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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 기적의 시작

세상에 많은 것들, 많은 사람들이 있지만, 마음이 가는 것,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다. 자기의 마음이 가는 대상을 만날 때, 그것이 바로 기적의 시작이 된다. 화려한 꽃들이 많지만 그저 보고 스치다가 시들어가는 화분을 보고 마음이 가서 보살피게 되는 것, 그것이 관계를 맺는 시작점이다. 볼품없는 화분을 햇살이 드는 창가에 두고 한번씩 정성 들여 물을 주며 보살피는 나날이 반복되던 어느 날 다시는 꽃피울 것 같지 않던 여린 줄기에 꽃망울이 맺히고 꽃을 피우는 것을 보면서 가슴 설레이는 환희를 느끼는 것은 그동안 쏟은 마음과 함께한 시간의 확인을 보게 된 이유일 것이다.

버려진 화분을 가져와 동녘 창가에 놓아둔 지 두어달이 지났을 때 꽃망울이 맺혀진 걸 처음 발견하던 순간, 가슴속에 불이 들어온 듯 형언할 수 없이 설레이는 마음이 되던 그 순간에 한편의 시가 쓰여졌다.

작은 꽃(최선주)

아, 피었구나
구부러지고 휘어진 채로


열개도 넘는 작은 꽃망울 무리로 데불고

한철 피고 나면 잊혀지는 작은 생
안스러워 볕드는 맘자리에 두었더니
잊은 듯 밤낮을 헤아리다 다시 피었구나

지천에 화사한 꽃들이 비켜간 설레임
너를 지켜본 밤낮이 네가 함께한 나의 일상이
작고 흰 네 얼굴에서 환희로 빛나네

오, 그런 거구나 사랑은
필요가 아닌 관심 대가 없는 돌봄으로
다시 꽃을 피우게 하고 다시 설레이게 하는.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 다양한 환경을 접하게 된다. 그 가운데 마음이 가는 사람이 있고 그 마음이 지탱되는 환경에 있게 될 때 그것은 곧 운명을 결정짓는 일의 시작이 된다. 크고 작은 인연은 그렇듯 소소한 감정 혹은 마음이 가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프랑스의 화가 피에르 보나르는 파리의 거리를 걷다가 전차에서 내리는 한 여성에게 반한 순간부터 함께 한 40여년동안 아내를 모델로 한 그림을 384점이나 그렸다.

하지만 그가 사랑한 여인인 마르트는 자기 자신의 나이부터 신상의 모든 것을 거짓으로 꾸미고 신경쇠약에 강박증이 있었으며 세상 사람들과 어떤 교감도 원하지 않는 심신이 쇠약한 여성이었다. 보나르는 그런 연인에 대한 연민과 사랑으로 그가 화폭에 그려낸 마르트는 생을 마감할 때까지 그녀의 모든 결점을 넘어 언제나 젊고 건강하고 생명력이 넘칠 뿐 아니라 환상미가 어린 불멸의 모습으로 그려졌다.

프랑스 정부 관료의 아들로 태어나 부유하고 행복하게 자란 보나르는 화가가 되기 전에는 변호사였다. 그런 보나르의 영혼을 평생 사로잡은 여인이 신경쇠약과 피부질환에 귀에 거슬리는 목소리의 여주인공이었음을 생각하면, 보나르와 마르트의 만남과 지속된 사랑이야말로 기적처럼 여겨진다. 사랑과 관심은 객관적인 평가가 필요치 않다. 그대의 마음이 가는 순간이 기적의 시작이다. [종려나무교회 목사, Ph.D]


최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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