 후부터 몸에 일어나는 작은 삐걱임도 즉각 의사를 보러 간다며 몸의 어떤 변화도 꼭 의사의 체크를 받으라고 나에게 조언을 줬다.



나는 여행을 자주 다녀도 방문하는 곳에서 늘 여행객이다. 한 발 물러선 구경꾼이다. 환경이 멋진 곳에서는 한달 현지인처럼 살아보고 싶고 더 근사한 곳에서는 일년 사계절을 살아보고 싶은 욕심을 갖지만 한번도 실천한 적이 없다. 타지로 다니며 시야를 넓히다가 뿌리를 내린 한 곳에 돌아와 안정을 가진다. 한 집에 오래 살며 키운 내성이다. 눈앞에 보면서도 그리운 손자를 매일 볼 수 있도록 워싱턴DC에 작은 콘도를 사놓고 철새처럼 여름에는 동부에서 지내고 겨울에는 남부 집에서 살려는 희망을 가진다. 하지만 살림을 분산해서 마샤처럼 살고 싶은 나의 의도를 남편이 도무지 동의하지 않는다. 사람의 몸은 영혼의 주거지이듯 사는 집도 임시 거주지라 크게 의미를 가질 필요가 없지만 나보다 더 추위를 타는 남편은 오히려 더 남쪽 플로리다로 이사가자고 주장한다.

다음달 마샤는 위스콘신주로 떠난다. 그곳에서 여름을 보내고 찬바람이 솔솔 불어올 늦가을에 철새처럼 다시 나타날 그녀를 기다리는 재미가 있다. 마치 좋은 책을 읽고 나면 그 영향이 한동안 끈적하게 의식을 잡듯이 마샤와의 대화는 나에게 알차게 사는 생활 방법을 여러모로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그녀와 나눈 삶의 조각을 이어서 퀼트를 만드니 훈훈한 사람살이 이야기다.


Log in to Twitter or Facebook account to connect
with the Korea JoongAng Daily
help-image Social comment?
lock icon

To write comments, please log in to one of the accounts.

Standards Board Policy (0/250자)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