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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선주의 살며 사랑하며]천상재회

“가까이 다가가면 새처럼 포르르 날아갈 것 같아 조심스러웠다”는 흠모의 정을 결혼 후 수십년이 지난 후에야 수줍게 말해주었다는 아빠는 엄마보다 5세 연상이셨다. 한마을에서 자라 같은 초등학교를 다녔지만 아빠는 교육열 높으셨던 할아버지를 따라 그분의 직장이 있는 곳에서 학교를 다니셨다고 했다. 6.25사변으로 부친상을 당한 아빠는 다시 고향으로 돌아와 학교를 다니셨다. 엄마는 군산으로진학을 하셨기 때문에 아빠의 연정은 자연 편지글과 같은 마을에 사는 엄마의 가족에게 보여준 아빠의 애정을 통해 전달이 되었다.

우여곡절 끝에 성혼이 되었고 삼남매를 낳아 기르시며 60여평생을 해로하셨다. 어디를 가든지 귀하게 환영 받는 인격을 가진 삼남매로 성장시키셨고 그 삼남매를 통해 얻은 8명의 손자손녀들 또한 한 명도 예외없이 건실한 사회인으로 성장했다. 고교졸업 때 교육감으로부터 30년 후 미국 대통령이 될 재목이라고 칭찬을 받은 예일법대 출신의 한 손녀딸은 미국 최고의 법원인 뉴욕써던 디스트릭 법원의 검사로 내정되었고, 컴퓨터 전공 외손자는 스탠포드대학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창업하고 있으며, 코로나 바이러스의 위험에도 불구하고 병상의 외할머니를 간병하기 위해 내한한 외손녀는 프리랜서로 일하며 책 발간을 준비하고 영상을 제작하는 일을 하고 있다. 맏외손녀는 조부모님께 세명의 증손을 선물했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가족의 역사는 엄마가 아직 30대 초반일 때 모든 사람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양재를 배워서 우리 삼남매를 도시로 유학시킨 용기로부터 시작되었다. 그런 용기와 결단력을 가진 엄마가 아니었다면, 우리 삼남매는 농촌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 것이고, 나는 어느 시골 아낙네로 살고 있을 것이다. 엄마는 연약한 체구에도 불구하고 강한 책임감과 결단력 그리고 지혜로움으로 주변사람들을 두루 이롭게 하는 인생을 사셨다. 맏이가 60세가 가깝도록 단 한번도 부모님 걱정을 할 필요없이 강건히 사시면서 자식들의 후원자가 되어주셨었다.

그러던 어느 해, 친구분들을 하나 하나 잃어가시는 경험 속에서 점점 쇠약해지시던 아빠는 아무 병명도 없이 입원하셨고 몇개월만에 고통도 없이 주무시듯이 돌아가셨다. 아무도 예기치 못한 이별이었다. 엄마는 주변 사람들의 염려와는 달리 아빠를 그리워하시면서도 명랑하고 긍정적인 태도로 현실을 받아들이셨다. 여학교 시절 친구분들과 교제하며 바다건너 사는 외동딸에게는 사진과 보이스톡으로 좋은 세상을 누린다며 감사하셨다. 아빠와 함께 영접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하시며 천상의 재회를 꿈꾸며 살아가시던 엄마는 여느 때처럼 친구분과 만나고 백화점 샤핑을 마치고 귀가하신 후 느닷없이 하혈을 하셔서 병원에 입원하셨다. 전이된 곳 없는 간암진단을 받고, 한 시간 남짓 간단한 시술인 색전시술을 받으신 엄마는 의사의 예견과는 달리 시술 며칠 후에도 퇴원을 못하셨고, 29일만에 임종하셨다. 아빠 돌아가신 지 2년 반만의 일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기간이어서 2주간 격리기간을 지키고 나서야 엄마를 볼 수 있었지만, 20여일간 엄마와 함께 하며 엄마의 마지막 순간을 포옹으로 지킬 수 있었음이 감사하다. 건전한 사회인으로서 큰 몫을 담당하며 살고 있는 두 아들내외를 두셔서 코로나바이러스로 방문이 자제되는 분위기임에도 수백명이 넘는 조문객의 문상을 받으셨다. 두 분 다 돌아가시는 날까지 누구에게도 폐가 되지 않게 떠나셨다. 큰 고통 없이 삶의 마지막 단계를 맞으셨고, 무엇보다도 천상의 재회를 믿고 가신 길이어서 감사하다. [종려나무교회 목사, Ph.D]


최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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