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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의 도시 그리움의 도시

[밖에서 본 시카고, 시카고 사람들]
이윤정

사람과 도시 사이에도 인연이란 게 있을까. 나는 있다고 믿는다. 태어나고 자란 한국의 도시들도 소중하지만 나는 분명 시카고와 인연이 있음을 느낀다.

시카고에 처음 온 건 17년 전 여름이었다. 10여년의 기자 생활을 끝내고 LA에서 현지 촬영하는 한국영화를 찍는 일을 시작하기 위해 그 해 초 미국으로 건너왔지만 제작비 투자가 미뤄지는 바람에 시간만 보내던 세 가족이 미국횡단에 나선 것이다. 렌트카 비용도 아까워서 회사차를 대신 운전해서 가져다주는 ‘드라이브어웨이’ 서비스를 이용해 단 8일만에 LA에서 뉴욕까지 가는 강행군이었다.

광활한 대륙의 풍경들에 때로는 감탄하며 때론 지겨워하며 가던 중 시카고에 도착했다. 처음 보자마자 어쩐지 마음이 푸근해지며 ‘내가 찾던 곳이 바로 여기였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왜 그랬는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도시를 가로지르던 시카고 강, 그 위에 걸쳐 있던 멋들어진 철교들, 강 아래를 천천히 지나가는 배들, 그 옆으로 늘어선 건축물들이 우아하면서도 중후하고 그러면서도 대도시의 생동감이 느껴졌다.



하필 그날 해가 저문 강변에서는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우리 가족은 그날 저녁 보았던 그 불꽃놀이의 풍경을 여행 중 잊지 못할 가장 아름다운 추억으로 꼽았다. 여행 일정을 그리겠다며 스케치북을 가져왔던 여섯 살 아들은 여행 중엔 지쳐서 중단했지만 시카고에 도착하자 시키지도 않았는데 빌딩과 밤풍경을 그리기 시작했다.

아들은 한국에 돌아온 뒤 커서 미국 유학을 준비했는데 나는 시카고의 학교 한곳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그리고 얼리 어드미션으로 딱 합격하는 바람에 다른 학교는 원서를 쓰지도 못했다. 아들이 입학 후 시카고 강변의 야경 사진을 페이스북에 처음 올렸을 때 나는 “그거 기억나니? 불꽃놀이 말이야. 그날 나는 시카고와 우리는 꼭 다시 인연을 맺게 될 거라 믿었어”라 댓글을 썼다.

시카고는 이제 내게 아들의 도시, 그리움의 도시가 됐다. 매일 아침 휴대전화 첫 화면에서 시카고 날씨를 보며 춥지는 않은지, 덥지는 않은지 걱정하고, 시카고 뉴스를 살피며 별일은 없는지 염려한다. 틈날 때마다 저가 비행기 표를 검색하며 2년 전 봄 그 도시를 거닐 때 뼛속까지 파고들던 차갑고 습한 바람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에 설렌다.

그렇게 이 멀고 먼 서울에서 나는 내 특별한 인연의 도시 시카고와, 그곳의 사람과 ‘멀지만 가까이’ 혹은 ‘따로 또 같이’ 살고 있다.

칼럼니스트 <그여자의 공감사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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