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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원 컬럼] 보스턴 추억

2002년 메이저리그 담당 특파원으로 미국에 와서 가장 많이 찾았던 도시가 보스턴이었다. 보스턴 레드삭스 소속 전현직 한국인 선수가 많았기 때문이다.

자주 드나들다 보니 보스턴이란 도시에 적잖은 정이 들었다. 시장통 뒷골목처럼 복닥거리는 레드삭스 홈구장 펜웨이파크는 물론 찰스 강변, 보스턴 미술관, 도심 한 가운데 기찻길 등을 이따금 떠올리곤 한다.

2003년 가을, 레드삭스가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꺾고 아메리칸 리그 챔피언십에 진출했을 때 축하 파티가 열린 라커룸에서 한국 기자단을 향해 장난기를 발동한 매니 라미레스와 데이비드 오티스로부터 샴페인 세례를 받은 기억도 있다. 그때는 아직 미국 문화에 익숙치 않아 난감했었지만, 지금 돌아보면 기분 좋은 추억이다.

그런 경험들 탓에 스포츠 경기를 볼 때면 시카고 연고팀을 제외하곤 보스턴 지역 팀을 응원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컵스•화이트삭스•베어스•블랙혹스•불스가 최우선이지만, 보스턴 레드삭스나 셀틱스도 좋아한다. 3일 열린 NFL 챔피언 결정전인 수퍼보울서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를 응원한 것은 당연한 일이다. 게다가 불혹을 넘어서도 여전히 최고의 실력을 과시하고 있는 쿼터백 탐 브레이디가 이끄는 팀이지 않은가.



첫 패스부터 인터셉션을 당하고 3쿼터까지 터치다운 하나도 성공시키지 못했던 브레이디는 3-3으로 팽팽하던 4쿼터 중반 멋진 패스를 연달아 성공시키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그는 무려 9번의 수퍼보울 진출과 6번의 승리라는 전인미답의 경지를 밟았다.

미국의 대표적인 스포츠 스타이자 영웅인 브레이디가 대단한 것은 무엇보다 변함없는 실력을 유지하며 꾸준히 오래 뛰고 있다는 사실이다. 스포츠의 세계, 그것도 격렬하기 짝이 없는 프로 풋볼서 20년 가까이 주전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철저한 자기 관리와 의지, 실력이 뒷받침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수 년 전 은퇴한 브렛 파브와 페이튼 매닝이 각각 20년과 18년간 현역으로 뛰면서 남다른 기록을 남겼지만 마흔이 넘어서도 잇따라 수퍼보울에 진출하고 6번째 챔피언 반지를 낀 브레이디는 더 강렬하다.

살아가면서 단기간에 올리는 성과도 중요하지만 꾸준함을 유지하는 것이 그 이상이라는 사실을 점점 더 깊이 깨닫는다. 차근차근 내실을 다져가는 것이야 말로 우리 삶에 진정한 무게를 더해주는 것이리라.

우여곡절을 겪으면서 내공을 다진 사람이 최후 승자가 되는 것을 우리는 자주 볼 수 있다. 브레이디 역시 미시간대학 재학 시절, 경기 출전 기회를 잡지 못해 심리 치료까지 받은 아픈 경험이 지금의 영광에 이르는 밑거름이 됐을 것이다.

경박하고 야비한 수는 결국 바닥을 드러낸다. 조금 더디더라도 한걸음씩 정도를 걷는 것이 역설적으로 가장 빠른 길이다. 스포츠 뿐 아니라 정치•경제•사회•문화 어느 분야도 마찬가지다. 최근 시카고 시의회와 일리노이 주의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현상을 봐도 부패와 속임수에는 결국 끝이 있게 마련이다.

소 걸음이 천 리 간다는 말도 있듯 목표에 초점을 맞추고 과정에 충실하게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는 것이 쉽게 무너지지 않는 신화를 세우는 비결일 것이다. 브레이디의 끝없는 도전과 성취를 통해 진정한 승자는 자신과의 싸움에 더 철저하다는 것, 실력과 의지만이 정상으로 가는 유일한 길이자 지름길이라는 사실을 새삼 다시 확인한다.

[시카고 중앙일보 발행인 겸 편집인]


노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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