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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준희 칼럼]달밤의 흥취, 강강술래

한국은 한가위를 맞고 있지만 한국의 추석에 대한 기억은 이곳의 바쁜 일상으로부터 밀려나 다소 희미해지는 듯하다. 그래도 휘영청 뜬 조지아의 보름달을 볼 때면 특별한 달밤의 오랜 흥취를 떠올려보곤 한다. 바로 달과 여성의 노래이자 놀이인 강강술래다.

강강술래는 주로 한국의 서남 해안 지역에서 정월 대보름이나 추석과 같은 특별한 달밤에 즐겼던 노래와 춤, 놀이가 어우러진 일종의 종합예술이다.

“달 떠 온다 달 떠 온다/강강술래~/동해 동천 달 떠 온다/강강술래~”.

달의 등장은 곧 축제의 시작이다. 잘 알려진 대로 강강술래는 여성들이 둥근 보름달 아래 모여 달과 같은 원을 그리면서 발을 맞추고 어깨를 들썩이며 뛰던 놀이와 그 노래로 전해진다. 이 지역 여성들이 강강술래를 하면 온몸을 땀으로 흠뻑 적시고 몸을 가눌 수 없을 정도로, 이른 저녁부터 달이 질 무렵까지 놀이가 밤새도록 이어졌다고 한다. 아득히 먼 옛날에 달은 풍요를 상징했던 주술적인 그 무엇들의 하나였는지 모르지만, 한반도 서남 해안 지역의 여성들에게 특별한 달밤의 꽉 찬 달은 가난하고도 고단한 삶의 애환을 비추는 거울이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밤에 노래와 함께 뛰는 강강술래는 그들의 마음을 정화해주는 하나의 통로가 되었다. 짙은 밤, 덩그렇게 떠오른 크고 밝은 달의 고혹한 서정이 여성들의 마음을 물들이면 애써 묻어 놓았던 진솔한 마음들은 ‘시’이자 ‘노래’가 되고, ‘춤’이자 ‘놀이’가 되었다. 그것이 바로 강강술래다.



강강술래는 한 사람의 선창자가 즉흥적인 가사로 메김 소리를 부르면 다른 모든 사람이 “강~강~술~래~”라고 받음 소리로 노래를 부른다. 느린 장단의 진(긴)강강술래를 부르고 중강강술래, 자진강강술래로 점차 속도가 빨라진다. 남도 특유의 육자배기 토리로 부르는 강강술래의 노랫말은 일정하게 정형화되지 않고 자유롭고 창의적이었다. 전형적인 여성의 삶을 숙명으로 받아들인 가사가 대부분이지만, 부르는 이의 마음 빛깔에 따라 애잔하기도, 서글프기도, 흥겹기도, 재밌기도 하다. 그래서 노랫말에는 지난한 일상에서의 서글픔이 묻어나고 무정한 임을 향한 외로움이 담기기도 했다. 여성들이 부른 노래다 보니 친정 부모님을 향한 애틋한 그리움을 삭이고 호된 시집살이의 서러움을 해학적으로 풀어내는 자족적인 노랫말도 있다.

중요무형문화재 제8호로 지정된 해남과 진도의 강강술래에는 남생아 놀아라, 개고리 타령, 청어 엮기, 덕석몰이, 고사리 꺾기, 기와 밟기, 문지기 그리고 꼬리 따기 등의 유희적인 놀이가 중간 중간에 삽입되어 있다. 이런 놀이들은 강강술래에 역동성과 신명을 더한다. 강강술래를 한참 돌다가 숨이 가빠지면 이런 놀이를 하면서 숨을 고르고, 숨이 고르게 되면 다시 강강술래를 뛰었다고 한다. 언제부터였는지 몰라도 강강술래는 선택된 달밤에 여성들에게 주어지는 특별한 일탈이었다. 강강술래를 뛰는 밤에는 누구든지 노래의 선창자가 될 수 있었고 그 노래에 누구나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었다. 또한 누구나 둥근 원의 한 일원이 될 수 있었다. 원의 선두, 노래와 놀이의 순서 또한 정형화되지 않았었다. 강강술래는 ‘들고 남’과 ‘시작과 끝’이라는 틀에 속박되지 않는 열린 축제의 장인 것이다.

춤과 노래 그리고 놀이가 어우러져 가장 기층적인 종합예술 형태의 모습을 온전하게 보여주는 강강술래는 2009년, 유네스코의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되었다. 그 유래에 대한 여러 견해들이 있지만, 현재 전승되는 강강술래가 도서 해안 지역의 여성이라는 사회적 약자들이 ‘자유, 어우러짐, 진솔함, 카타르시스 등’을 구성지게 녹여낸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노래이고 민속인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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