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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윔블던 넘어 세계정상 우뚝 설 것"

윔블던 주니어복식 챔피언 민은지 양

"세계 정상에 우뚝 서고 싶어요"

거무잡잡한 피부에 탄탄한 어깨, 그리고 꼭 다문 입은 여느 운동선수와 다를 바 없다. 하지만 하얀 이를 드러내고 웃을 땐 영락없는 10대 소녀다.

앳된 얼굴의 주인공은 최근 윔블던 테니스 대회 주니어 복식부문에서 한국계로는 최초로 우승을 거머쥔 민은지 양(17·미국명 그레이스 민). 9일 도라빌 한인회관에서 열린 환영식에서 악수하기 위해 내미는 그의 손에는 지우다 만 까만 매니큐어 자욱이 군데군데 남아있다.

민 양은 자신의 윔블던 대회 우승에 대해 "여전히 믿기지 않는다. 계속 상대편에 끌려가다가 얻은 소중한 승리"라며 흥분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우승직후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파트너와 얼싸 안았던 기억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당시 민 선수와 캐나다의 유진 부샤르 조는 첫 세트를 내줬지만, 막판 두 차례의 매치 포인트를 따내면서 우승을 차지했다. 민 양이 윔블던 무대를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인으로서는 윔블던 주니어와 성인 부문을 통틀어 1994년 전미라가 준우승을 차지한 것이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애틀랜타에서 태어난 민 양이 처음으로 테니스 라켓을 잡은 것은 8살 때인 2002년. 취미로 부모와 함께 시작한 운동이 '인생'이 됐다. '될성부른 떡잎'이었던 그는 라켓을 잡은 뒤부터 각종 대회의 우승을 휩쓸었고, 5년만에 전미 랭킹 1위(여자 14세 이하 부문)에 올랐다.

지난해에도 칠레에서 열린 세계대회 1위, 오렌지 볼 2위, 에디허 대회 3위 등 줄곧 상위권에 랭크됐다. 그는 다른 유망주들과 함께 플로리다에서 미국테니스협회(USTA) 후원으로 훈련과 홈 스쿨링 생활을 하고 있다. 현재 주니어 랭킹은 24위, 세계랭킹은 610위다.

현재의 민은지가 있기까지는 부모의 역할이 컸다. 넉넉치 않은 생활 속에서도 어머니 민점순씨는 옷수선 일을 그만두고 딸의 모든 일정을 챙겼다. 주변의 도움도 많이 받았다. 민점순씨는 "언젠가 딸의 지원내역을 살펴보니 8~10만달러에 달하더라"며 "그저 (하나님) 은혜였다"고 말했다.

민은지의 장점은 강한 힘에 있다. 키는 크지 않지만 힘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다. 특히 유도선수 출신인 아버지 민희봉씨를 닮아 튼튼한 하체를 지녔다. 코트를 휘저을 수 있는 운동신경과 순발력을 타고 났다. 여기에 공을 따라가는 손과 손목의 감각도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다.

'강심장'도 강점이다. 민 양의 경기를 지켜본 지인들은 박빙의 승부를 이어갈 때마다 과감함 시도로 포인트를 따내는 것이 주특기라고 전한다. 민 양 역시 "테니스를 칠 때면 에너지가 솟구친다. 경기에서는 볼에만 집중하기 때문에 과감하게 시도할 때 성공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 선수의 롤 모델은 미국 출신 세계 최정상의 테니스 스타인 세레나 윌리엄스다. 풀 코트를 이용하면서 발리 샷, 드롭 샷 등 다양한 플레이를 통해 포인트를 따내기 때문이다. 그는 "윌리엄스 선수의 역동적이고 파워풀한 움직임을 닮고 싶다"고 말했다.

세계 정상급 선수가 되기 위해 민은지가 가야할 길은 여전히 멀다. 우선 US오픈, 윔블던을 비롯한 메이저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는 세계랭킹 100위권 안에 드는 것이 급선무다. 그는 "섣불리 프로 무대에서 우승하고 싶다는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첫 목표는 메이저 대회에 출전하는 프로선수가 되는 것"이라면서 "우승은 첫 목표를 달성한 후에나 가능하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권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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