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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성 목사의 이민과 기독교]커피숍을 돌려주세요

커피숍은 커피를 파는 곳입니다. 그렇지만 동네 커피숍에는 항상 커피 이상이 있습니다. 앉고 싶은 자리가 있고, 나누는 이야기가 있고, 넓은 창가에서는 새로운 상상이 채워집니다. 커피숍은 커피를 마시러 가지만 그 곳에는 시간이 쌓여 갑니다.

교회 학생들과 스트레스를 받을 때 푸는 법에 대해 서로 이야기 나눈 적이 있었습니다. 운동, 수다, 요리, 영화, 게임… 이어지는 동안에 내 순서에 할 말이 없더라구요. 오랜 동안 교회와 학교에서 일하던 나는 딱히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이 없는 재미없는 사람이란 걸 다시 보게 됩니다. 그 때 커피숍이 기억 났습니다.

책상에 앉아 있는 시간도 많고, 사람을 만나는 시간도 중요한 내게 커피숍은 소중한 장소입니다. 식당도 되고, 사무실이 되고, 응접실이 되고, 그리고 열려 있지만 혼자 있는 공간이 됩니다. 그래서 걸어서 가는 동네 커피숍, 사람들을 만나기 좋은 공간의 거피숍, 그리고 혼자 있고 싶을 때 찾는 나만의 커피숍이 항상 제 머리 속에 있습니다. 나에게 커피숍은 스트레스를 줄이는 곳입니다.

Covid-19은 내게서 커피숍을 빼앗아 갔습니다. 한 동안 문을 닫았고, 그 다음엔 드라이브 쓰루만 가능했습니다. 그러더니 의자 수를 확 줄였습니다. 마스크를 쓰고, 자리에 앉기 전에 물티슈로 손수 자리를 닦아 내고, 수시로 손 세정제를 사용했습니다. 이전 같으면 이상한 행동으로 보였겠지요. 그래도 항상 앉던 그 자리에 앉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커피숍에서 감염이 된다는 최근 뉴스는 다시 저를 움츠리게 합니다. 이젠 커피숍이 정말 커피만 파는 곳이 되었습니다.



선교학을 가르치던 노교수님이 선교사와 커피숍에 대해 교실에서 했던 이야기를 기억합니다. 선교사들에겐 동네 커피숍이 정말 중요한 곳입니다. 교회도 없고 새롭게 전도해야 하는 지역에서 커피숍은 사람을 만나 사귀는 곳이고, 동네 이야기가 넘치는 곳이고, 현지인들의 삶을 배울 수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세계 어느 도시든 커피숍이나 티 하우스는 있고, 거기에 흐르는 여러 시간들이 있습니다.

이젠 어디를 가지요? 커피를 파는 곳이라면, 집에도 맛있는 믹스 커피가 있는데. 내 자리, 내 창가, 그리고 내 시간들을 돌려 주었으면 좋겠습니다.

같은 경험을 교회에서도 하게 됩니다. 교회는 예배하고 믿음을 배우는 곳이고 선교를 위해 모이는 곳입니다. 그런데 거기에는 우리가 웃는 시간, 울었던 기억, 서로에게 기대었던 일들이 있습니다. 집집마다 모여서 서로 속을 드러내며 손을 맞잡고 기도하던 곳이었습니다. 특히 이민교회에서는 같이 고생하고 같이 성장하는 새로운 가족들과 사는 곳이었습니다.

Covid-19은 교회를 마스크를 쓰고, 알코올 소독을 하고, 이젠 예배만 드리는 곳이 되게 했습니다. 잠시만 지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임시로 시작한 일들이 이젠 일상이 되었습니다. 예배는 조용히 할 수 있고, 전화로 서로 이야기하지만 그 사이 사이를 채우던 우리의 시간은 홀로 지내게 되었습니다.

어디로 갈까요? 서로 모이지는 못해도 여전히 우리는 불안도 있고, 아픔도 있고, 외로움도 있습니다. 교회는 그 가운데 평안을 찾는 곳이었는데, 서로에게서 하나님의 마음을 보는 곳이었는데, 그리고 우리의 소망을 나누고 실천하는 곳이었는데 말입니다. 우리가 그리운 것은 교회당 건물이나, 예배시간이기도 하지만, 그 사이 켜켜이 쌓인 우리의 마음이고 시간입니다. 다시 볼수록 함께 느끼고 함께 지내서 서로에게 가족 되었던 자리입니다. [사랑 커뮤니티 교회 담임, McCormick 신학교 겸임교수]



김대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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